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시문제 오류가 ‘엿 먹어라!’의 어원을 만들었다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12.15 14:52
  • 수정 2021.12.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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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고3 수험생을 둔 본 기자는 ‘합격자 발표 일정이 변경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불수능이라는 오명을 얻은 이번 수능문제에 오류 논란이 있어 합격발표가 늦취지는 것이다. 입시생을 둔 부모로서 귀를 기울이는 대목이었다.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로 인한 성적처리가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간혹 입시문제의 오류가 큰 이슈로 떠오른다. 1점차로 당락이 갈려지는 입시생들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이제나 저제나 합격날짜를 기다리던 차에 입시문제 오류라니... 그러다 문득 ‘엿 먹어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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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 먹어라'어원이 된 기사, 1964 서울 중학교 입시문제 오류에 대해 항의하는 학부모)

입시문제 오류가 낳은 ‘엿 먹어라’의 어원을 찾아서

현재는 남을 비난 할 때 쓰는 ‘엿 먹어라’는, 1964년 서울 중학교 입시 자연과목 18번 문제에서 사건의 발단이 시작됐다.

문제 :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였다.

보기 : 1번 디아스티제, 2번 꿀, 3번 녹말, 4번 무즙이었다.

이 문제의 답은 1번 디아스티제였고, 불합격생의 부모들 중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들어있음을 확인하고는 실제로 무즙으로 엿을 만들었다고 한다. ‘무즙’으로 답을 써서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 학생의 부모들이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부모들은 자식문제에 있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지금 같았으면, 이번 수능문제 오류소송처럼 법정으로 가져가면 되겠지만, 그 당시는 ‘법’보다, ‘엿’이 가까웠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입시 담당기관에 찾아가 엿을 던지며 이렇게 외쳤다.

"엿 먹어라! 이게 무로 쑨 엿이다"

결국 교육감과 문교부 차관 등이 사표를 냈고,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 38명이 정원 외로 경기중학교 등에 입학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때부터 ‘엿 먹어라’는 비난의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어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전하고 있다.

올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정답 처분 취소

올해 입시문제 오류는 15일 오후 2시에 판결됐다. 수험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대한 정답 처분이 취소됐다. 출제 오류가 인정돼 이 문제는 전원 정답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아이의 성적은 문과생이라 별 차이는 없겠지만, 생명과학Ⅱ를 시험 본 학생과 학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다. 수능시험 한 문제가 대학 합격을 좌우 할 수 있는 소중한 점수이다. 어쩌면 인생의 항로가 바뀔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한 표의 소중함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
프랑스 에펠탑 보존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 총수 선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 표의 차이로 대단한 결과를 만들 낸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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