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어르신들의 꿈을 보물지도에 담다...스마트폰 강사 '서미경'

권오승‧서성혁 기자
  • 입력 2021.09.14 16:24
  • 수정 2023.08.16 15: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모작뉴스 권오승‧서성혁 기자] “뭔가 소소하게 바라는 게 있다면, 꿈리스트를 만들어 적어보세요. 비싼 집 한 채가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갖고 싶던 노트북을 사고 싶다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등 모두 가능하답니다. 결국, 꿈을 이룬다는 것은 내 행복을 찾기 위해서잖아요.”

자신의 꿈을 모르고 하루하루 살아오던 서미경 씨는 문득 자신이 바삐 걸어온 삶을 되돌아봤다. “어린 시절에 꿈꾸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라고. 꿈은 행복을 위한 하나의 목표였다. 그녀는 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 ‘늦게나마 소소한 꿈을 이루고 살며 행복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스마트폰에 보물지도를 담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강사, 서미경 씨를 만나고 왔다.

(서미경 씨. 촬영=권오승 기자)
(서미경 씨. 촬영=권오승 기자)

 자기소개를 한다면?

 아들하나 딸하나 있는 주부이자, 노인복지센터의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강사이다.

대학에서 전산통계학과를 나와서 졸업하고, 바로 결혼했다. 결혼 후 육아생활을 하다가 애들이 어느 정도 크니, 시간상으로 여유가 생겼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방과후교사로 컴퓨터 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가르치는 데라면 어디든 갔다. 이후,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쳤고,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며 ‘스마트폰 교육 강사’로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스마트폰 교육 강사?

 쉽게 말해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요즘에는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듣고 보는 것, 자기의 일상 공유 등 많은 활동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대개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못한다. 스마트폰 교육강사로서 나는 기본적으로 메시지 송‧회신 방법, 유튜브 등 플랫폼 보는 법 등 SNS를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떻게 어르신들을 가르칠 생각을 했는지?

(서미경 강사는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서미경 제공)
(서미경 강사는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서미경 제공)

 초등학교 강사를 관두고 전업주부로서 생활하다가 ‘그냥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유익하고 보람있는 생활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는 복지관의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자’라고 생각해 봉사활동 차원으로 복지관에 찾아갔다.

봉사하며 느낀 것은, 어르신들이 휴대폰이 있어도 전화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던 것이다. 휴대폰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키패드를 치는 것조차 모르셨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어딘가 낙서를 하거나 글을 써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나타내려고 하는데, 어르신들도 자기생각을 글이나 어딘가에 표현하고 싶어 할 것 같았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내가 가진 지식과 해왔던 일로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어서 ‘스마트폰 교육 강사’를 시작하게 됐다. 어르신들을 가르치며 불편한 점은 없었다.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어르신 교육 중인 서미경. 촬영=권오승 기자)
(어르신 교육 중인 서미경. 촬영=권오승 기자)

첫째로, 어르신들하고 잘 맞았던 게 가장 컸다.
사실 복지관 강사가 되면, 일에 비해 받는 임금이 적다. 하지만 내가 강의하는 그 순간이 유의미한 삶이라고 느껴 옛날보다 행복하단 것을 느꼈다. 그래서 12년째 복지관에서 강사로 근무 중이다.

둘째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기도 했다.
복지관에 계신 어르신들처럼 내 부모님도 못배우고 가난하게 사셨던 분들이다. 근데 어르신들에게 가르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난다. 내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지만, 복지관에 계신 어르신들을 내 부모처럼 생각하고 최대한 스마트폰에 관해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셋째로, 성격이 느긋하다.
어르신들은 여유로움과 느릿하게 움직이신다. 다급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르신들하고 안 맞을 것이다. 이 느긋함에 스트레스받고 ‘빨리, 빨리’를 외친다면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사람이 나이를 먹고 내가 몇십년 후에 지금 말하는 어르신이 돼 있을 텐데, 왜 굳이 느리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어르신들만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강사의 역할은?

 첫째, 세대마다 원하는 SNS도 다른 걸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은 ‘SNS 활동’을 카카오톡 정도로만 한다. 그에 반해 어르신보다 젊은 세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주변 사람의 소식만 듣고 싶은 어르신이 많았다면, 청년~중장년은 사회 전반적인 사람의 소식을 듣고 싶은 게 있어서 이런 차이가 나타난 듯하다. 이런 이유를 들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교육강의보다는 카카오톡 메신저 이용법에 초점을 맞춰 어르신들에게 가르쳤다.

둘째, 선생님으로서 스마트폰 활용에 관한 최신정보를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다른 스마트폰활용 교육강사나 파워블로거의 SNS 활용법을 알아봤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 있는가?’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이후, 어르신들에게 활용법을 가르치며 살아왔는데, 카카오톡‧유튜브 등은 편의성 개선 등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하며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스마트폰 교육강사는 이런 최신 업데이트 정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서미경 강사는 내친구스칼렛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진=강사 유튜브 캡쳐)
(서미경 강사는 내친구스칼렛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진=강사 유튜브 캡쳐)

셋째, 어르신 개개인의 능력에 맞춘 눈높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한 수업 안에서도 어르신마다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분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해 영상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 것부터 해서 카카오톡 최신정보까지 알려달라고 하는 분이 있는 반면에, 배운 내용을 다 잊어버렸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알려달라는 분도 계신다. 개개인의 능력과 습득속도가 다르기에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넷째, 어르신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다.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을 하다보면 어르신들이 꾸준히 사용하는 앱이 있다. 버려지는 앱을 포함해 어르신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강사로서 어르신들에게 불필요한 강의는 모두에게 시간소모이기 때문이다. 어르신이 선호하는 앱을 예로 들면, ‘포토샵’, ‘포토퍼니아’, ‘슬라이드메시지’ 등이 있다.

젊은 사람들도 자신의 얼굴을 찍어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그러는데, 어르신도 스마트폰 앱의 ‘포토샵’을 배우면 알아서 수정하시고 자체적으로 예쁘게 자신의 얼굴을 수정하신다. ‘포토퍼니아’는 자신의 얼굴과 배경 등을 합성하는 앱이다. 간단하고 쉽게 사진을 합성해 자신이 나온 뒷배경을 꾸미기도 한다. 또한, 어르신들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 지인들에게 ‘움직이는 메시지’ 보내는 것을 선호하신다. 그런 걸 손주나 며느리‧아들한테 보내시면서 흡족해한다. 요즘에는 어르신들의 니즈가 현실이 되도록,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에 보물지도를 넣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보물지도?

('보물지도' 중에서 캡처 '모치즈키 도시타카' 지음)

 ‘보물지도’란 어린 날 우리가 소설이나 만화에서 봤던 그 보물지도를 말한다. 보물을 찾으러 주인공이 떠나는 것처럼 각자 마음에 담고 있는 꿈을 스마트폰에 보물지도처럼 담아 이루려고 만든 것이다. 복지관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보니, ‘보물지도’를 만드는 법 목표(꿈)를 세우는 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보물지도를 그리려면 ‘꿈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꿈 리스트 만들기. 그래프=서성혁 기자)
(꿈 리스트 만들기. 그래프=서성혁 기자)

꿈 리스트’란 어릴 적에 ‘나는 어른이 되면 어떤 직업을 가질 거야!’와 같은 장래희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 20대만 돼도, ‘어디 입사할 거야’, ‘무슨 일을 할 거야’ 등의 꿈이 있지만, 30대, 40대가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일에 치이거나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꿈을 잊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진 것이다.
40대에 한참 일할 때 나도 사색에 잠겼다. 나 또한 꿈을 잊은 채 살아온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룬다면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복지관에 들어온 것이고, 나는 꿈 리스트를 스마트폰에 넣어 나만의 보물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보물지도 만들기. 그래프=서성혁 기자)
(보물지도 만들기. 그래프=서성혁 기자)

꿈이란 것은 내가 어떤 직업을 갖는 것 등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갖고 싶은 스마트폰을 사는 것’, ‘가고 싶었던 여행을 가는 것’ 등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조차 꿈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런 꿈 리스트를 적어 보물지도를 만들어 스마트폰에 넣기 시작했다.

 왜 스마트폰에 넣었는지?

 자주 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소소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냉장고 벽면이나 자기방 벽에 꿈을 적은 종이를 출력해 붙이기도 한다. 자주 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폰도 자주 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꿈 리스트를 적어 놓는다. 만약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보물지도로 만들었다고 하면, 내가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계속 각인이 된다. ‘오늘은 얼마나 읽어야지’ 등 본인이 스스로 하게끔 유도한다.

 꿈 리스트를 만들려면?

 다들 꿈을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소소하면서도 이룰 수 있는 것을 적는 게 우선이다. 한번은 어떤 어르신이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질 것이다’를 꿈 리스트에 넣었다. 나는 구체적으로 xx구 xx동에 어떤 모양, 몇평형 집을 가질지 구체적으로 써달라고 말했다. 추상적으로 목표를 잡거나 중간과정 없이 큰 목표만 세운다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멀어져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보물지도에 남아있는 것 중 하나는 ‘제주도에서 한달살기’이다. 일단, 밑져야 본전이고 한달살기를 이루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웃음)

 보물지도를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다.

 우선 보물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꿈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꿈리스트를 채우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하다. 꿈리스트에 넣을 이미지를 모으고, 날짜와 기한 등을 기입한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행복한 모습의 사진을 넣는다. 혹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의 예쁜 풍경 등을 함께 첨부한다. 이들을 종합해 ‘ooo의 보물지도’에 완성해 넣어 만든다. 자기 휴대폰 잠금화면이든 배경이든 ‘보물지도를 보이는 곳에 하는 게’ 가장 좋다. 또한, 자기방에 종이나 포스트잇에 사진과 함께 넣으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지금 현재 위치에서 가능한 목표가 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이룬 게 있나?

(서미경은 박현근 코치를 평소에 만나고 싶어 했다. 사진=서미경 제공)
(서미경은 '땡큐 코로나, 억대 연봉 메신저'의 저자 박현근 코치를 평소에 만나고 싶어 했다. 사진=서미경 제공)

 있다. 내가 강의 중에 작성한 꿈 리스트에서 이룬 것이 많다. 그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나는 ‘박현근 코치 만나기’와 ‘강규형 저자 만나기’가 내 보물지도에 적혀 있었다. 윤스키가 진행하는 유튜브라이브 방송 중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강규형 대표를 만나고 싶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때 우연히 강규형의 관계자가 같은 유튜브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고, 나를 소개해줬다. 주부이며 강사인 내가 강규형 저자를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나며 꿈을 이룬 것이다. 이렇듯, 사소하고 갑작스레 꿈은 찾아오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스마트폰 없던 어르신이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어르신 중 휴대폰을 매번 남편명의로 들고 오시던 여성분이 있었다. 스마트폰 활용 수업 도중 내 본인인증이 필요했었다. 그분 명의로 된 휴대폰이 필요해 ‘자기명의로 된 휴대폰’을 갖고 와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그분 명의로 된 휴대폰은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전화 외에 휴대폰은 사용하지 않아 스마트폰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어르신은 “전화만 하면 되지, 폰이 뭔 필요가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면서 유튜브도 보고 친구들과 연락하는 모습에 기분이 매우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저는 아직도 꿈이 담긴 보물지도를 어르신들에게 만들어보라고 말한다. 적어도 70세가 넘은 분들인데 사소한 꿈이라도 다 갖고 계시더라. 사소한 꿈이라도 이뤄서 만족한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

서울시내에 복지관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 더군다나 어르신들은 거동도 불편하신데, 공간도 넓지 않아 복지관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도 80-90세가 될 텐데, 지금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도 ‘복지관 교육강사’라는 선택이 지금까지 살면서 해왔던 직업 중에 가장 맞는 것 같다. 어르신들과 정서를 나누면 여전히 제 부모님 생각이 나며 가슴속이 아련해진다. 어르신들도 제 수업을 들으시면서 그 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

(부모님과 어르신을 생각하면 서미경 씨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한다. 촬영=권오승 기자)
(부모님과 어르신을 생각하면 서미경 씨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한다. 촬영=권오승 기자)

우리가 살아오면서 힘들면 좋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언뜻 더 생각해보면 그때도 나름대로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은 현실은 힘들고 과거를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분명 그때도 힘들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걸어온 삶은 매번 힘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행복했는데도 말이다. 현재 이 순간이 힘든 것은, 사실 행복을 위한 발판인 것일지 모르고, 앞으로 달려갈 미래도 행복한 것일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행복과 힘듦은 자기 자신이 판단하기 마련이다. 지금 힘들어도 사소한 꿈을 잡고 산다면, 그것대로 행복 아닐까. 

(그녀는 어쩌면 어르신과 어쩌면 소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강의 도중. 사진=서미경 제공)
(그녀는 어쩌면 어르신과 어쩌면 소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강의 도중. 사진=서미경 제공)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