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치매 엄마와의 5년간 처절한 기록...신간 '엄마의 방'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9.14 17: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매는 나을 수는 없지만 좋아질 수는 있다
환자 가족들은 매일매일 정신이 죽어간다
환자의 기억은 점점 뒷걸음질 친다
심신이 건강할 때 건강과 정서를 저축하자

(엄마의 방. 사진=도서출판 창해 제공)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치매(癡呆)는 후천적으로 인지기능의 손상 및 인격의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기억을 하고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감퇴하여 일상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게 된 넓은 범위의 뇌 손상이다. 증상으로는 정서적인 문제, 언어구사의 어려움, 의지박약 등이 나타난다.

치매의 종류는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병 등 다양하다. 아직까지는 치료하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좋아질 수는 있다.

치매는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많이 배우고 세상을 호령하던 사람도,
존경받던 유명 인사도,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도,
치매란 녀석은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그러나 엄마를 모시면서 치매란 나을 수는 없어도
좋아질 수는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의사와 가족들의 힘이 요구된다(저자).

엄마의 방

엄마는 밤에 몰래 빠져나가서 빈병을 주워 왔다. 누군가가 내다버린 모조 꽃을 주워서 꽃병에 꽂아두거나 이층 계단 밑에 빈병들을 숨기기 일쑤였다. 나는 빈병 줍기를 계속하면 생활비도 안 주겠다고 협박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박스 줍는 할머니를 도우려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치매 가족이 있으면 가족들의 삶과 정신이 피폐해진다. 가족들의 관심 없이 누군가 혼자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가족 중 책임질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 집의 경우 내가 가장 적합했다. 엄마와 가장 친했고 엄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 사실 딸이 하나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은 쓰레기와 물건을 주워오는 것이 문제지만,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발걸음도 문제였다. 사고라도 날까 봐 늘 조마조마했다. 또 이웃에게 어떤 폐를 끼칠까봐 걱정이었다.

누구는 엄마 집에 밖에서만 열 수 있는 열쇠를 채우라고 했다. 차마 자식으로서 할 짓이 못됐다. 내가 엄마를 모시기로 작정한 이상 최대한 자유롭고 편안하게, 인간답게 살도록 배려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내 우울증으로 인해 본인도 힘들지만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할 수 있다. 특히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더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다. 치매 환자를 위해서도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치매는 나라가 책임지겠다고만 하지 말고 치매 가족의 정신건강도 나라가 챙겨줘야 한다. 치매 간병 가족에게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있다면 치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 가족들은 매일매일 정신이 죽어간다. 치매 환자의 치매 이상행동만큼 가족의 정신도 깊은 시름에 빠진다. 치매 환자인 엄마의 사라져가는 기억력만큼이나 내 몸과 정신은 더 빨리 시들어갔다.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악순환이 사라지지 않으면 서로 행복할 수 없다. 이럴수록 때가 오면 엄마를 좋은 요양원에 모셔야 나도 살고 엄마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힐링 캠프가 요양원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식초와 물을 반반씩 섞어 화장실이며 온 집 안에 분무했다. 집 안에서 냄새가 사라졌다. 경험은 중요한 처방이다. 정말 꿀팁이었다. 환자가 있는 집에는 알게 모르게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우울한 냄새마저 사라지자 집 안이 맑아진 느낌이다.

엄마는 귀신에 쒸인 사람처럼 행동했다. 나를 죽이겠다고 칼을 빼드는가 하면 머리밭에 칼을 숨겨 놓기도 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누구에게 소리 한번 지르지 않던 엄마가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대며 비틀거렸다.

노인인구는 급속히 늘고 핵가족이 정착된 상태에서 자식을 한 둘 밖에 두지 않은 세대는 더이상 치매 가족을 돌볼 사람이 없다.

치매 환자의 기억은 점점 뒷걸음친다. 세상으로보터 도망치려는 것 같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보면 노인대학 갈 시간이데 왜 못가게 하느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늦었다. 본가에 가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엄마에게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했다. 삶의 시간표는 사라졌다. 어쩌면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고 있는듯 했다. 치매 시간이 오면 밤도 낮도 새벽도 없이 행동한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삶.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엄마와의 5년간의 처절한 기록

유현숙 작가의 자전 수기 《엄마의 방-치매 엄마와의 5년》은 치매를 앓게 된 엄마와의 사투에 가까운 5년간의 처절한 기록이다.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이미 필력이 잘 알려진 작가의 글이다. 세밀한 묘사로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상을 영상에 담듯이 생생하게 잘 기록했다. 책을 집어 든 독자는 마치 치매환자를 돌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며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나갈수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의 현명함에 감탄하게 되고 그 인내심과 수고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한가지 독자의 욕심이라면 치매환자를 돌보는데 필수적인 법령, 제도, 자료 등을 첨부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우리나라 치매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80만 명에 이른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까지 합한다면 최소 200~300만 명 내외가 치매로 인해 이런저런 고통을 겪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 엄마가 치매인데 어떻게 하느냐? 우리 아버지가 혼자 계시는데 치매라 어찌할지 모르겠다. 시어머니 치매가 온 것 같다. 이런 소식을 자주 받는다. 이런 분들에게 주워들은 몇마디 단편 지식으로 위로할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

(엄마의 방. 사진=도서출판 창해 제공)

일선에서 치매환자를 매일 접하는 요양보호사나 치매 복지 담당자들도 이 책을 꼭 한 번쯤은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이 책을 읽음으로 치매를 이해하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실로 존경과 찬사를 드려야 한다.

저자 본인도 간병살인까지도 갈 뻔한 무서운 질병이 치매다. 그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치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제고와 함께 정책입안자와 관련 단체 종사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나는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세대는 이 책을 읽음으로 치매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스스로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심신이 건강할 때 건강과 정서를 저축해 두어야 한다. 내가 아닌 가족과 이웃을 위해 치매 예방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