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리빙랩 좌담회]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2부.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3.29 14:26
  • 수정 2022.03.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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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리빙랩 좌담회]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
2부.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돌봄리빙랩 좌담회,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돌봄리빙랩 좌담회,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시니어의 행복한 삶’, ‘놀고 즐기고 향유하는 시니어의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22년 3월 22일 제1회 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정책좌담회에서는 “놀고 즐기는 시니어의 행복한 삶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시니어의 놀이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공공기관, NGO, 지역활동가의 좌담회가 열렸다. ▲박경하 양산 YWCA 사무총장 ▲고갑준 아자학교 대표 ▲정나나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은 각자 맡은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돌봄사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사회는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아 진행했다.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 1부는 진단과 과제에 이어 2부는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지금 새로운 관점에서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분들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시니어의 행복한 삶’은 저희 같은 정책연구자들과 정부와 현장 실무자 간의 협업으로 시니어 놀이문화 2.0을 만들어 내야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니어들이 놀고 즐기는 주체가 되기에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시니어가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내가 공동체의 중심이며, 주인공이다. 내가 주류이며, 스타이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테마파크에 시니어를 위한 놀이기구를 만들자!

성지은 ‘놀고 즐기고 향유하는 시니어의 삶’을 위한 아이디어는?

(고갑준 아자학교 대표.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고갑준 아자학교 대표 시니어들이 먼저 ‘내가 주체’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시니어를 위한 놀이시설들이 부족하다. 놀이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두근거림’인데, 롯데월드와 같은 테마파크에 시니어들을 위한 놀이기구는 없다. 그 이유는 놀이시설의 대부분이 빠르고 회전이 너무 급격하기 때문이다. 만일 반 이상 속도를 낮추고, 시간을 조절하면 시니어들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민간기업들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시니어들을 위한 시설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하시만 놀이기구를 공공재로 본다면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시니어들은 놀이공원을 찾지 않았고, 찾아도 구경꾼에 불과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문제에 소홀해 왔다.

성지은 테마파크의 놀이시설들이 시니어를 위한 시설로 거듭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한가?

고갑준 시니어들을 위한 놀이시설들을 만들려면, 공공기관이 정책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민간부분에서는 자본과 이익의 논리에 의해서 할 수 없다. 시니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와 요일을 정하는 방법이 있다. 공공이 보조도 해주고, 사회공헌차원에 민간과 시니어복지 기관들이 자매결연을 맺어서 진행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시니어들은 컴퓨터는 싫어 할 거야”

성지은 즐기고 놀고 향유하는 시니어들을 위한 핵심 과제는?

(정나나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정나나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 ‘여가’의 순기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니어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큰 오류 중의 하나가 ‘노인은 이것은 못 할 거야, 싫어할 거야’라고 생각해서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똑같은 윷놀이를 해도 ‘변형이 된 건 재미없을 거야, 어려워할 거야, 싫어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지 프로그램을 제공해도 ‘시니어들은 컴퓨터는 만져본 적도 없어서 전혀 못 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다. 피자와 햄버거를 즐기고, 좋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놀이문화는 시니어들에 대한 니즈를 사전에 분석하고, 시니어들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여가 활동을 만들 것이가?에 대한 고민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먼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노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시니어는 남·여 구별이 없다?

성지은 시니어들을 위해 어떤 놀이를 생각하는가?

책읽어주는 할머니2
(책읽어주는 시니어 재능기부. 사진=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제공)

정나나 시니어들을 남녀 구별 없이 하나의 젠더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제3의 성’이라고 이야기할 때, 여성과 남성 그리고 중간의 젠더들을 주로 시니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성 시니어들은 여성스러워지고 싶어 하고, 남성 시니어들도 남성스러워지고 싶어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희가 고안했던 것은,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 시니어들은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유치원의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 구연동화를 하면서 스스로 말하는 즐거움과 손주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됐다.

또한 남성 시니어들은 남성다움을 유지기위해, 취약한 커뮤니티 부분을 해결하고, 지역사회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팔십 평생 내가 주인공이 된 적이 처음”

성지은 시니어들이 주인공이 되는 놀이문화는 무엇일까?

(마을축제 추억의 사진 전시회. 사진=아자학교 제공)

고갑준 15년간 전국에 마을 축제를 많이 만들었다. 시니어들이 참여하는 마을축제를 만들려고 애를 썼다. 자장가를 잘하는 시니어, 다듬이 소리를 잘 내는 시니어, 이분들이 마을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모든 주민들에게 소리 흉내를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축제가 끝나고, 한 시니어가 “팔십 평생 내가 주인공이 된 적이 처음”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또한 마을 집집마다 나름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한 장씩 받아 확대해서, 마을입구에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사진속의 추억을 본인이 이야기하게 했다. 이 전시회는 마을 사람들이 전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추억의 보따리들을 내 놓는 무대를 만들었다.

‘시니어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자!

성지은 시니어들이 놀이의 주체가 된 사례는?

(박경하 양산 YWCA 사무총장.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박경하 양산 YWCA 사무총장 놀이는 ‘함께 한다’는 점에서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필요 없다. 놀이를 할 때는 함께하기 때문에 누가 주인공이 되고, 누가 참여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니어들이 스스로 참여할 공간과 시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시니어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시니어들만의 특정한 공간을 원한다. 그래서 양산에서 리빙랩을 했을 때, 공원이 지역 시니어들만의 거점 공간이 됐다. 본래 공원이 이 지역에서는 약간 소외됐던 공간이다. 쓰레기가 날아다녀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공간이었다. 이젠 시니어 리빙랩을 통해서 문화가 함께하는 공원으로 변모했다.

지역 시니어들은 하루 일과 중에서 나의 심심한 시간을 공원에 가면 내 시간을 즐겁게 보낼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성지은 ‘시니어들만의 아지트’ 공원을 만들 때 어려웠던 점은?

(어르신 토론문화 만들어요. 사진= 양산 YWCA 제공)

박경하 시니어들이 요즘에는 소통 문화를 많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소통이 잘되는 세대는 아니다. 먹고사는 게 바빴고,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수평적인 문화, 소통문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시니어들과 놀이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니어들 간의 소통이 먼저 이루어져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니어들이 모여서 싸우지 않고, 남의 말도 잘 들어주고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시니어들과 함께 ‘민주적인 토론문화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공원에 있는 시니어들, 리빙랩에 관심이 있는 시니어들을 모았다. 내 이야기만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도 들어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공원에 나와서 뭘 하는지를 한번 들어보자는 취지로 토론문화를 만들어 갔다.

성지은 시니어들의 토론문화가 어떤 놀이문화를 만들었나?

박경하 토론을 이어가면서 시니어들이 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예전에 즐겼던 놀이를 다시 재구성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르쳐주고 흥미를 갖고 함께 참여할까?”는 주제로 토론은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시니어들이 협력적인 구조가 스스로 만들어져갔다. 그렇게 스무가지의 놀이를 다양한 세대들이 모이는 시간대에 공원에서 펼쳐냈다.

토론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놀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각자 집에 있는 놀이 도구들이 나오고, 스스로 놀이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실과 바늘, 모래를 구해왔다. 시니어들이 투호놀이를 위해 양산천에 가서 막대기, 지푸라기, 썩어가는 나무들을 가져와서 다듬었다. 혹시 어린아이가 만졌을 때, 손에 가시가 배어서 찔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면서 하나의 놀이를 완성해 나갔다.

‘잘 놀고 있나요?’...먹고 살 걱정부터 덜어야

성지은 시니어들의 놀이문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정나나 우리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도 아이가 건강한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것으로 ‘잘 놀고 있나요?’라고 먼저 물어보게 된다.

이 ‘논다’라는 것은 결국 건강함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돼야 한다. 시니어들이 내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거나 불편함이 있었을 때는 노는 것은 그다음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노인복지 전반에서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저는 치매 시니어들하고 함께하면서 조금 불편하고, 실수가 있다고 해서 격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시니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는 분들한테 이런 부분을 조금 더 간곡하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

“내가 먼저 즐거워야 모두가 즐겁다”

성지은 오늘 ‘시니어들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를 고민을 했다. 중요한 점은 ‘놀게 한다’, ‘뭐 한다’ 이런 개념의 수혜적 관점이 아니라.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먼저 즐거우면 다 즐거운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시니어가 아닐진대 ‘어떻게 놀고 즐기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고, 선을 넘어가는 생각일 수도 있다. 저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내가 즐거워야 한다’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이 모두 즐거워야 한다’

제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요즘 좀 행복하다. 그래서 그 남은 에너지를 시니어들한테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제가 우선 행복해야 하니까 남의 행복을 생각하게 됐다.

성지은 시니어인 나에게 한마디. 앞으로 계획은?

박경하 “살아 있는 동안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만들어 보고 디자인해가면서 행복한 삶을 만들자!”

정나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열린 생각과 건강하자. 내가 즐거운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열정을 갖자!”

고갑준 “지금처럼 농사짓고, 놀이 활동을 하면서 잘 살자!”

성지은 “지은아! 네가 이때, 지금 이 좌담회 할 때 사랑 많이 받았지? 그 받았던 사랑으로 이 좌담회를 준비했잖아. 그래서 우리 정말 더 재미나게 한번 만들어보자. 그 나이 때 행복하지? 지금도 행복하지?”

(돌봄리빙랩 좌담회,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돌봄리빙랩 좌담회, 시니어, 어떻게 놀고 즐길 것인가?.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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