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인터뷰] 힐링레시피=미술치료 두 스푼+추억소환 한 스푼...아트온어스 송정은 센터장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8.19 18:09
  • 수정 2021.09.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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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두 스푼+추억소환 한 스푼
아트온어스 송정은 센터장

(아트온어스 송정은 센터장. 촬영=권오승 기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미술치료 진단·치유

조선소 노동자분들을 위해  꽃과 식물을 통해 마음을 돌보고 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었어요.
(거제 조선소 노동자가 꽃과 식물을 통해 마음을 돌보고 또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만든 작품.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심리분석가들은 자신의 성격유형분석을 진단하는데 ‘DISC’, ‘MBTI’ 등의 진단 도구들을 사용한다. 반면에 미술치료는 미술과 심리학을 이용해 말로써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미술로 자신의 모습을 찾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오늘 소개할 힐링인터뷰는 아트온어스의 송정은 센터장이다. 송 센터장은 치매·암 어르신,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 어르신, 거제도 노동자와 어린이, 네팔 지진피해 어린이, 외국인 미등록 아동 등의 미술 치료 경험을 갖고 있다. 송 센터장의 미술치유의 방법과 경험을 공유하고, 코로나19 펜데믹시대에 ‘코로나블루’를 앓고 있는 분들에게 미술치유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림일기’ 미술치료사의 길로 인도하다

(아트온어스에서 만든 이야기 색칠책 ‘고향 그리다’ 〈그때 그 장소〉편 〈어떤 날〉편 〈마을 풍경〉편 책표지)

아트온어스 송정은 센터장은 미술치료의 계기를 ‘그림일기’를 그리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내가 그린 그림이 친구들과 하소연하는 것보다 내 감정을 더 잘 담아냈다고 한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의 조지워싱턴에서 미술치료와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병원 인턴생활을 통해 환자들과 함께 미술치료사의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굿네이버스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서 활동을 했다.

'아트온어스'의 창업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스로 주제를 찾고, 다양한 계층·환경에서 미술치료를 연구하고 활동하기 위해 만들었다.

‘고향 그리다’ 추억소환 이야기 색칠책

(‘고향 그리다’ 어떤날 편 중에서)

“어느 날 친구가 수놓다 말고 ‘야, 우리 이거 하지 말고 화투 한 번 할래?’ 이래서 ‘그랴’ 그랬지”
“아~! 엄마다 느닷없이 감자 쪘으니까 감자 먹으라고 문을 열었어, 그리고 디지게 혼났어”
“화투를 치다가 한 번 된통 혼난뒤로 팔십둘 먹도록 화투장을 만져도 안봐”

- 이복례(82세, 충남 공주)님 이야기. ‘고향 그리다’ 어떤날 편 중에서

‘고향 그리다’는 〈그때 그 장소〉편 〈어떤 날〉편 〈마을 풍경〉편으로 구성된 이야기 색칠책이다. 서른 분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고향 이야기를 듣고, 개성이 다른 세분의 작가님들의 상상을 더해 그림으로 만든 이야기 색칠책이다.

‘나를 있게 하는 우리(나우)’가 어르신들을 위한 예술활동 도구를 만들자는 의뢰를 했다. 그래서 송센터장은 어르신들의 활동모습을 관찰하고 어르신 문화를 학습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컬러링북은 많이 있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컨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어르신들이 얼마나 소통에 목말라 하고, 누군가에게 나의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다.

‘고향, 그리다’는 치매·암 등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효과적인 미술치료 도구이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추억을 그리며,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모두 자신의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공유하고 지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많은 분들이 나이가 들고 치매에 걸리면 최근의 기억부터 잊어버린다. 가장 오래된 기억이 가장 오래 남아 있다고 한다. 미술치료가 옛 추억을 소환해 어르신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데 작은 밑그림이 되고 있다.

‘구름도장’...치매어르신을 위한 치유적 미술활동

(기장군 노인복지관 어르신 구름도장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진=나우 제공)

미술치료사와 디자이너가 함께 제작한 구름도장은 스텐실 방식의 활동지에 스폰지 도장을 찍어 작품을 완성한다. 회상치료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 정서적 치유와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송센터장은 나우프로젝트와 함께 하남시치매안심센터 어르신들과 직접 만나며 구성을 살피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경도인지장애어르신’이 새 모양의 구름 도장 작품을 만들면, 미술치료사는

“새와 함께 그릴 수 있을게 무엇이 있을 까요?”, “새가 소식을 물고 온다면 어떤 소식을 물고 왔으면 좋겠어요”, “둥지에는 어떤 새들이 있나요?” 등의 질문을 한다. 
그러면, 어떤 어르신들은 “아기 새들은 짹짹 거리고, 아빠 새는 먹이를 구하러 갔다 오셔요”하고 대답을 한다. 
“자녀들 키우실 때 어떠셨어요”하고 질문을 하면, 한분씩 자신만의 추억을 한보따리씩 꺼내 놓는다.

‘마을’을 주제로 구름도장 수업을 했을 때 일이다. 치매 어르신 한 분이 마을 초입에서 이사 간 여학생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자기가 너무 좋아했던 짝꿍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름 석자를 또렷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빈 둥지를 보면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면서 속상했던 자신의 마음을 되새김질 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어렸을 때 놀고 싶어도, 자기는 청소 시키고, 오빠들만 학교 보내고, 그렇게 걸레질을 막 하고 나면 둘째 오빠가 와서 대청마루에 모레 뿌려 놓아 화가 났던 추억도 소환 했다. 어르신들은 아주 사소한 장면 장면을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색깔과 언어로 추억을 회상하며, 그렇게 어르신들은 미술로 소통하고, 수다 떨며 치유되고 있었다.

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병원 어르신이 '‘천공을 나르는 기러기'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 발표할 때는 즉흥적으로 기러기에 관한 노래도 불러 주변을 흥겹게 만들었다.

(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병원 어르신 작품 '천공을 나르는 기러기'. 사진=나우 제공)

강원도 산불피해 어르신 트라우마 치료

(강원도 산불 피해 어르신 트라우마 치료 현장.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어르신들과 함께 스트레칭, 그림 그리기를 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화분이 불에 다 타서 안타까워하던 어르신들에게, 다시 화분을 심게 하고, 내일의 일상을 회복하는 치유활동을 했다.

다 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집, 바로 옆집은 온전히 살아 있는데... 그렇게 상반된 재난 현장에서 어르신들은 ‘툭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에 치들 떨던 마음’도 모두 털어 내는 자리였다.

“나쁜 것은 물러나고♬~ 좋은 것만 오너라♬~”

마치 타령처럼 읊조리며, 어르신들은 새로운 내 터전과 집을 그리는 상상으로 견디어 내고 있었다.

거제도 조선소 노동자 트라우마 미술치료

(거제도 노동자들이 폐자재를 이용한 미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거제도는 한국 조선산업의 메카였다. 조선산업의 쇠락으로 거제도의 주민과 노동자들이 심리적,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젊은 세대의 노동자는 “조선소가 동트는 새벽 인 줄 알았는데 해지는 저녁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조선소 노동자는 철강, 크레인 등 무겁고 딱딱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서, 미술치유의 소재로 자연을 선택했다. 조선소에서 나오는 폐자재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빈 망치’ 라는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힘이 있어 보이는데 사실은 내 안에 텅텅 비어 있다”는 의미였다. 마치 가족의 가장으로서 유능해야 되고, 돈을 벌어야 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는 감정이 ‘빈망치’의 조형물로 만들어졌다. 거제도 노동자의 미술치료활동은 전시회로 이어져 ‘첫 번째 파도’라는 이름으로 거제도 조선소의 삶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노조활동을 하며, 큰소리치며 회사와 투쟁도 하고, 조선산업의 흥망성쇠를 동료들과 함께 했습니다.
회사와의 30년을 동고동락하면서 미운정, 고운정 들며, 처자들 먹여 살렸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 생각해요”
- 퇴직을 앞 둔 조선소 노동자

(거제도 취약계층 아동 숲에서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드록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올해는 거제도 취약계층 아이들과 숲속에서 누구나 어렸을 때 꿈꾸었을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있다. 자연 속에서 여러 가지들을 채집해서 예술작품도 만들고 나만의 아지트(집)를 만든다. 숲속 공간에서 자유롭게 천에 물감을 뿌리고, 그 천으로 텐트 만드는 과정이 내 손으로 직접 지은 내 공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했다.

지진 피해 네팔 아이들 예술심리교육

(네팔 어린이가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와 즐겁게 놀고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2015년 지진으로 인해 네팔은 극도의 혼란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네팔 어린이들은 문화·예술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예술가, 심리상담사, 전신건강 교수들이 아이들과 9주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자신이 나무가 된 모습을 상상해서 몸으로, 그림으로 표현해 보기도하고, 나를 동물로 표현하기도 하고, 나만의 이야기책을 만들거나, 소망의 연을 날려보는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네팔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빛나는 미술 작품 전시회를 개최해 그들의 꿈을 응원했다.

네팔은 예체능 수업이 없었다. 예체능 커리큘럼을 만들어 네팔에 있는 예술가들에게 교육을 전수하고 그들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전파하게 했다. 네팔은 국가와 가족이 강조되는 나라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이름을 불리는 것조차 드문 일이었다.

우리의 놀이 중에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를 네팔 어린이들에게 소개하자.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자신의 이름과 별명이 불리는 것이 무척 흥미롭게 여겨진 듯하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의 치유활동을 가능하게 한 것은 예술이라는 매개체 덕분이었다.

(네팔 어린이들이 예술치유프로그램에 참석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미등록아동’ 심리지원

(미등록아동들이 자신들의 작품 전시회 현수막을 만들고 있다.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미등록아동은, 부모님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자녀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는다. 이 아이는 불행히도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못한다. 그래서 학교나 의료기관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아이들은 친구들처럼 핸드폰도 만들 수 없고,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가고 싶어도 예매를 할 수가 없다. 학교에 가는 것, 병원에 치료 받는 것 등의 혜택이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김수환 추기경이 세운 ‘바보의나눔’과 함께 남양주 마석 가구공단에 있는 미등록아동들을 만났다. 이 아이들은 이중 언어를 쓰고 있다. 그래서 언어적 발달이 느리고 인지적 발달도 느려 미술치료를 통해 한국문화의 이해와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응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돌봄이 소홀한 아이들에게 ‘가족소원트리 만들기’, ‘우리 가족 눈사람과 함께 새해에 바라는 것들을 적어보기’, ‘서로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응원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 작품 전시회를 진행하며,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아동들이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응원한다.

(미등록아동 작품, 우리 가족 눈사람과 함께 새해에 바라는 것들을 적어보기. 사진=아트온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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