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911테러 감정적 울림...영화 '워스' 시사회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7.15 10:46
  • 수정 2022.04.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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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펜타곤에 항공기 납치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한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 약 3,5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화 '워스' 메인 포스터.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비극적인 사건인 911테러는 이제 20주기를 맞는다.

[워스]는 911테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테러를 다루지는 않는다. ‘고통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라는 말처럼 갑자기 맞이한 비극의 뒤로 남겨진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실화이다.

9·11 테러 피해자 보상기금 운영을 맡게 된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마이클 키튼)가 주어진 시간 안에 피해자들을 설득해 보상기금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켄.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실화의 주인공

케네스 파인버그는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특별 위원장’을 역임했고, 2005년 회고록 [What is Life Worth? : The Unprecedented Effort to Compensate the Victims of 9/11]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 9/11 피해자에게 보상하기 위한 전례 없는 노력)을 발간했으며, 이 책이 영화 [워스]의 원작이다.

영화에서 마이클 키튼은 케네스(켄)로 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협상에 성공하려는 얼굴을 디테일한 연기로 담아낸다. 영국 가디언지는 “마이클 키튼은 [워스]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고 찬사를 했다.

사라 코랑겔로 감독은 [나의 작은 시인에게] 잘 알려진 여성 감독이다. 서정적인 흐름을 가지면서도 디테일한 감정의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섬세함이 아름답다.

자!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금에 대해 설명하는 켄.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과연 생명의 가치란 무엇인가?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강의하는 켄(마이클 키튼)은 “과연 사람의 묵숨 값은 얼마인가?”라고 학생들에게 질문하며, “법적으로 봤을 땐 수치가 답이다. 경제적인 가치로 계산한다”라고 정의를 내린다.

911테러는 단순한 경악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위기를 몰고 왔다.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부시 정권의 책임, 피해 보상 청구시 항공사는 파산 위기, 엄청난 법률 비용, 끝을 모르는 지루한 소송전에 따르는 경제 문제로 나라가 마비될 수 있는 국가적 비상사태에 직면한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테러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위해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September 11th Victim Compensation Fund)’을 만들었다.

이 법은 2001년 12월 미국 의회에서 긴급하게 승인되었으며, 24개월 안에 대상자의 80% 이상이 기금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

(모두들 낙심하는데...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만약 기간 내에 기준 인원이 서명하지 않을 경우 기금은 폐지되고 모든 것이 무효화돼 피해자들은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만 한다.

누가 총대를 메고 보상액을 정할 수 있는가?

911테러 피해자 보상기금 운영을 맡게 된 협상 전문 변호사 켄은 25개월 안에 80%의 유족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사건은 하나이지만 보상금은 서로 다르다.

“객관적인 산출공식을 뽑아낸 다음 합리적인 액수를 지불하는 거지. 전에 맡았던 사건들과 다름 없다”
켄의 생각은 냉철한 보상 전문 변호사다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직 경제적 가치에 대한 계산만이 그의 생각하는 보상금 척도이다.
청구인의 인적 손실을 값으로 매겨 수학적으로 계산해 내자.
한 사람만 콕 집어 특혜를 줄 수 없어, 치우쳐선 안돼.

시간은 흘러가지만 동의하는 숫자는 어림없다.

과연 기금이 원하는 대로 80% 이상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

(수 천의 희생자들의 사연들.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워스]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들과 말싸움을 하지도 않는다.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묘한 긴장감이 있다.

(죽은 내 아내는 통계자료가 아니야.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영화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다.

사람에 대한 산술적인 계산이 아니라 마음이 전달되는 따뜻한 공감이다.

이 영화는 기대치를 벗어나는 약간의 싱거움이 있다.

그러나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

(정부를 위해 계산기나 두드리는 주제에.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나면

마치 정글을 벗어나 초원의 푸르름을 맛보는 것 같은 시원함이 있다.

삼복더위 중에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은 것 같은 개운함이 있다.

(영화 “워스‘ 티저 포스터. 사진=씨나몬(주)홈초이스 제공)

[워스]는 2021년 7월 2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먼저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이후 9월 북미 등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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