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중계] '100세 시대와 우리들의 준비'...중장년이여 재취업하지 마라!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6.17 11:06
  • 수정 2022.06.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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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발표한 ‘시니어 적합 직종’이 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맞지 않다.
오히려  ‘중장년들아 재취업하지 마라!’고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2, 3년 개발해서
그 일로 15년~20년을 써먹으면 그게 더 이익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표성일 라이프앤커리어디자인 대표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110세 보험상품이 나왔다는 소문이 무섭게 120세 상품을 보험사마다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00살도 끔찍한데 120살이라니!”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사실 50살도 끔찍하다. 고용시 나이 제한 금지로 인해 서류전형을 힘겹게 통과해도 50살이 넘으면 면접에서 떨어지기가 일쑤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2021년 고령자 통계. 그래픽=통계청)

도적같이 다가온 초고령 사회

초고령사회란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는 사회를 말한다. 2021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53만 7천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6.5%였다. 문제는 증가추세가 꺾이지 않는 데에 있다. 마침내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령인구는 해마다 1%씩 증가하여 2030년에는 25%, 2036년에는 30%를 넘어서게 되며 2060년에는 43.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이 되면 노년부양비도 93명이 된다. 노년부양비란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를 뜻하며 2000년에는 10명이었고 작년에는 23명으로 늘었다.

지금의 나이에 38을 더해보자! 그 나이가 되는 2060년에 우리는 살아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분명히 예측할 수 있는 건 지금 퇴직한 세대가 한참 일하던 2000년에는 10명당 1명의 노인을 부양하면 되었지만 2060년에는 1명당 1명꼴이 된다는 명제다. 이러한  통계는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수치다.

(년도별 인구추이. 자료=통계청) 

생애설계 컨설턴트 표성일 경력선장은 노인의 기준을 80세로 상향하고 그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100세 시대와 우리들의 준비' 세미나에서 주장했다.

'100세 시대와 우리들의 준비'는 지난 6월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홈케어·재활·복지 전시회]에서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주관한 세미나이다. 발표자였던 라이프앤커리어디자인의 표성일 대표의 세미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4가지 미래

표성일 대표는 "라이프디자인이란 금문교 위의 안개를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걷어내는 것이라며" 한 번도, 그리고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100세 시대에 대한 세미나의 첫머리에 운을 뗐다. 

미래에는 기본적 미래, 바라는 미래, 가능한 미래, 돌발적 미래로 나눌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다가오는 ‘기본적 미래’에 자신의 염원을 담은 ‘바라는 미래’가 합해지면 그 결과물로 ‘가능한 미래’가 된다. 그러나 싫든 좋든 자신이 바라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돌발적인 미래’가 있다. 개인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폭은 다 다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가능한 미래’도 계획해야 하지만 계획보다 오래 살지도 모른다는 돌발적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

(세미나 주제발표를 하는 생애설계 컨설턴트 표성일 대표.  촬영=고석배 기자)

120세는 기본, 150살까지 산다

미래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그 변화 중 첫째는 수명연장이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인간의 수명이 120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구절도 있지만 한의학의 고전 동의보감에는 사만 삼천이백일을 산다고 적혀 있다. 따져보니 118살이다. 생물학자 뷔퐁은 동물은 평균성장 기간의 6배를 산다고 연구를 통해 발표했다. 인간의 성장 기간 20년에 6배를 곱하면 120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50세부터 준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UN에서의 노인 규정은 80세로 규정하고 있다. 미래에 의학이 더 발전하면 우리 자녀의 세대에서는 150살까지도 살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온다. 지금 우리는 생각보다 젊다!

3단계 삶에서 다단계 삶으로

오래 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부모님 세대를 보며 살아온 현재의 50, 60대는 당황스럽다. 이전 세대는 교육+일+은퇴의 삶을 살았는데 은퇴의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 앞으로의 삶은 교육+일이 반복되다 어느 순간 은퇴하는 다단계의 삶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3단계 삶은 이제 산업화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런던대학 '린다 그래튼 박사'는 “이제까지 80년을 살고 60세까지 일했다면 앞으로는 100년을 살고 80년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린다 그래튼 박사'는 80세까지 일하는 것을 ‘저주’가 아닌 ‘선물’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단계 삶으로 변하며 새로운 단계에서는 이전 세대가 자기 또래였을 때 만들어놓은 의무에서 벗어나 가족이 아닌 자기를 위한 일을 하기를 권한다. 여기서 새로운 단계로 가기 위한 평생학습은 필수다.

일자리 시대에서 일거리 시대로

산업혁명 이전은 자급자족 시대였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취직을 위해 교육을 받았으며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가 열렸다. 미래학자들은 2030년을 전환점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의 1인 자급자족 시대로 다시 돌아간다고 예측하였다. 그때는 전통적 학교 교육에도 변화가 있으리라 예측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왔다. 코로나19는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1인 자급자족 시대를 앞당겼다. 재택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는 이제 더 이상 정규직과 실업의 중간지점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하였다.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

(2022 홈케어·재활·복지 전시회. 촬영=고석배 기자)

정부의 대응

고령화시대에 정부도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2007년부터 장년 관련 계획을 5년마다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최근에 ‘재취업지원 서비스 의무화 매뉴얼’을 1,000명 이상의 기업들에게 법적으로 적용시켰다. 매뉴얼에는 직업, 자기계발, 사회참여, 여가, 인간관계, 건강, 재무 등 일의 문제보다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80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노후준비법을 발의해 국민이 모두 체계적으로 노후를 준비 할수 있도록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의 영역에서 진단과 상담, 사후관리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령 사회로 가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워라벨 (Work-life balance)에서  워라인(Work and Life Integration)으로

워라벨 용어는 잘못된 용어이다. 1970년 영국의 워킹맘 협회에서 노동과 가사를 함께 하기 위해서 균형을 조절하자는 논의에서 워라벨이 출발하였다. 워라벨이라는 용어는 남녀평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미래의 다단계 삶의 구조에 뒤떨어지는 용어다.

일과 삶을 어떻게 숫자로 구분하는가? 살과 일을 분리하기보다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워라벨보다 워라하(Work and Harmony)를 주장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워라인(Work and Life Integration)이 맞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을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노는 것도 일이고 자는 것도 일이다. 삶이 일이고 일이 삶이기에 통합(Integra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언가를 버려야 새것이 온다. 워라벨부터 버리자!

(“100세 시대와 우리들의 준비” 세미나. 촬영=고석배 기자)

언제까지 일해야 하나?

지금도 일하기 힘든데 80까지 일해야 한다? 지금의 일을 계속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분기점이 있다. 인생 일모작에서는 가정과 자녀를 위해서 그냥 열심히 해야 했다면 인생 이모작은 나를 찾아서 떠나야 한다. 일모작의 일이 책임과 의무에서 였다면 이모작의 일은 자아실현이어야 하고 사회적 기여를 통한 보람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일이 즐거워질 때 일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때문이다. 일모작과 이모작의 분기점은 자녀와 가족에 대한 책임이 끝날 때이다. 책임의 선이 상대적이기에 개인마다 분기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녀를 고등학교까지만 졸업시키고 독립시키겠다는 계획과 결혼까지 책임지고 손주까지 책임지겠다는 계획은 아주 다르다. 전문가들은 인생 이모작이 성공적이려면 조금은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헤쳐모여’ 방식의 시니어 일거리

표성일 대표는 자기 경험을 들어 시니어의 일의 방식은 혼자서 일하는 게 맞다고 한다. 혼자서 일한다고 정말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 등록상 1인기업으로 혼자 일하고 있지만 어떤 프로젝트가 있으면 다 같이 모이고 일이 끝나면 다시 흩어지는 ‘헤쳐모여’ 식 일거리가 확대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은 점점 사라지고 긱워커(Gig Worker) 즉 개인화되고 단기화되는 직업 형태가 세계적인 추세로서 플랫폼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발표했다. 다시 말해 온전한 하나의 일자리가 아닌 파편화된 단기 일자리 시대가 시니어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것이다.

파편화된 단기일자리는 수익 부분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에서는 외국에 비해 아직 전문 프리랜서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그렇기에 보수 또한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노동 유연성을 단지 기업의 수익구조 조정의 개념으로 보기보다 삶의 구조변화에 따른 일의 효율적 전문화 개념으로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은 숙제다. 또 개인은 하나의 단기일자리에 메달리기보다 여러 개의 단기 일자리를 수행하는 N잡러가 되어야 한다. 물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라이프앤커리어디자인 표성일 대표. 촬영=고석배 기자)

중장년이여 재취업하지 마라!

표성일 대표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초고령사회에서 자신도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세미나 참가자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한다. 그러면서도 이것만은 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시니어 적합 직종’이 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맞지 않다.
오히려  ‘중장년들아 재취업하지 마라!’고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2, 3년 개발해서
그 일로 15년~20년을 써먹으면 그게 더 이익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100세 시대는 혼자 일 하는 시대가 올 것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그 각각이 협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세미나를 마쳤다.

(제론테크시대 치매예방및 돌봄 기술 동향 포럼.  사진=실버산업전문가포럼 제공)

한편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6월 11일에도 “제론테크 시대 100세 삶을 위한 치매예방 및 돌봄 기술 동향”을 기획주제로 3명의 전문가와 함께 포럼을 열었다. 이번 세미나의 사회를 본 강남대 실버산업학과의 박영란 교수는 "향후 10년 뒤에 인구의 절반이 50대 이상이 될 것이지만 우리는 개인이나 사회가 너무 준비가 열악하다며 초고령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했다.

더불어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올 10월에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 제논테크놀리지 EXPO에서 대한민국 시니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삶을 지원하기 위해 다채로운 포럼과 행사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제논테크는 노인(Ger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제론은 노인이란 뜻의 그리스어이다. 90년대 유럽에서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공학적으로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처음 등장한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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