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나눔 차(茶), 보람 차(茶)'...꽃차명인 박순락

권오승‧서성혁 기자
  • 입력 2021.09.07 16:53
  • 수정 2023.08.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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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차(茶), 보람 차(茶)']

꽃차명인 '박순락'
(박순락 씨는 2019 한국음식관광박람회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사진=박순락 제공)
(박순락 씨는 2019 한국음식관광박람회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사진=박순락 제공)

아이가 독감 때문에 계속 고생이라면서 다문화가족 어머니가 제 찻방에 찾아온 적이 있어요. 병원에 가도 소용이 없다고 말하더라구요. 저는 그 어머니에게 제가 직접 만든 유자쌍화차를 주면서, 오랫동안 끓인 뒤 아이에게 먹여보라고 했어요. 며칠 뒤 그 어머니께서 찾아오시더니, 독감을 앓던 아이가 말끔하게 나았다면서 자기 남편도 이 차가 뭐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구요. 제 차가 누군가에게 진짜 약이 되고,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받을 때, 나눔이란 게 참 보람차더라구요.

[이모작뉴스 서성혁‧권오승 기자] 꽃차로 찻방을 운영 중인 박순락 씨는 현재 65세이다. 젊은 시절, 무역업에 22년간 종사한 그녀는 현재 찻방과 함께 유튜버 채널도 운영한다. 또한, 수제비누‧수제청‧전통주 등을 만들며 젊은 날보다 바쁜 인생을 살고 있다. 스마트시니어로서 ‘나눔’을 실천하는 그녀의 삶을 들여다봤다.

“무역업과 찻방 모두 남편을 위해 시작했어요”

(박순락 씨는 무역업을 할 때도 줄곧 남편에게 차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해당 사진은 국화차용 꽃잎. 사진=박순락 제공)
(박순락 씨는 무역업을 할 때도 줄곧 남편에게 차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해당 사진은 국화차용 꽃잎. 사진=박순락 제공)

22년동안 무역업에 종사했던 것은 남편이 암에 걸린 이후부터였다. 금술 좋던 부부에게 갑작스레 안 좋은 소식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후로 2년간 남편의 항암치료를 위해 암치료에 좋다는 책은 다 봤다. 많은 책을 읽으며 차(茶)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남편에게 감잎‧뽕잎‧두릅잎 등을 녹즙으로 갈아 먹이면서 재활을 도왔다. 식이요법을 하면서도, 차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던 남편은 그녀에게 고맙다고 연신 말했다.

한편, 무역업에 종사했던 남편이 항암치료를 한 이후로 일할 때 힘에 부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가 무역사업을 직접 해보자”라고 제안했다. 남편은 응하고, 무역업을 알려줬다. 그녀는 무역업을 배우며, 무역을 위해 어학원에 들어가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또한, 스페인어‧일어 등도 독학했다.

배움의 결과가 성과로 나왔다. 한 전시회가 열렸는데 남편에게서 배운 오더와 독학한 외국어로 거래에 성공해 찻방을 차리는 데 필요한 수익을 창출했다.

“저는 주변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동의보감은 허준이 17세기 조선시대에 편찬한 의서이다. 내외과 별로 병(病)마다 치료방법이 나와 있어 동양 최고의 의학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사진은 허준박물관의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의보감은 허준이 17세기 조선시대에 편찬한 의서이다. 내외과 별로 병(病)마다 치료방법이 나와 있어 동양 최고의 의학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사진은 허준박물관의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느 날, 독일에 출장을 나가 많은 차(茶)를 접했다. 남편의 암을 차로써 식이요법을 하며 퇴직 후 찻방을 차리겠다는 다짐을 세웠다. 갑자기 그런 것이 아니다. 박순락 씨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며 어머니와 함께 산에 가서 꽃잎을 따먹으며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를 알게 됐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동의보감을 보시며 매번 “차를 마시면 피가 맑아져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채취하시던 꽃잎과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말씀이 그녀에게 찻방운영의 지침서가 됐다.

그녀의 남편은 아픈 가시같은 존재였다. 남편의 병으로 수발을 들며 무역업을 시작했고, 예전에 부모님에게서 배운 차도 본격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뭘 하든 말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응원했다.

“인터넷의 개인블로그보단 국회도서관에 직접 가서 논문과 문헌을 찾아봤어요”

(꽃차명인 박순락 씨. 촬영=권오승 기자)
(꽃차명인 박순락 씨. 촬영=권오승 기자)

무역업에서 퇴직하고 본격적으로 차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줄곧 보시던 동의보감을 쥔 채 매일 국회도서관으로 향했다. 여러 책을 읽으며 종이와 머릿속에 저장하고 차에 관해 익혔다. 국회도서관은 고철(古哲)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어린 날의 기억이 온전히 발전해 2년동안 공부하며 자격증을 취득해, 찻방을 차렸다. 이후 100여가지의 꽃차를 만들며 비로소 ‘꽃차명인’이 됐다.

찻방을 운영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무역업의 경험으로 경영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회, 박람회, 봉사활동 등에 참가하며 자신이 만든 꽃차를 전파했다.

“꽃다발이 예쁘듯, 꽃차도 곱고 이쁘답니다”

에피소드 1. 대회에서 박람회까지

(제20회 국제식품대회에 참가한 박순락 씨. 사진=박순락 제공)
(제20회 국제식품대회에 참가한 박순락 씨. 사진=박순락 제공)

2019년에 열린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전시 부문으로 꽃차를 선보였고, 대상을 받았다. 대개 한국음식 전시 부문은 폐백 등의 떡이나 김치 등을 갖고 나오는데, 꽃차는 처음이었다.

꽃밭에 형형색색의 꽃이 다양하게 있으면 아름다운 것처럼, 경연대회에 나가서 꽃차를 조화롭게 꾸몄다. 빨간 꽃, 노란 꽃 다양한 색을 가진 여러 꽃을 연출해 예쁘게 다듬어 선보였고, 꽃차가 가진 효능을 설명했다.

심사위원에게 좋은 평을 들으며, 처음 대회에 출전함과 동시에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은 ”다른 국제무대에 나가도 손색이 없겠다. 너무 아름답다“며 다음에 국제박람회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한 한국음식관광박람회를 서울에서 개최했고, 박순락 씨는 꽃차명인으로서 초대를 받았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에피소드 2. 꽃차로 봉사활동

(박순락 씨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꽃차 시음회 봉사. 사진=박순락 제공)
(박순락 씨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꽃차 시음회 봉사. 사진=박순락 제공)

성동구 옥수복지관과 성동문화회관 등에서 무료강좌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둔 부모나 신중년 등에게 꽃차‧수제청‧천연비누 만들기 등을 가르친다. "나눔이란 게 꽤 보람차다"고 말하는 그녀는 어려서부터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부모님께 자주 들었다. 맞는 말이니 싫지 않았다. 이 나눔봉사활동을 현재 6년째 하고 있다.

2017년에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꽃차시음회를 열었다. 그때 다문화가정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서툰 말로 “아기가 트러블이 너무 심해요. 병원 가도 소용없어요. 좋은 음식이 있을까요?”라고 도움을 청해, 박순락 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순한 차‧비누를 아기에게 선물했다. 다문화가정 어머니는 이후 문화회관에 그녀를 찾아와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연신 고마워했다. 그가 준 차를 아이에게 꾸준히 먹여 심했던 아토피가 가라앉았다고 고마워 한 것이다.

“찻방 운영하면서, 수제비누 만들지 유튜브 영상 찍지...하루하루가 너무 바빠요”

수제꽃차를 만들기까지...

(수제꽃차를 만드는 데 한나절이 걸리지만, 바쁜 일상이 즐겁다고 한다. 해당 사진은 구절초를 국화차로 만들기 위해 말리는 과정. 사진=박순락 제공)
(수제꽃차를 만드는 데 한나절이 걸리지만, 바쁜 일상이 즐겁다고 한다. 해당 사진은 구절초를 국화차로 만들기 위해 말리는 과정. 사진=박순락 제공)

찻방을 운영하며 가장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은 집과 직장이 가깝다는 것이다. 현재 무역업을 했던 젊은 날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수제꽃차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양의 꽃을 갖고 와 손질하고, 씻은 뒤 물을 빼낸다. 이후 서너 번 덖어내고 변질하지 않게 통에 담아내 보관해야 한다. 한번 덖어내는 데 3시간이니 거의 꽃차 하나를 만드는 데 10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꽃차 한두 가지만 만들면 늦은 밤이 돼서야 퇴근한다.

여러 꽃차 중 일부 꽃은 직접 농장에서 키운다. 농약 친 꽃으로 꽃차를 만들면, 알러지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공수해 온 꽃으로 차를 만들어 먹었다가 온몸에 좁쌀이 다 났었다고 한다. 이후 더 까다롭게 꽃을 선발한다.

꽃차명인이면서 천연비누제조사 그리고 유튜버!

(박순락 씨가 유튜브의 '슐랭TV-T&Dessert' 채널을 통해 영상을 올리고 소통하기도 한다. 사진=슐랭TV-T&Dessert 캡쳐)
(박순락 씨가 유튜브의 '슐랭TV-T&Dessert' 채널을 통해 영상을 올리고 소통하기도 한다. 사진=슐랭TV-T&Dessert 캡쳐)

찻방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비누를 팔아서 난 돈으로 해결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꽃차명인이면서 천연비누제조사이기도 하다. 천연재료마다 피부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데, 이걸 알고 비누를 만드는 것이 천연비누 제조사의 역할이다. 자격증을 취득해 천연에서 나는 야생재료 병풀, 벌꿀, 허브 종류를 이용해 비누를 직접 만든다. 한번 비누를 산 사람은 효과를 보고 다시 찾는다고 한다. 천연비누제조사 이외에도 20여가지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유튜브를 운영하기 위해 그녀는 자바스크립트, 일러스트레이터, 시각디자인 등도 추가로 배웠다.

이렇게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유명하지 않은 채 자격증까지 없으면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녀는 50플러스재단을 통해 다양한 자격증을 수강하며, 꽃차만들기, 수제비누만들기는 강좌를 열어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꽃차, 수제비누, 디저트, 담금주, 수제청 등 자신이 직접 만드는 음식 조리 과정을 영상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게시한다. “내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라며 사람들이 자신의 영상을 봄으로써 다양한 음식을 쉽고 재밌게 만들기를 바랐다.

(성동구청에서 진행한 꽃차나눔후원에는 박순락 씨가 실천한 나눔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진=박순락 제공)
(성동구청에서 진행한 꽃차나눔후원에는 박순락 씨가 실천한 나눔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진=박순락 제공)

박순락 씨는 마지막으로 “젊은 친구들이 아는 것을 신중년도 알아야 한다”며 “나이가 들어도 항상 배우고 도전해야 한다”고 5060세대에게 말했다.

심신을 녹이는 ‘꽃차’로 인생2막을 피운 박순락 씨는 신중년이 돼 자신이 배웠던 지식을 남에게 알려줌으로써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은 신중년이 되면 대개 퇴직한다. 하지만, 퇴직연령이 될 때까지 사람들은 앞만 보고 바삐 뛴다. 퇴직 후 뒤를 돌아보니, 미처 못한 게 많았을 것이다. 못다 한 일들을 마저 시작하고, 나눔으로써 자신을 찾는 게 진정한 인생2막이다.

그녀가 추천하는 차 세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맺겠다.

가장 추천하는 차는 목련차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차이기도 한데, 겨우내 꽃피우기 위해 생긴 강한 향이 무척 좋고 그만큼 약성도 뛰어나요. 이 꽃이 뜨거운 성질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날 때, 도움을 주기도 해요. 콧물이 나거나 기침한다고 하면 이 차를 꿀을 타 달여서 저녁에 먹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다음 날에 아픈 게 낫죠.

두 번째로는 생강나무꽃차예요. 말 그대로 생강나무에서 나는 꽃인데, 이른 봄에 산에서 피어납니다. 실제로 꽃향기를 맡으면 생강향이 납니다. 옛말로 ‘산동백’이라고도 하는데 이 차는 만들기가 쉬워서 추천합니다. 찻잎을 따서 그냥 그늘에 말렸다가 바로 먹어도 돼요. 동의보감에 따르면 생강나무꽃차는 다친 곳, 멍들고 삔 곳에 효과가 있다고도 해요.

마지막으로 국화차입니다. ‘구절차’라고 부르는데, 신중년분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차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아프면, 아버지께서 베개에 국화초를 넣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에 서리가 내린 뒤 피는 국화차는 온순한 성질과 맛이 달기로 유명합니다. 또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 스트레스를 풀어줍니다. 국화꽃이 물에 풀어지는 모양과 색의 조화가 참으로 곱고 예뻐 눈과 코, 입을 즐겁게 하죠. 또한, 오래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서 보관하기 편합니다. 보관이 편하고, 예쁘기도 하고 효능도 있어 신중년에게 추천합니다.

(말린 국화차에 대추와 감초까지 넣어 천연 꽃차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박순락 씨. 촬영=권오승 기자)
(말린 국화차에 대추와 감초까지 넣어 천연 꽃차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박순락 씨. 촬영=권오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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