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어르신 '돌아보니 황금빛 내 인생이어라' 자서전 만들어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10.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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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황금빛 내 인생이어라' 자서전 출판기념회. 사진=아산시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아산에 거주하는 어르신 10명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써내려간 글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출판됐다.

아산시는 30일 '돌아보니 황금빛 내 인생이어라'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이 책은 아산시가 어르신들에게 문화 기회를 제공하고 세대 간 공감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자서전 쓰기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아산시 온양4동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 10명은 교육 과정을 포함해 7개월 동안 지난 70여 년의 세월을 글로 적었다.

10편의 자서전에는 어린 시절 6·25를 경험하며 학업을 잇지 못한 아쉬움, 집 없는 설움, 자식을 키워낸 과정 등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돌아보니 황금빛 내 인생이어라' 자서전 출판기념회. 사진=아산시 제공)

"탄광촌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쌀 배급을 주었다. 쌀 배급을 주던 날, 눈이 많이 왔다. 나는 굽이 있는 슬리퍼를 신고 쌀을 받으러 갔다. 뱃속에 아기가 있는데 쌀 50kg을 머리에 이고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왔다. - 백종숙"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겨울만 되면 학생들에게 난로를 필 장작을 가져오라고 했다.…힘들게 마련한 장작 양쪽을 새끼줄로 묶어서 4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들고 가다보면 새끼줄이 늘어나거나 끊어져서 장작이 줄줄 흘렀다. - 이선규"

먹을 것도, 편안하게 누울 공간도, 쉬어갈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 온 평범한 개인의 삶이 모이면서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역사서가 됐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여중에 원서를 내고 시험을 보았다. 합격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끝내 중학교에 보내주지 않으셨다. 정말 서럽고 슬펐다. - 유순옥"

"딸기를 팔러 간 광주는 군인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1980년 광주는 너무너무 무서웠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도로에 서 있고 학생들이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무서웠다. 그래도 딸기는 저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따서 팔아야만 했다. - 장수남"

생각지도 않던 자서전을 쓰게 된 어르신들은 "과거의 기억을 노트에 작성하느라 여러 날 밤잠을 설쳤다. 아프고 슬픈 일을 생각할 때는 한동안 눈물짓기도, 기쁘고 행복했던 일을 생각할 때는 잠시 미소 짓기도 하며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돌아보니 황금빛 내 인생이어라' 자서전 출판기념회. 사진=아산시 제공)

어르신들의 자서전 쓰기를 도운 동화작가 박은자씨는 "예전에는 업적을 남긴 사람들만 자서전을 쓴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눈물이 섞인 다정한 이야기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라고 이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어르신 자서전 사업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세대가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평생학습 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어르신 자서전 '돌아보니 황금빛 내 인생이어라'를 공공저작물로 등록하고 지역 시립도서관 등에 비치해 시민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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