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우주의 은하를 닮은 ‘만다라뜨개전’...암파인니팅클럽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8.30 18:01
  • 수정 2022.09.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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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만다라뜨개전 작품, 오른쪽 제임스웹 망원경 '고리은하' 사진)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따로 또 같이_만다라뜨개전>이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9월 7일까지 열리고 있다.

<만다라뜨개전>의 작품에서 우주의 은하 모양과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NASA는 나선형의 제임스웹 망원경에 의해 관측된 동그란 구조의 ‘고리 은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의 고리은하와 만다라뜨개전의 작품에서 공통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고리은하’와 만다라뜨개전의 작품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만다라’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원(circle)과 중심을 의미한다. 즉, 만다라의 의미는 동그란 안에서 "나와 중심을 찾는다"라는 뜻이다. 불교에서 만다라는 “우주 질서와 온갖 덕을 갖춘 것”이라고 말한다. 김성종 작가의 소설 ‘만다라’는 “생의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임권택 감독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자기완성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만다라뜨개전>에는 “둥그런 원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들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다라뜨개전의 작가들은 자신의 존엄한 삶을 위해 많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이겨내 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바로 암파인니팅클럽 회원들이 만다라뜨개전의 주인공이다.

(만다라뜨개전 참여한 작가들,  강지연, 김민아, 김민주, 손수아, 심은영, 윤지영, 이정아, 장효섭, 조경자.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온랩 제공)

<암파인니팅>은 "I'm fine. 암이어도 괜찮아"의미를 담고 있다. ‘암파인니팅’은 '암'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가진 암 경험자들이 모여 '뜨개'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서적 위로와 힐링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자조모임이다. 더 나아가 배움을 통한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암파인니팅’은 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암생존자가 차별 없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우며,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암파인니팅’의 출발은 2018년 말 ‘나를 있게 하는 우리’에서 진행한, 암경험자의 모임 ‘룰루랄라합창단’ 1기 단원들의 의기투합으로 만든 자조모임에서부터이다. 암파인니팅클럽은 코로나로 인해 모임을 갖지 못하는 시기에 만다라뜨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암을 경험한 4050여성들이 모여 뜨개로 서로의 아픔과 경험을 나누며, 285개의 만다라를 뜨개질 했다.

암 경험후 겪는 몸의 불편함에도,
바쁜 생활을 하는 중에도,
때로는 어깨가 아파도,
항암으로 손가락이 아프면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나씩 완성했습니다.

코수가 틀리면 다시 풀어내기도 여러번,
반복되는 뜨개질에 싫증이 날 때도,
우리는 코바늘을 잡고 실을 고르며,
한코, 한코 정성껏 떠 나갔습니다.

개개인의 상황과 현실은 모두 다르지만,
‘만다라’로 서로 연결됨을 느끼며,
자신의 내면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윤지영, 암파인니팅클럽

만다라뜨개전 포스터 <br>
만다라뜨개전 포스터 

‘암파인니팅’은 나우네트워크에서 한국에자이의 '나를 있게 하는 우리 기금(나우기금)'으로 아름다운재단&암생존자리빙랩 온랩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하는 <2020 암경험자 주도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조직됐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사회적협동조합 온랩의 <암 유어 팬(암경험자 인식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열렸다.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로 암 경험 및 경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와 사람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온랩의 인식개선 지원사업이다.

<만다라뜨개전>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앞에 커다란 만다라 뜨개 모음이 전시되어 있다. 멀리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니 촘촘한 문양과 색이 잘 보여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푸른빛의 만다라. 따뜻한 색의 만다라. 드림캐처를 닮은 만다라. 한 쪽 벽면에서는 만다라 뜨개의 제작과정이 담긴 사진들도 볼 수 있다.

(만다라뜨개전 작품=사회적협동조합 온랩 제공)
(만다라뜨개전 작품=사회적협동조합 온랩 제공)

현재 삼성병원 암교육센터 내에는 <따로 또 같이_만다라 뜨개전> 전시와 함께, 관련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김은섭 작가의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전시돼있다.

만다라뜨개전을 보고 있으면, 암경험자 작가들의 생각이 다가온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고민하는 수많은 직선들...
그 직선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내가 살아가는 나의 인생으로 그려가고 있는 곡선이 됩니다.

(만다라뜨개전 작품=사회적협동조합 온랩 제공)<br>
(만다라뜨개전 작품=사회적협동조합 온랩 제공)

기자의 책상위에는 늘 커피와 ‘만다라뜨개’ 받침대가 함께 있다. 여름에는 아이스커피의 시원함을 품고,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의 온기를 품고 있다. 한땀한땀 만다라뜨개 속에 담긴 아픔과 즐거움과 갈등들이 커피 한잔 속에 함께 묻어나곤 한다.

(만다라뜨개와 커피.촬영=김남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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