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왜 못 만드나...제도개선·세척사업장 마련 시급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7.26 17:38
  • 수정 2023.06.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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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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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식품접객업 중에 유일하게 일회용품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장례식장이다. 장례식장에 조문한 후 제공되는 식사에 대부분은 일회 용기 담아서 내온다. 1인당 밥·국·컵·반찬 등 5개 이상 일회 용기를 사용하게 된다. 큰 플라스틱 쓰레기통에는 일회용기로 가득하다. 국민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수고는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일회용품들로 인해 무색하게 만든다.

왜 장례식장에서 일회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나

장례식장에서 굳이 일회 용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조회사에서 제공하는 일회용기의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식기 세척의 어려움을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회 용기를 사용 할 수 없는 환경을 우리는 그동안 방치해 왔던 것이다.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는 2018년부터 시행됐지만, 유족이 구입해 사용하거나 상조회사가 제공할 경우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가능하다.

환경부와 한국플라스틱 포장용기 협회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 곳에서 1년 동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의 무게는 111t에 이른다. 이를 다회용기로 대체하면 온실가스를 45t을 감축할 수 있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폐기물은 연간 3억7000만개(2300t)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지난 1월 ‘일회용품 사용 실태 및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적용돼야 하는 제공처 가운데 전체의 14%가 장례식장 등 경조사업체를 꼽았다.

장례식장 '다회 용기'활용을 위한 시스템 

장례식장에서 일회 용기를 근절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회용기의 공급·수거·세척·재공급 지원을 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과 업체가 필요로 한다.

환경부는 2021년 12월 장례식장 11곳에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우수모델'를 구축했다. 환경부는 충청남도, 충남광역자활센터, 장례업계, 한국소비자원, 시민단체와 함께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일회용 컵, 수저, 접시, 용기사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했다.

충남광역자활센터는 아산에 다회용 식기 세척사업장을 운영하고, 환경부는 전국 장례식장에서 다회용 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경부는 다회용 식기 세척 사업장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일회용품 장례문화 확산을 위해 첫 삽을 떴다.

일자리 마련과 일회용품 줄이기...‘자활사업단’ 세척사업장 운영

자활사업단이 세척사업장을 운영해 저소득층 일자리 마련과 일회용품 제로화라는 ‘두마리 토끼잡기’ 성과를 내고 있다. 인천서구지역 자활사업단과 경남 김해시 온새미로 자활사업단이 주인공이다.

인천 서구는 장례식장, 관공서, 배달음식점 등에서 다량 사용되는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교체하는 '공유용기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인천 서구 제공)<br>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교체하는 '공유용기 서비스 사업'을 운영. 사진=인천 서구 제공)

인천 서구는 장례식장, 관공서, 배달음식점 등에서 다량 사용되는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교체하는 친환경 폐기물 감량화 사업인 '공유용기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는 용기 보급부터 세척, 회수까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국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앞서 서구는 장례식장, 서구청사 등에서 사용하는 공유용기 세척센터를 원창동 서구지역자활센터 내에 마련했다.

공유용기 서비스 시범 운영 중인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은 빈소 14개를 갖춘 대형 장례식장으로 하루 방문객이 200~300명이다.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냄으로써 일회용품보다 손님에 대한 예우도 갖추고, 쓰레기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청결에도 신중을 더해 지역주민이 믿고 이용하는 친환경 장례식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온세미로자활사업단 소속 직원이 깨끗하게 세척한 컵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김해시 제공<br>
(온세미로자활사업단 소속 직원이 깨끗하게 세척한 컵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사진=김해시 제공)

김해시는 앞으로 전체 14개 민간장례식장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세척사업을 확대해 일회 용기 사용으로 인한 연간 30t 이상의 쓰레기 배출을 감소시키는 게 목표다.

김해시 온새미로 자활사업단은 11명의 저소득 자활근로자가 참여해 민간장례식장 다회용기 세척사업을 시작으로 이든카페 시청점의 공유컵 세척, 재활용 아이스팩 수거·세척·납품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세척, 소독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장례식장에 납품해 1회용품 대신 위생적인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든카페 공유컵 세척사업도 현재 월 3000개에서 월 5000개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대폭적인 일회용 컵 사용 감소도 예상된다. 공유컵 세척사업 취급점도 시청내 1곳에서 2곳으로 늘린다.

수원시연화장은 7월 경기수원지역자활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회용기 공유서비스로 친환경 장례서비스를 진행한다. 경기수원지역자활센터는 다회용기 공급·수거·세척·재공급 지원을 통한 합리적 비용의 친환경 장례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수원시연화장은 지난해 친환경 근조화환 사업(오브제)과 관련,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정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회 용품 없는 장례식장' 갈 길이 멀다

경기도가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을 위해 공공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지원하고 있다. 장례식장이 일회 용기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는 올해 우선적으로 공공장례식장에 대한 다회용기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도는 지난 4월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에 따른 사업자를 모집, 수원 연화장과 화성 함백산을 사업참여자로 선정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장례식장은 도비 5천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업자에 선정된 장례식장은 수원연화장과 화성 함백산으로 단 두 곳이다. 도내 공공장례식장은 시·군 장례식장과 경기도의료원 장례식장을 포함해 총 12곳이다.

도는 사업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로 장례식장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제도적인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가 유족이 구입해 사용하거나 상조회사가 제공할 경우 일회용품 사용이 가능한 예외조항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장례식장이 장내 매점과 상조회사의 일회 용기 구입 및 사용을 보장한 탓에 사업추진이 어렵다. 다만 경기도의료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혀왔으나 올해 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장례식장이 운영되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도는 지난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장례식장의 일회 용기사용 규제 예외 조항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안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이를 토대로 일회용품 사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구상이지만, 아직까지 환경부의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론화와 캠페인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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