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돌봄이 필요하다④] “작업치료사가 뭐예요?”...중풍환자 스스로 밥을 떠 먹을 수 있게 한다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5.18 10:19
  • 수정 2022.05.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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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작업치료사 직접 고용으로 돌봄서비스 차별화
작업치료사, '의료'에서 '돌봄' 영역으로 확대, 사회적 책임에 동참
보건-복지 통합 관리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필요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신지희 작업치료사. 사진=서울사회서비스원 제공)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신지희 작업치료사. 사진=서울사회서비스원 제공)

'작업' - 익숙하지만 낯선 개념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외국에 출입국할 때 만나는 ‘Occupation’이라는 단어는 직장이 아니라 직업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Occupational’이라는 단어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작업(作業)으로 번역하고 있다. 미국의 작업치료임상체계(OTPF: Occupational Therapy Practice Framework)에서는 작업의 영역을 인간 삶의 기본인 수면과 식사를 하고 옷을 입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상생활 뿐아니라 교육, 여가, 사회적 참여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작업 활동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저하된 사람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직업이 작업치료사이며, 일본에서는 작업요법사, 영미권에서는 Occupational therapist로 불리운다. 

치료에서 돌봄분야로 확대

우리 사회에 아직 낯선 직업인 작업치료사를 서울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에서는 돌봄종사자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작업치료사의 전문서비스를 통하여 돌봄서비스를 세분화하고 나아가 전체 지역사회의 돌봄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시도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산업과 작업치료사는 연관 관계가 깊을 수 밖에 없지만, 그동안 작업치료사 분야는 소극적으로 결합되어왔다. 요양병원 인력가산점 제정 때도 물리치료사와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은 고용 시 가산점을 부여받고 있지만 작업치료사는 아직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치료사는 재활치료 영역만으로도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 그동안 돌봄 분야까지 신경 쓰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시대적 조류에 맞춰 향후 요양병원 인력가산점제에도 작업치료사가 포함돼야 균형이 맞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 김슬기 사무총장은 “팬데믹으로 돌봄분야가 관심을 받으면서 작업치료사들도 많은 인식개선을 했다. 작업치료사가 의료분야의 '치료'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 분야의 '돌봄'의 영역으로까지 확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대한 작업치료사 협회 제공)
(작업치료사 활동 모습. 사진=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제공)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다른 점

서사원의 주 구성원이 활동지원사와 요양보호사이기에 작업치료사의 역할 구분이 궁금하다면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의 차이를 이해하면 빠르다. 물리치료사는 화장실까지 가게 하도록 만들어주는 일이라면 작업치료사는 화장실에서 원하는 무엇을 하도록 해주는 일이다. 물리치료사가 손가락의 근육을 키워주는 역할이라면 작업치료사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역할이다. 물리치료는 신체의 치료에 국한하지만 작업치료는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치료까지 수행한다.

치매환자가 많은 돌봄서비스의 관점에서는 물리치료사보다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2005년부터 대한작업치료사협회는 대한치매협회와 함께 고령자치매작업치료 교육 과정을 개설하여 지역사회 치매환자를 위한 전문교육을 진행해왔다. 노인성 질환인 치매의 경우 지역사회적 접근 및 전달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작업치료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예방 및 인식 개선 교육, 치료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센터에는 의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작업치료사가 법적 필수인력으로 포함되어 있다. 

429일에는 퇴임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작업치료사는 앞으로 전문요원 자격으로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정신질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신체·정신적 기능을 향상하는 작업치료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 

(작업치료사 활동 모습. 사진=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제공) 

요양보호사와 작업치료사의 CO-WORK = 통합돌봄서비스

요양보호사와 작업치료사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전혀 별개의 영역이지만 돌봄이라는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과 도움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요양보호사가 생활 속 보호의 영역이라면 작업치료사는 일상 속 치료에 방점을 둔다. 작업치료사의 존재로 요양보호사의 부담이 한 층 덜어진다. 간혹 환자 보호자가 요양보호사의 업무 밖에 있는 재활치료를 부탁할 경우에는 난감한 경우가 있다. 

서사원에서 작업치료사의 역할은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에게 인지치료에 대한 교육을 하고,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직접 나서기도 한다. 작업치료사는 인지전문가로서 치매 환자의 치료방법을 현장에서 맞춤형으로 개선해준다. 이렇게 현장에서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통합돌봄서비스라고 한다.

통합돌봄서비스는 시너지의 극대화다. '보건'과 '복지'가 비로서 결합되는 서비스다. 더군다나 요양보호사의 연령층은 높은 반면 작업치료사의 연령층은 낮다. 돌봄서비스 산업에서는 젊은 피의 수혈이다. 작업치료사는 3, 4년제의 관련 학과 대학을 졸업해야만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사회복지사처럼 신중년의 일자리로 열려있지 못한 점은 아쉽다.

노인과 장애인의 활동성을 늘리고 일상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돌봄 인력 역량이 중요하다또 이의 해결책으로 작업치료사 투입이 필요하나, 민간기관에서는 여러가지 여건으로 고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실상이다. 따라서 서울사회서비스원의 작업치료사 직접고용은 선도적이라 할 수 있다. 향후 공공요양돌봄 서비스기관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시 모범적 본보기가 되리라 평가 받는다. 

(작업치료사 활동 모습. 사진=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제공)
(작업치료사 활동 모습. 사진=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제공)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통합돌봄서비스 필요

2019년부터 서울사회서비스원에 합류한 신지희 작업치료사작업치료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역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경험담을 말한다. 처음에는 작업치료사가 뭐예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는 신지희 작업치료사는 요양보호사님들이 제가 방문 다녀간 뒤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기존 의료기관에서의 근무보다 더욱 참된 보람과 도전 정신을 느낀다고 하였다.  

'웃음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우리 사회에 많은 '치료사'라는 직업이 있지만 정식으로 의료 수업 과정을 거쳐 국가기관으로부터 정식 '치료사'라고 인정되는 직업은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밖에 없다. 그동안 물리치료사에 가려 작업치료사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였지만 고령화 사회에 더욱 필요한 직업이다. 노인들에겐 신체적 재활뿐 아니라 인지적 재활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작업치료사는 62개 대학에서 해마다 2,5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그중 2,000여 명이 자격을 취득하고 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령화 사회현상에 맞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초기보다 수급이 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업치료사들은 병원 등 '보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그나마 '복지'분야에서는 촉탁제나 바우처제로 일부 고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다 안정적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위해서는 서사원처럼 직접 고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돌봄 대상자와 작업치료사와의 거리는 생소하고 멀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 김슬기 사무총장외국의 경우처럼 작업치료사가 한 달에 한두 번 돌봄 대상자를 방문하는 서비스가 확대돼야 진정한 통합 돌봄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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