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빌라와 함께 지하 500m 빠진 소시민들의 탈출 사투기, 영화 “싱크홀” 시사회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8.05 10:53
  • 수정 2022.04.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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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 현상을 최초로 영화화
1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평범한 가장 동원
쓰리잡을 하면서 월세방에 사는 만수
지하 500m 구조대 파견도 불가
장마 폭우로 물은 점점 차 오르고 탈출의 길은 없다

(싱크홀 포스터. 사진=쇼박스 제공)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어내는 ‘땅꺼짐’으로 일컬어지는 싱크홀(Sinkhole)은 지구를 위협하는 새로운 재난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싱크홀이라는 단어는 일반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최근 들어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심지를 중심으로 땅이 꺼지는 싱크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많은 시민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평균 900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하고, 그 중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이 78%를 차지한다.  도심에 살고있는 그 누구도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싱크홀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싱크홀]은 전 세계적인 재난인 땅꺼짐 현상을 국내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2012년에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서 벌어지는 화재를 다룬 영화 [타워]로 5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지하 500m 싱크홀의 세계를 스크린에서 선 보인다.

주인공 동원(김성균 분)은 서울에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보통의 회사원이자 11년 만에 자가 취득에 성공한 현실 가장이다. ‘이삿날 비 오면 잘 산다’는 속설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청운빌라 501호에 입주한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부푼 꿈을 꾸며 회사 동료들을 초청하여 집들이를 한다.

(만나기만 하면 티격대는 동원과 만수. 사진=쇼박스 제공)

아침에는 헬스장, 점심에는 사진관, 저녁에는 대리운전까지 1일 3잡을 뛰는 만수는 이 시대의 열혈 맨이다.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은 생존본능 만렙의 청운빌라 401호 주민이기도 하다. 어디서든 투머치한 오지랖을 자랑하는 프로 참견러 만수는 새로 이사 온 동원과 계속 마주치고, 첫인상부터 서로가 달갑지 않았던 둘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한다.

평화로웠던 그 날,

동원은 직장 동료들과 집들이를 하고 술에 취한 김대리와 은주는 동원씨 집에서 잠들어 있던 그날 아침, 갑자기 발생한 싱크홀 속으로 청운빌라 전체가 떨어진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사진=쇼박스 제공)

지상으로 500m 되어 보이는 까마득한 땅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지상에서는 구조대가 투입되지만 추가 붕괴의 위험 때문에 결국은 포기한다. 드론을 띄우지만 신호가 끊겨 맥없이 추락한다. 어찌어찌 신호가 잡힌 드론은 구조대로 돌아와 생존자들의 영상을 전달한다.

(뭐야 저거는. 사진=쇼박스 제공)

낙하산으로 구호품과 위성 전화가 전달되고 감격의 통화가 이루어진다.
동원은 엄마와 함께 나갔던 아들 수찬이가 지상에 없다는 천정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수찬이는 씽크홀 안에 있었다.
캄캄한 싱크홀에서 아들을 찾아다니는 동원은 결국 아들과 감격의 조우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옥상 쪽으로 올라가 살아남은 이웃들과 합류할 수 있을까?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고 빗물은 거침없이 싱크홀로 빨려 들어 온다.

탈출할 길은 없고 거대한 물줄기는 점점 싱크홀을 채워 가는데......

어떻게 살아남지?

아니 어떻게 탈출하지?

살 수는 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사진=쇼박스 제공)

김성균은 어렵게 마련한 내 집에서 탈출부터 해야 하는 생계형 가장의 아이러니한 감정을 완벽하게 포착하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넘나드는 스타 차승원은 401호 주민 ‘만수’로 분해 생계형 쓰리잡의 프로 참견러이자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선보인다. 일촉즉발 재난 상황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부터 하나뿐인 아들을 챙기는 다정한 면모를 보인다.

이광수(김대리 역)는 상사의 집들이에 왔다가 운도 없이 싱크홀에 함께 떨어진다. 이광수는 억울함과 절박함을 오가는 연기를 펼친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김혜준은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3개월 차 인턴사원 ‘은주’ 역을 맡아 김대리와 케미를 펼친다.

이 영화의 긴장감은 초대형 재난 자체를 시각적으로 실감나게 구현하는 동시에, 작은 돌멩이 하나만 떨어져도 지하 500m 속 생사가 달라질 수 있는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 [싱크홀]을 통해 지하 500m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하며 진일보한 한국 재난 영화를 완성 지었다. 누구도 지하 500m에 집이 떨어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그 공간에 있다고 상상해본 적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상상력이 동원된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싱크홀에 떨어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듯이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어려운 시기가 다가올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동원과 만수가 빠졌던 싱크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싱크홀로 빠져버린 집과 사람들.사진=쇼박스 제공)

각자가 안고 있는 싱크홀이 있다.

어쩌면 코로나가 이 시대의 싱크홀인지 모른다.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싱크홀에 빠져 생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싸움은 전사만 하는 줄 알았고, 탈출은 훈련된 요원만 하는 줄 알았는데 평범한 내 이웃들이 지금 코로나 전투에 참여하여 사투를 하고 있다.

<싱크홀>은 분명 대규모 재난영화이다.

그럼에도 가족애가 돋보여지는 가족영화이며 사랑이 있는 영화다. 집 장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소시민의 아픔을 간직한 동원가족, 살기 위에 투잡 아니 쓰리잡을 하며 월세를 사는 만수부자, 집이 없으면 결혼도 못하느냐고 절망하는 김대리, 인턴이라 회사에서 주는 선물도 받지 못하는 차별의 아픔을 누르고 있는 은주, 모두가 오늘 이 시대 싱크홀에 빠져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탈출구가 보이는 않는 싱크홀에 갇혀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탈출구를 알려주는 것이 이 영화이다. 긴박하다고 해서 냉혹하지만은 않다. 가슴 졸이는 아슬아슬함 속에도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숨어있고, 죽음을 예감하며 아이의 머리카락을 아이엄마에게 전달해 달라는 가슴뭉클한 감동도 있다.

(싱크홀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들과 감독.사진=쇼박스 제공)

[싱크홀]은 시나리오가 탄탄하다. 그리고 연기로 검증된 배우들이 합해져 현실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차승원의 연기가 너무 농익어 때로 나오는 느끼한 연기가 식상해 오히려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반감도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느끼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무더운 삼복중에 이 영화를 통해 시원스레 코로나 탈출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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