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㉟] 시공간을 잇는 아름다운 이음새, ‘커넥팅 CONNECTING 아름답게, 전통을 이어 일상으로’展

천건희 기자
  • 입력 2022.01.20 17:26
  • 수정 2022.01.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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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 창립 20주년 기념 특별전, 부산 F1963 석천홀에서 2월 13일까지 이어져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격조 있는 우리 전통과 품위를 만나는 전시였다. 아름지기의 첫 국내 순회전시 <커넥팅 CONNECTING 아름답게, 전통을 이어 일상으로>展을 부산 F1963 석천홀에서 지난 1월 12일 관람했다.

‘아름지기’는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현대의 생활문화로 승화시켜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세워진 비영리 문화단체다. 2001년 평택 원정리 마을의 훼손된 정자나무 주변 정리를 첫 사업으로, 활동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아름지기는 2004년부터는 의식주를 주제로, 해마다 쓰개, 목공예, 포 등 전통 소재를 하나씩 정해서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현대 디자이너들의 창조적 계승 정신이 담긴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시를 했다. 서울 5대 궁궐 안의 세련되고 보기 좋은 안내판 디자인 개선도 아름지기 활동성과 중 하나이다.

아름지기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작년에 통의동 사옥에서 총 18회에 걸쳐 소개한 기획전시의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펼쳐놓은 특별기획전 <홈, 커밍 HOMECOMING> 전시를 열었다. 좋은 전시를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부산에서 순회전시를 만나 반가웠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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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F1963’은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고려제강의 넓은 수영공장을 ‘2016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재생 건축으로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장의 설비라인이 있던 곳은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석천홀이 되었고, 갤러리, 예술 전문 도서관, 금난새 뮤직 센터, 서점 등의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F1963’ 입구는 옛 공장 바닥의 콘크리트를 잘라 디딤돌로 만들었다는 맹종죽 대나무 숲길이 있다. 바람에 댓잎 흔들리는 정취를 느끼며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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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홀에 들어서니 온지음 집공방에서 복원한 이문(里門/마을 입구에 세운 문)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한편에는 아름지기 20년의 전시 이력이 소개되어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 90여 분이 만든 작품 400여 점이 길게 뻗은 620평의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 대표 참여 작가로는 패션디자이너 진태옥, 정욱준과 도예가 황갑순, 권대섭, 그리고 가구디자이너 박종선, 하지훈, 전통 의식주 분야는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에 속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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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은 의, 식, 주의 주제를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조선후기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 속에 있는 삼회장 저고리에 속옷을 여러 겹 껴입어 배추처럼 부풀린 보라색 치마가 복원되었고, 고구려 동암리 고분벽화 속 화려한 격자무늬 의복도 되살아났다. 온지음 옷공방이 재현한 영조대왕의 도포는 고운 옥색으로 속이 비치는 것이 마치 잠자리 날개같이 정교하고 곱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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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무명천으로 만들어진 1인용 해가리개(그늘막)와 옹기항아리, 술잔으로 꾸며진 풍경은 옛 선인들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양반가의 안방과 사랑방에 놓였던 보료는 소파 쿠션과 침대 매트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의 제사상 테이블은 평소에는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큰 제기를 사용해 제기 수를 줄였다. 전통 공예를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디자인들은 과하지 않는 절제미와 세련미가 느껴져 눈길이 한참 동안 머물렀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아름지기와 200여명의 장인, 공예가, 디자이너들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재현하고, 재해석한 작품들이 뉴욕과 런던 등 세계 곳곳에서도 전시되고 있다니 자랑스럽다.

석촌홀 뒤에 꾸며진 유리 온실은 예술 서적이 비치된 공간이다. 전시 관람 후, 자연이 어우러진 유리 온실에서 아름지기 브랜드 북 『CONNECTING』을 구입해 읽었다. ‘아름지기’는 지난 20년간 소중한 전통문화 지킴이 역할을 꾸준히 해 왔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문화의 가치를 세계로 나누고자 노력하는 아름지기의 꿈을 응원한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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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 고문인 이어령 선생님이 축사 글에 인용한 정조대왕의 말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수원 화성을 정말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정조대왕께 신하들이

“무릇 성이란 튼튼하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왜 자꾸 아름답게 만드시려고 고생을 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그 때 정조대왕이 말씀하시길

“어리석은 자들아, 튼튼한 것이 힘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힘이니라”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아름지기 특별전 <커넥팅 CONNECTING>은 부산 F1963 석천홀에서 2월 13일까지 이어진다. 복합문화공간 ‘F1963’은 부산에 자주 오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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