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준생俊生’, 질곡의 역사를 마주한 두 남자의 처절한 양면성

김경 기자
  • 입력 2021.09.03 14: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복 76주년 기념 연극 ‘준생’,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

사진=(주)Who+ 제공
 사진=(주)Who+ 제공

[이모작뉴스 김경 기자] 대한민국의 지난 100여년 근대사 중 일제강점기는 절대 잊히지 않는 아픈 역사이다. 1910년 한일합방을 시작으로 1945년 8월 15일 광복에 이르기까지 35년 동안의 질곡의 시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 투쟁과 복종, 충심과 배반, 이타심과 이기심, 정의와 불의 그리고 선과 악이 공존하며 그 시간들을 채워갔다. 많은 이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목숨을 던졌고, 또 많은 이들은 시대에 편승해 그럭저럭 침입자에 순응하며 목숨을 부지했다. 배신과 이기심으로 사욕을 챙긴 이들에 대해 말해 뭐하랴. 목숨을 기꺼이 내던지며 독립을 갈망했던 안중근 등 그 시절 영웅들이 더 빛나게 기억되는 이유이다.

올해로 광복 76주년을 맞았다. 아들 ‘준생’의 시각으로 바라 본 ‘영웅 안중근’을 그린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화살표’가 광복 76주년을 기념해 만든 연극 <준생>이 오는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된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당일 새벽,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그의 은신처에 숨어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바로 안중근의 차남 ‘준생’이다. 준생은 아버지 안중근에게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다면 참혹한 미래가 될 거라며 거사를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이토히로부미의 저격을 두고 중근과 준생은 역사 앞에 처절한 논쟁을 펼친다. 중근의 미래를 암시하며 말리는 준생의 독선적인 질타가 대한독립을 위한 대의를 저버린 기회주의적인 군상들을 대표한다.

실제 ‘안준생’은 태어나기 전 아버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위해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났기 때문에 아버지를 잘 알지 못했다. 안중근의 거사 이후 어머니를 따라 만주, 시베리아 등지를 떠돌다가 중국 항저우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상하이에서 사업을 했다. 이때부터 친일파로 변절했다고 한다. 1939년 10월 7일 만선시찰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때 이토 히로부미의 위패가 있는 박문사(現서울시 중구 신라호텔 자리에 있었던 일제의 사찰)에서 아버지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것에 대해 사죄하는 행위를 해 훗날 ‘친일파’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극 중 인물 ‘준생’은 역사와 타임슬립, 팩트와 픽션이 만나 만들어진 인물이다.

연극 <준생>은 두 남자의 연민과 절망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반추하고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투쟁과 복종, 충심과 배반, 이타심과 이기심, 정의와 불의 그리고 선과 악 등 수많은 인간의 본성 중 당신은 어느 것에 집중하겠는가?

사진=(주)Who+ 제공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