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⑮] ‘동학실천 시민행동' 남해 농활(農活)을 가다 3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6.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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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실천 시민행동', 남해 농활(農活)을 가다

다른 생물을 착취하고, 죽여서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결과일 뿐이다.

전혀 공존이 없는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유전자’일 뿐이다.

(남해 마늘이 좋다. 촬영=윤재훈)
(남해 마늘이 좋다.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도시를 비롯한 이곳 시골에서도 심각한 기후 위기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내 몸에 체온도 정상에서 1도를 넘어가면 미열이 발생하고, 1.5가 넘어가면 고열로 살 수가 없다.

하물며 지구는 어떠하랴. 인간에 의해 이미 1도가 올라가 버린 지구는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투발루를 비롯한 남태평양의 많은 섬은 이미 오래전부터 잠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부산도 머지않아 잠긴다고 해상도시를 짓는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그에 따라 생물 다양성은 붕괴되고 물 공급과 식량 생산이 불안정해지며, 빈곤층은 더욱 빈곤해지는 악순환이 전 지구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머지않은 2040년 지구의 온도가 1.5가 상승한다고 하니, 이 고열 속에 인간은 살 수 있을까?

(가자, 어서 가자, 오늘 마늘밭을 향하여. 촬영=윤재훈)
(가자, 어서 가자, 오늘 마늘밭을 향하여. 촬영=윤재훈 기자)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신속하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로의 전환과,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 등에 기반한 운송 부문 확대, 농업관리의 개선과 산림벌채 중단 등 다방면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매해 여름이면 겪은 폭염은 산업혁명 전보다 이미 5배가 넘었는데, 이는 모두 인간이 저지른 인과응보(因果應報)이다.

물고기를 키워주는 산호도 만약 2도가 올라간다면 2050년에는 지구상 모든 산호가 백화현상으로 소멸위기에 놓인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누리는 이 21세기의 풍요는,

다른 생물을 착취하고, 죽여서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결과일 뿐이다.

전혀 공존이 없는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유전자’일 뿐이다.

(농부의 마음. 촬영=윤재훈)
(농부의 마음. 촬영=윤재훈 기자)

일행 중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물 분야에만 34년 근무하신 물 박사님이 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기사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 마시며, 우리 몸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물,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등이 들어있는 물)’이 들어있는 물을 마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이나 사서 먹는 물, 심지어 산에서 받아다 먹는 약숫물까지도 모두 ‘건수’라고 한다. 그 물에는 미네랄이 없으니 우리 몸에 아무 영양분이 없는 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옛날에 시골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흔하게 마시던 샘물(우물물)을 마셔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지 않는가. 특히나 약간 쇠 냄새가 나던 물이 철분이 많이 함유되었다고 하는데, 사라진 유물이 되어 버렸다.

(올, 마늘이 실해요. 촬영=윤재훈 기자)

이곳은 남해군 고현면 대곡마을이다. 이장님의 올해 59세로 이름은 ‘이기’라고 하는데, 참 특이한 이름 같다. 사육신의 푸른 정신 중에 이개라는 선비가 생각이 난다. 시골에서는 보통 가장 젊은 사람이 이장을 맡는다고 하는데, 한 번 맡으면 계속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할 사람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이장님은 이곳 토박이이지만 젊은 날에는 객지를 떠돌다가, 10여 년 전에 귀향했다. 현재 농사 규모는 4~5,000평 정도의 쌀농사를 짓지만, 남해 지역은 이모작이 가능하므로 그 후에는 시금치나 마늘을 주로 심는다.

옛날에는 고기를 잡는 것이 훨씬 나았다고 하지만, 하동 화력발전소, 여천과 광양에 산업단지가 들어오면서 바다가 심하게 오염되어, 고기 잘 잡히지 않는다. 벌이가 시원찮고 시골살이도 녹록치 않지만, 크게 나가는 돈은 없어 그작저작 먹고는 살지만, 젊은 사람들은 교육비 때문에 도시로 나간다.

(저절로 배가 부르다. 촬영=윤재훈)
(저절로 배가 부르다. 촬영=윤재훈 기자)

그러면서 남해군 마늘 자랑을 한다. 해풍을 맞고 자란 이곳 마늘은 향기가 진하고 아삭한 맛이 많이 난다고. 혹시나 구입 의사가 있는 사람은 생산자 단체나 단위농협으로 연락하면 된다. 또한 개별 농가로 신청해도 되지만, 지인을 통해 개인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농가도 상당히 된다고 한다.

간혹 6쪽 마늘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은 남도 마늘로 7에서 9쪽 정도 나온다고 한다. 아직 가격은 형성이 되지 않는 실정이며, 6월 초순이 지나 건조가 되면 중순 이후에는 가격을 알 수 있을 것이라 한다.

1등급 기준 작년 알맹이만 10kg에 6~7만 원 선이었는데, 올해는 2~3만 원 이상 오를 것이라고 한다. 마늘 통은 1등급일 경우, 120~150개 정도까지 나온다.

마을 구성원은 80대가 가장 많고, 대부분 70대 중반 이후라고 보면 된다. 60대 중반 아래는 한두 명 정도여서, 농사짓기가 굉장히 힘들 실정이다. 옛날에는 품앗이 같은 것이 있어 서로 도울 수도 있었는데, 현재는 그런 것도 기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할머니들은 거의 기어 다니면서 일을 하는 형편이라, 부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빈 농토가 발생 되며, 심지어 자신의 전답이 농사짓기에 불편하면 그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 농토라도 편한 땅으로 옮긴다고 한다.

(얼마 만인가! 소나기 속, 막걸리 맛이 더욱 시원하다. 촬영=윤재훈)
(얼마 만인가! 소나기 속, 막걸리 맛이 더욱 시원하다. 촬영=윤재훈 기자)

이번 '동학실천시민행동'의 일손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손이 많이 모자라 걱정을 했는데, 서투른 솜씨지만 성실하게 열심히 해주셔서 참, 좋았단다. 그래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고, 내년에도 꼭 오면 좋겠다고 한다. 특히나 자신들이 일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다 뽑지 못한 농가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참 고맙습니다. 촬영=윤재훈)​
(참 고맙습니다. 촬영=윤재훈 기자)​

옆 밭에 초보 귀촌 농부는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작은 학교 살리기’ 캠페인의 기사를 보고 이장님과 의논하여 왔다고 한다. 도마초와 보현 초등학교가 있는데 아이들은 도마초 4학년과 6학년에 다니며, 현재 도마초 운영위원장과 남해군 학교 운영협의체 사무국장까지 맡고 있다. 전교생이 20명이었는데 지금은 50명 이상이 되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아 귀촌을 권유하고 싶다고 한다.

간호사인 부인과 처음에는 같이 농사를 지으려고 왔는데, 도저히 생계가 안될 것 같아 부인은 다시 창원에 있는 병원에 나간다고 한다. 농사는 대학 때 농촌 봉사 몇 번 가본 것이 전부인지라, 농사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고 아이들의 학교 문제는 만족한단다.

마을 사람들을 따라 주로 벼와 마늘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사로 수입 창출은 아직 없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투잡을 하고 있는데, 하동면 김 만드는 곳에서 관리 업무를 보고 있다. 집은 이장님 주선으로 비어있는 집에 거주하고 있으며, 수리해가면 사는 조건으로 있다. 땅은 새마을 농협 조합장이 도와줘 농지 은행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고, 농협에서 500평까지 우선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계속 살 요량이라고 하니, 그 속에서 농촌의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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