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마크 브랜드④]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7.30 16:27
  • 수정 2023.03.2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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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러브마크 브랜드 스토리는 역사가 깊고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를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한다. 러브마크 브랜드 네 번째는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편이다.

부라보콘 가격 1970년 20원 현재 1500원 안팎 

(1976년 배우 정윤희 부라보콘 CF)

‘12시에 만나요’로 시작되는 CM송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부라보콘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흥얼거렸을 이 노래는 통기타로 대변되는 포크음악이 유행하던 시대적 배경과도 연결된다. 윤형주·윤석화가 노래를 불러 큰 성공을 거뒀다.

장덕현 해태제과 마케팅 팀장은 “광고에 12시를 넣은 것은 12시에 데이트를 많이 하고,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정각에 만나는 것을 데이트에 빗댄 것”이라고 말했다.

부라보콘의 탄생

(1992년 동아일보 기사)

부라보콘은 1960년대 말 해태제과가 덴마크로부터 기술을 직수입해 자체 기술로 개발, 1970년 4월 첫 선을 보인다. 출시되자마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도매상들 때문에 공장 출입문을 봉쇄했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부라보(Bravo·즐겁고 흥겨울 때 외치는 소리)콘’ 덕택에 해태는 ‘부라보’를 불렀다. 부라보콘은 1970년대 후반 전체 아이스크림 시장의 20%를 차지했다. 부라보콘은 2001년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매년 장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또한 부라보콘은 누적 판매량 47억개 이상, 누적 매출 1조7000억원의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팔린 부라보콘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 20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한다.

부라보콘 뒷이야기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부라보콘 등장)

1972년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우리 대표단이 북측 대표단에게 부라보콘을 건네주자 북측은 “미제(美製) 아니냐”고 물었고, 우리 대표단은 해태의 상표와 회사 주소를 확인시켜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00년에는 23년 전 여고 선생님과 학생 간에 있었던 농담 같은 약속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1977년 서울 성신여대 부속여고(현 건대부고) 2학년 ‘영(英)반’ 학생들은 수학 담당 김학민 교사와 체육대회 때 자신들이 어디에 앉게 될지 알아맞히는 내기를 했다. 지는 쪽이 100원짜리 부라보콘을 사기로 했다. 영반 학생들이 이겼지만 김 교사는 칠판에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덕수궁 앞으로’라고 적었다.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초·중·고생의 학부모가 된 ‘영반’ 학생 40여명과 부라보콘을 한 아름 들고 나타난 김 교사가 덕수궁 앞에 모였다. 영반 학생이었던 박충희씨가 당시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해태제과에 보냈고 해태에서는 언론을 통해 소문을 내 이들의 만남을 도왔다. 이들은 해태가 부도났을 때 부라보콘 생산이 중단될까봐 가슴을 졸였다고 한다.

부라보콘의 위기

(부라보콘 CF모델 김혜수)

소성수 홍보과장은 “부라보콘의 진가는 최장수 아이스크림으로서의 기록보다 회사가 어려울 때 회사를 살린 효자 상품이라는 데에서 더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회사가 부도나자 소비자들 사이에 ‘해태 살리기 운동’이 펼쳐졌고, 해태는 부도 상태에서 최고의 매출 기록을 세웠다. 1999년 해태제과는 출자전환에 성공했다. 해태의 재기에는 장수 제품이 일등공신이었다. 1999년 부라보콘은 한 달 매출이 50억원을 넘는 달도 있었으며, 맛동산(1975년 출시)은 그해 상반기에만 300억원어치가 팔려나가면서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의 두 배를 넘었다.

소성수 홍보과장은 “해태제과의 200여개 브랜드 중 부라보콘·맛동산·에이스크래커(1974년 출시) 등 ‘장수 빅3’의 매출액이 해태제과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중에서도 부라보콘의 매출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2001년에는 JP모건·UBS캐피털 등의 외국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빙그레 부라보콘의 주인되다

(빙그레 '슈퍼콘'과 해태의 '마루시리즈'의 공동모델로 걸그룹 ‘오마이걸’을 기용해 MZ세대를 공략하는 코마케팅 뮤직비디오)

2020년 해태제과에서 아이스크림사업부가 분리돼, 빙그레에서 인수를 했다. 현재는 해태아이스크림으로 법인명을 만들 부라보콘을 판매하고 있다. 빙그레의 ‘슈퍼콘’과 해태아이스크림의 ‘부라보콘’은 한지붕 두 가족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로 빙그레의 1분기 빙과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7% 증가했고, 여름철 무더위의 영향으로 3분기에는 매출액 3357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빙그레 '슈퍼콘'과 해태의 '마루시리즈'의 공동모델로 걸그룹 ‘오마이걸’을 기용해 MZ세대를 공략하는 코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부라보콘 광고 모델

부라보콘의 모델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참여를 했다. 1977년에는 정윤희, 신일룡, 10대 시절 윤석화가 모델을 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노을네 가족이 부라보콘 CM송을 열창하고 있다)

1988년에는 이상은, 정수라, 윤복희, 정훈희, 김태화, 최희준, 박남정, 이지연, 구창모, 엄인호, 김세환, 윤형주, 김현식, 현미, 임지훈, 이동원, 한영애 등 당시에 유명했던 가수들부터 뮤지션까지 총동원해 ‘위 아 더 월드’처럼 CM송을 합창하는 광고가 있었다. 이 광고는 응답하라 1988 1화에서 노을이와 가족들이 부라보콘 CF를 열창하는 모습도 있다. 2002년에는 GOD, 2003년 손예진, 다니엘 헤니, 2011년에는 윤도현, 정엽, 손예진, 김래원, 김혜수가 모델이었다. 올해에는 이병현이 '12시의 결투'라는 타이틀로 블록버스터 CF로 참여하고 있다.

(이병현이 '12시의 결투'라는 타이틀로 블록버스터 CF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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