[천건희의 산책길㉓] 세익스피어 마지막 비극 ‘코리올라누스(CORIOLANUS)’

천건희 기자
  • 입력 2021.07.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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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립과 갈등을 마주하며 평화를 꿈꾸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역삼역 앞 LG아트센터는 내년에 강서구 마곡으로 이전한다. LG아트센터의 역삼동 공연장에서의 마지막 기획공연인 연극 <코리올라누스>를 지난 7월 4일 관람했다.

<코리올라누스>는 세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 작품으로 기원전 5세기 로마의 전쟁 영웅 마르티우스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적국인 볼스키의 도시 코리올리를 함락한 공으로 ‘코리올리에서의 승리’란 뜻의 ‘코리올라누스’로 불리게 된다. 로마를 구한 영웅으로 로마 최고 관직인 집정관으로 추대되지만, 그의 지나친 오만과 질투로 시민들로부터 추방당한다. 코리올라누스가 로마에 복수하기 위해 적국 볼스키와 합류하여 로마를 침공하자, 코리올라누스의 어머니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온다. 로마에 대한 애국심이 남달랐던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전쟁을 멈추라고 설득한다. 복수심에 차서 로마로 돌진하던 코리올라누스가 어머니의 설득으로 전쟁을 끝내려 하였으나, 볼스키의 장군 오피디우스의 부하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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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회색빛으로 모던하다. 지하벙커를 연상시키는 환풍기, 낡은 샤워기, 변기만이 있고, 무대 중앙은 넓은 광장이다. 무대 끝에는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히면서 화면이 전환되었다. 고전 연극인데 현대적 의상과 총과 수류탄, 핸드폰 등 다양한 도구가 사용되어 현대극 느낌을 주었다. 로마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지만, 성격적 결함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여 결국엔 로마에도, 적국인 볼스키에도 속하지 못한 코리올라누스의 좌절과 절망이 250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에서도 주는 교훈이 크다.

<코리올라누스>는 무대도 배우들의 의상도 전부 무채색이다. 인물들이 흘리는 피도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코리올라누스가 죽을 때 흘리는 피만, 진홍색 모래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쏟아져 내려 강렬하게 표현되었다. 코리올라누스와 오피디우스의 맨몸 격투 장면은 슬로 모션까지 넣어서 현대 무용을 보는 듯 감동이었다.

사진=뉴시스(LG아트센터) 제공
사진=뉴시스(LG아트센터) 제공

로마 시민들의 시위 장면과 시민들이 광장에서 토론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객석 통로에 서서 연기해 관객들도 로마 시민처럼 느껴졌다. 출연 배우들은 마스크를 쓰고 시위하고, 시민들과 악수하기 위해 객석으로 내려오는 코리올라누스도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를 바르고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노력들이 눈물겹다.

러닝타임 3시간의 긴 연극을 열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감동이다. 코리올라누스 역의 남윤호는 정확한 발성으로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특히 어머니가 아내, 아들과 함께 간청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변하는 순간의 표정 변화와 눈물이 차오르는 장면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양정웅 연출가는

“코리올라누스를 통해 인간의 고립과 갈등,

대립이라는 비극의 거울을 마주하며,

여러 질문을 던져보고 혼란을 경험해보고,

그리고 평화를 꿈꿔본다”고 했다.

연출가의 바람대로, ‘나는 분별력 있고 이성적인 시민인가’라는 질문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고전을 통해 지금을 통찰해볼 기회를 갖게 하는 연극 <코리올라누스>는 7월 1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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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G아트센터는 2000년 3월에 개관해 초대권 없는 공연장으로 건강한 공연문화를 이끌어 왔다. ‘CoMPAS’는 LG아트센터가 직접 기획해 선보이는 시즌 기획공연으로 동시대의 다양한 영역의 공연 예술, 새로운 작품과 만날 수 있는 나침판 역할을 했다. 마곡에서 더 멋진 CoMPAS를 기대해본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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