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9시까지, 달빛과 조명의 어울림 전통가옥 무료관람
- 봄꽃향기 만발한 한옥에서 고관대작의 한옥 주거생활 엿봄
- 5~7월 매주 금요일 ‘한옥콘서트’...전통·퓨전국악, 포크팝, 재즈 등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되면서 달빛에 젖은 ‘남산골한옥마을’ 밤마실을 갈 수 있게 됐다.
조선시대에 ‘남촌’으로 불렸던 남산일대는 신선이 사는 곳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자연을 벗 삼아 가난하지만 독서를 좋아하고 선비정신을 갖춘 ‘남산골 선비’들이 모여 살던 문기(文氣)가 가득했던 곳이 바로 남산골한옥마을 일대이다.
서울시는 도심 속 전통문화공간인 ‘남산골한옥마을’ 의 전통가옥을 지난 16일부터 시민들에게 전면 야간 개방을 했다. 2020년, 야간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후 6시까지 단축운영을 시행한 후 2년여 만에 저녁 9시까지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게 됐다.
5인 소유의 ‘남산골한옥마을의 전통가옥’들
구한 말, 신분과 직책이 달랐던 5인이 소유했던 가옥은 서울시 민속문화재들로, 주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한옥구조를 실감할 수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서울시 민속문화재 제20호)>은 경복궁 중건공사에 참여했던 도편수(목수의 우두머리) 이승업의 집이다. 도편수가 자신이 거주할 집을 어떠한 기술로 정성들여 지었는지 살펴본다면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삼청동 오위장(五衛將) 김춘영 가옥(서울시 민속문화재 제8호)>은 1890년 건립된, 궁궐을 수호하는 무관의 집이다. 이 가옥 역시 사고석과 전돌을 높게 쌓은 화방벽으로 보안을 신경 쓴 것이 특징적이다.
<관훈동 민씨 가옥(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8호)>은 민영휘와 민씨 일가가 거주했던 저택의 일부이다. 보통 서울지방 안채는 안방 앞쪽에 부엌을 둬서 ‘ᄀ자형’으로 꺾어 배치하는 편인데, 이 집은 드물게 부엌과 안방을 나란하게 놓았다.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서울시 민속문화재 제24호)>은 순종의 장인이었던 윤택영이 지은 가옥이다. 사당은 1960년 4·19혁명 때 불에 타서 없어졌던 것을 복원했으며, 사당 앞에 두 단의 석축(石築)을 쌓아 화계(花階)를 구성했다.
<옥인동 윤씨 가옥>은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였던 윤덕영의 가옥이다. 간소하게 민도리집을 채택하였으나 안채 앞쪽은 일반 민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기둥머리에 익공(翼工)을 치장하는 등 건축구조와 세부기법은 당시 최상류층 주택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 전통가옥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가옥이 갖는 특징인 그곳에 살았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조선시대 한양 고관대작들의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다.
지치고 우울한 시민들에게 설레는 4월의 봄밤, 달빛 아래의 고즈넉한 한옥에서 즐기는 산책은 퇴근 후 시민들에게 일상 속 평온한 ‘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봄을 알리는 살구꽃부터 매화꽃까지 남산 가득 만발하여 남산골한옥마을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피로회복 장소로 기대된다.
5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초롱불 켜놓은 전통가옥에서 전통·퓨전국악, 포크팝, 재즈 등의 공연이 어우러진 소규모 ‘한옥콘서트’가 개최되어 시민들을 찾아간다.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전통가옥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그밖에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이 포함된 전통정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