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의 삶의 연료는 ‘사랑’

박애경 기자
  • 입력 2021.12.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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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불운이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보세요”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불행이 닥쳤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을 때, 세상이 나에게 너무나 잔인하게 굴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설교나 훈계 또는 가르침이 아닌 존중과 공감으로 풀어내는 책이 있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에디 제이쿠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원제: The Happiest Man on Earth)>이다.

에디 제이큐는 1920년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그는 19살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에 있는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수십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인물이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서 가족들과 상봉하고 짧은 시간 동안 숨어 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웃의 밀고로 다시 체포되어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생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자전적 회고가 담긴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나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에디트 에바 에거의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등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쓴 작품과는 달리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저자 에디 제이쿠는 정신과 의사도, 교수도, 지식인도 아닌 기계공 출신으로 자신이 겪은 일을 그저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해 논평하거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 그저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경험은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것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우정, 사랑, 증오, 배신, 고통, 역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회고록 3분의 1가량은 아우슈비츠 체험담으로 채워져 있다.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수용소 안에서 나치 간수가 되어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나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후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다 오히려 다리에 총을 맞고,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가 이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참혹한 일을 겪은 사람답지 않게 저자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말한다. 사랑과 우정, 친절과 희망,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우리 삶의 연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우리에게 그 어떤 훌륭한 위인이 들려주는 지혜보다 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 저자 에디 제이쿠는 올해 2021년 10월 시드니에서 세상과 작별했다.

그는 책의 가장 앞머리에서 무명작가의 글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뒤에서 걷지 마세요. 이끌고 싶지 않아요.

앞에서도 걷지 마세요. 따라가고 싶지 않아요.

나란히 함께 걸으며 친구가 되어주세요.”

사진=동양북스 제공
사진=동양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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