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홍합 한 그릇 값’…재미동포가 보내온 손편지와 2천달러 기부금 화제

송선희 기자
  • 입력 2021.12.28 17:07
  • 수정 2021.12.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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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송선희 기자]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직장에서 은퇴할 날을 기다리는 A씨(72세)가 가난했던 고학생 시절 값을 치르지 않고 홍합 한 그릇을 내어준 아주머니에게 죄책감이 담긴 손편지와 함께 “50년 전 홍합 한 그릇 값”이라며 미화 2천 달러를 보내와 화제다.

A씨의 편지와 돈은 한국에 거주하는 친구 B씨에 의해 지난달 12일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전달됐다.

“미국에 사는 친구 부탁”이라며 친구 B씨가 놓고 간 노란 봉투에는 2천 달러 수표와 “존경하는 신촌파출소 소장님께”로 시작되는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편지에 따르면, A씨는 1970년대 중반 강원도 농촌에서 서울로 올라와 신촌에서 고학생으로 어렵게 살고 있었다. 어느 겨울 밤 A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귀가하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보았다.

너무 허기졌던 A씨는 아주머니들에게 "돈은 내일 갖다 드리겠다"며 “홍합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주머니 한 분이 선뜻 리어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내주셨다. A씨는 고마운 마음을 품은 채 홍합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긴 했지만, 다음 날에도 돈이 없었던 그는 결국 돈을 갖다 드리지 못 했다.

그 후 A씨는 군대에 입대했고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 50년간 항상 "그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는 죄책감이 마음의 빚이 되었다.

A씨는 삶을 되돌아보는 나이에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그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A씨는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다"며 "너무 작은 액수라 부끄럽지만, 그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홍합 한 그릇의 빚을 갚는 심정으로 보내게 됐다"고 편지 봉투에 2천 달러 수표를 동봉했다.

A씨는 당초 자신의 돈을 조용히 처리해 주기를 원했으나, 신촌지구대 황영식 대장은 선행에 감동해 익명으로나마 이 같은 사연을 알릴 수 있도록 설득했고, 28일 오전 10시30분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2천 달러를 환전한 226만6436원을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회에 기부했다.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는 A씨가 전달한 편지/사진=서울경찰청 제공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는 A씨가 전달한 편지/사진=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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