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84] 터키 '카파도키아' 가는 길 6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2.28 11:43
  • 수정 2022.02.28 11: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키 '카파도키아 가는 길'

“진작 여기에 와 봤더라면
굳이 달에 갈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죠.”
- 닐 암스트롱

(카파도키아 가는 길. 촬영=윤재훈)
(터키 카파도키아 가는 길.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한국인을 “칸 카르페스(혈맹의 친구)”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사는 곳, 밤새 버스는 그 대륙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한없이 달려간다.

역사적으로는 과거 <히타이트> 시대부터 시작해, <페르시아, 고대 로마제국, 동로마 제국>의 흥망성쇠가 거듭되어도 꾸준히 사람들이 살았던 ‘카파도키아’,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지점 중 하나로 대상들이 머물다가 가는 지역이었으므로 더욱 흥성거렸을 것이다.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여명 속을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이내 한숨을 토하듯 멈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유명한 관광지에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다. 문이 열리자 겨울 찬바람이 쏴, 하니 밀려 들어온다. 길가 벌판 위에 덩그러니, 나만 남겨두고 떠나버리는 버스는 미련 없이 떠나는 여인 같다.

당연히 어디 터미널에 들어가 내려주고 갈 줄 알았는데,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더욱 난감하다. 혹시 다른 곳에 내려주고 간 것이 아닐까?

이 추위 속에 어디로 가지?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치는 가운데, 옆을 보니 언제 나타났는지 어리숙하게 보이는 사내가, 내 트렁크를 끌고 간다. 엉겁결에 날도 춥고 하여 무작정 그를 따라가는데, 그제서야 왼쪽으로 건물이 하나 보였다. 터미널에 근무하는 사람일까?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우선 추워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혼자 있으면 한참을 헤맸을 것 같다.

(군사 강국 터키. 촬영=윤재훈 기자)

아직은 어둑한 건물 안에 늘어서니 멀리 몇 개의 매표소가 보였다. 아마도 버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다음 지역을 가기 위해 겨울 찬바람 속에 쓰레기를 버리듯 던지고 간 모양이다. 매표소는 불이 꺼져 있었고, 터미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네브셰히르(Nevsehir) 오토가르 고속버스 정류장>이란 글자가 보였고, 벽에 걸린 시계는 6시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어 사람이 서성이는데, 영어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괴뢰메 가는 차는 물어보니, 7시나 7시 반에 있다고 하는 것 같다. 괴뢰메는 여기서 멀지 않는 카파도키아 지역으로 인구가 4~5천 명 정도 된다.

(괴뢰메 행 버스. 촬영=윤재훈)
(괴뢰메 행 버스. 촬영=윤재훈 기자)

갑자기 시커먼 사내가 와 살갑게 하면서 영어로 묻는다. 국적을 묻고 한국인이라고 하자 갑자기 한국어로 인사를 하며,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듯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건너편 통로 쪽으로 가는데, 양쪽으로 8개 정도의 작은 여행사들이 있다. 아직 새벽이라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는데,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여행사로 들어간다. 늙수그레한 남자들 두 사람이 앉아 있는데, 그가 운영하는 곳 같았다.

유리창에 어느 한국인 아가씨가 써주고 간 후기가 있는데,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거기서 투어 신청을 안 할 것 같자 아까와는 행동이 달라지는 듯하다. 여기서 투어 신청을 한 사람들만 자기 차로 괴레메에 있는 숙소까지 픽업해준다고 한다.

그를 보니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그만 진득하게 초행길의 여행자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며, 고마워서라도 조금 비싸도 이용할 수 있을 텐데. 뒤에 알고 보니 이런 호객꾼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네 여행사와 계약한 호텔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네브셰히르 터미널에서 괴레메 중심까지는 25km 정도 거리로, 2019년 2월 기준으로 택시요금이 90리라(약 18000원) 정도 나온다.

(소박한 물건들. 촬영=윤재훈)
(카파도키아, 소박한 물건들. 촬영=윤재훈 기자)

날이 점점 환히 밝아오자 터미널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플랫폼에 20대 초반쯤 보이는 훨칠한 키에 청년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9세로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어떻게 괴뢰메까지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대합실을 오가는 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터미널 왼편 공터로 나가라는 것 같았다. 그곳 정류장에는 많은 버스가 서 있었는데, 대부분 괴레메로 가는 것 같았다. 세르비스 버스는 2.5리라이고, 돌무쉬(소형버스)는 2리라이다.

만약 카파도키아를 가게 된다면, <네브세히르> 정류장에서 내려 터미널 왼쪽으로 나가 즐비하게 서 있는 <괴뢰메>로 가는 돌무쉬를 타면 된다. 어디를 가나 초행길은 헤매게 된다. 하물며 외국에서 나가서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것 역시 여행의 일환으로 즐겨야 한다. 다 지나놓고 나면 추억이 된다. 그런 일이 있을수록 오래도록 기억에 또렷이 남아, 아련한 풍경으로 남는다.

터키는 특히나 고속버스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 회사는 자체적으로 손님들을 특정한 장소까지 태워다주거나 무료셔틀버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를 <세르비스>라고 한다.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돌무쉬에 탔다. 10여 분쯤 가니 시내가 나와 여기인 줄 알았는데, 학생이 함께 내려 다른 버스를 타야 된다고 한다. 아마도 이 버스는 노선이 다른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함께 사진은 찍고 페이스북 주소를 받고 있는데, 버스가 와 못 받고 온 게 못내 서운하다. 시내버스 뒤에는 짐칸이 있고 차장이 캐리어를 실어준다

(집 뒤로 우후죽숙 솟은 버섯 바위들. 촬영=윤재훈)
(카파도키아, 집 뒤로 우후죽숙 솟은 버섯 바위들. 촬영=윤재훈 기자)

“진작 여기에 와 봤더라면 굳이 달에 갈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죠.”
-닐 암스트롱

10여 분쯤 더 가니 멀리 건물 위로 우뚝우뚝 솟은 기둥들이 보인다. 드디어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모양이다. 괴뢰메 정류장에서 내려 지도를 보니, 호텔까지는 3분 거리이다. 호텔 앱을 열어보니 그 일대가 대부분 숙소촌인 듯했다.

특히 여행자들이 많이 머무는 <괴레메(Göreme)>라는 지명은 터키어로 ‘볼 수 없는 곳’, ‘봐서는 안 될 것’이라는 뜻이 있는데, 실제로 이 마을은 그리스어로 ‘Κοράμα(코라마)’라고 부르던 곳이다. 1923년 터키 독립전쟁 이후 그리스로 쫒겨난 원주민들의 자리에 터키인들이 이 마을을 차지하고 이주하면서, 비슷한 발음인 괴레메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 시대 ‘숨어 사는 사람들의 절실함’과 ‘찾기 힘든 곳’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그만큼 이곳은 전쟁이 끊이지 않은 땅으로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사실 실크로드 길목이라 강대국들에게는 꼭 필요한 땅이었을 것이다.

​(‘개구쟁이 스머프’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촬영=윤재훈)​
​( 카파도키아, ‘개구쟁이 스머프’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촬영=윤재훈 기자)

카파도키아는“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땅”
고대 페르시아어로는“아름다운 말馬들의 땅”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4~13세기에 걸쳐 건립된 기암마을들을 일컫는 지역명으로. 어원은 고대 루위어 또는 친족 관계인 히타이트어로 ‘아래 땅’이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는 과거 히타이트 시대부터 시작하여 페르시아, 고대 로마 제국, 동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거듭하여도 꾸준히 사람이 살아왔다.

카트파투카(kat-patuka, Katapatuuka)라는 명칭을 그리스어로 음차한 카파도키아(Καππαδοκία)에서 비롯되었으며, 현대 터키어로는 카파도키야(Kapadokya)라고 읽는다.

예전에는 소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지역으로, 오늘날 터키의 카파도키아(Kapadokya)에 해당된다. 중앙 아나톨리아(소아시아) 고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곳은 실크 로드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근대까지도 대상의 행렬이 이어졌다.

대규모 기암괴석 지대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불가사의한 바위들이 솟아있다. 적갈색, 흰색, 주황색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있는데, 이것은 수억 년 전에 일어난 대규모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용암이 수백 미터 높이로 쌓였을 것이다. 마그마 분출로 만들어진 용암 바위 주위로 폭발 후폭풍인 화산분진이 내려앉아, 응회암으로 굳어져 둘러싸였다.

응회암은 화성암에 비해 경도가 약하기 때문에 쉽게 풍화에 깎여나가, 기기묘묘한 카파도키아 지역 특유의 버섯바위 들이 만들어졌다.

(카파도키아, 삼 형제 바위. 촬영=윤재훈 기자)

파샤바 계곡은 거대한 버섯을 닮은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중 가족 바위 또는 삼 형제 바위는 1957년 <톰과 제리>를 제작한 미국의 해나 바베라에서 1981년에 제작한 텔레비전용 애니메이션 시리즈 ‘개구쟁이 스머프(프랑스어: Les Schtroumpfs, The Smurfs)’에 영감을 주었으며, 벨기에 작가인 페요(Peyo, 본명:Pierre Culliford 피에르 컬리포드)가 만들어낸 만화 캐릭터들을 지칭한다. 스머프의 키는 사과 열매의 길이와 동일하며 피부는 파란색이었는데, 엉덩이에 토끼와 같이 꼬리가 달려 있으며, 버섯으로 된 집에 산다.

프랜차이즈 창작자로 가장 유명하며,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의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도 이곳에서 스타워즈를 촬영하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터키 정부가 허가해주지 않아 이곳을 모델로 튀니지에 세트장을 만들었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