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64] 대학입시

오은주 기자
  • 입력 2021.12.14 11:21
  • 수정 2022.01.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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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현재, 한국문화콘텐츠 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
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2019년 조연현 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콘텐츠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금자씨는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각 대학별 논술과 특수전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새삼스레 추억이랄까, 감회랄까 하는 감정에 빠졌다. 지금은 대학교 3학년과 대학원생이 된 아들과 딸이 치른 4년간의 입시전쟁이 다시금 떠오른 탓이다. 금자씨는 두 살 터울로 아들과 딸을 두었는데, 아들이 재수를 하고 대학입시가 끝나자 작은딸이 고3이 되었고, 그 딸이 또 재수를 하는 바람에 총 4년간 수험생엄마 시절을 보냈다.

그 4년간의 전쟁과도 같은 입학전형을 치르며 직접 가본 대학이 10여 곳이 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한을 그때 다 푼 것도 같았다. 아들과 딸의 입시 때문에 입시설명회부터 논술고사날까지 밟아본 대학교 캠퍼스 땅을 무슨 기라도 받으려는 듯이 소중히 즈려밟은 기억도 있다.

금자씨는 지방 소도시에서 인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의 작은 회사들에서 전문적이지는 않은 사무직일을 몇 년 하다가 결혼을 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울에서 살게 되었다. 지방에선 50대 여성으로 고졸이면 괜찮은 학벌 축에 속했는데 서울에 오니 여자들도 웬만하면 전문대 이상은 나왔고,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많았다. 금자씨는 살아가면서 50대 중반인 또래 중에서 대학을 나온 여자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보인다는 선입견 내지 열등감을 꽤 오랜 시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건축자재 생산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이 조금씩 확장되는 덕분에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룬 지금, 금자씨는 무엇보다 마음이 여유로웠고, 주변의 대학 나온 여자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인정해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 가끔씩 학벌을 내세우며 정체모를 위화감을 주는 여자들도 있긴 했는데, 이젠 웃으며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에 공간이 넓었다.

남편도 “우리 마누라 마음씨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고, 하는 일마다 잘되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여자”라며 금자씨를 떠받들며 사는 중이었다.

방학이라 일찍 저녁밥을 먹으러 온 딸애랑 같이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는데 또다시 대학교 입시 뉴스가 나오면서 대학교 건물들이 화면에 나왔다. 딸애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물었다.

“엄마, 몇 년 전 나 대학교 입시 때 면접 보러 같이 간적 있었잖아. 학교 안에 엄마 차 주차시키고 면접고사장으로 갈 때 왜 그렇게 땅을 조심스럽게 밟고 그랬어?”

“너도 그렇게 느꼈구나. 그땐 나도 모르는 행동이었는데 나중에 스스로 이유를 알게 됐지. 첫째는 네가 입시를 보는 대학이니까 합격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라 저절로 발걸음이 조심스러웠고, 둘째는 엄마가 못 다녀본 대학이라 대학교의 모든 것이 다 멋있어 보여서 사방 구경하느라 그랬지.”

“에효, 울엄마 엄청 소심하셨네. 대학 안 나온 울엄마가 인생살이에 두루 얼마나 현명한지 대학 나온 다른 엄마들보다 훨 낫구만.”

“암튼 나는 울 아들과 딸이 고맙네. 엄마가 못 가본 대학교 캠퍼스를 거의 10군데나 밟게 해줬으니 말이야. 아주 소원 풀었어.”

“울엄마가 이래서 좋아요.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늘 낙관적이시라서요.”

딸애의 낙관적인 해석에 금자씨는 정말 현명한 낙관론자가가 된 듯해서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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