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돌봄비용 국가가 책임져야 ...‘돌봄과 미래’ 창립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9.27 14:25
  • 수정 2023.03.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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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가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고, 가족은 감당하지 못해 부모님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고, 부모님은 가족과 단절된 채 죽음을 기다린다.

- 돌봄과 미래 설립선언문 중에서

('돌봄과 미래' 창립 총회. 촬영=고석배 기자)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전국민돌봄보장’ 실현을 목표로 하는 ‘돌봄과 미래’가 9월 24일 충무로 ‘공간 채비’에서 성황리에 창립했다. 창립식은 실시간 유튜브로도 진행되었으며 100여 명의 현장 참여자와 360여 명의 온라인 참여자가 축하했다. 총회 개최 시 회원은 464명, 모금액은 1억 891만 원이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등 전현직 장차관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창립 전부터 관심을 끈 ‘돌봄과 미래’는 본 행사에 앞서 이사와 감사를 선출했다. 김용익(돌봄과 미래 준비위원장), 김영훈(대학내일 대표이사), 문진영(서강대 교수, 사회복지정책학회장), 박윤옥(제19대 국회의원, 사단법인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연합 대표), 이창곤(한겨레신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등 5명을 이사로 선임하고, 최혁용(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전 한의사협회장), 유종오(인성회계법인 부대표)를 감사로 선출했다.

이사장으로는 김용익 ‘돌봄과 미래’ 준비위원장을 선출했다. 전 서울의대 교수였던 김용익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을 대내외로 알렸다.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류를 갖추어 국회 사무처에 법인 등록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한국 사회에 돌봄의 전 국민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

(개회사를 하는 김용익 이사장. 촬영=고석배 기자)

백종헌 ‘국민의 힘’ 국회의원과 남윤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축사를 남겼으며, 19대 국회 보건복지 상임위에서 김용익 이사장과 함께한 전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도 정당을 떠나 돌봄 부모를 모시는 당사자로서 참여하게 됐다며 축사를 남겼다.

‘전 국민 돌봄’이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사회 돌봄을 획기적으로 확대·강화해 '돌봄 불안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돌봄이 필요한 인구는 700만 명이다. 이들을 위한 돌봄 전문인력(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사)은 50만 명이 필요하다. 또 각종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주야간보호센터는 5만 개가 필요한 걸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실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4,900개다.

(충무로 '공간 채비'. 촬영=고석배 기자)

돌봄과 미래는 노인과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형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보건의료를 비롯해 각종 사회복지, 요양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사업과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민돌봄보장은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는 기간산업임을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로 가계수입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돌봄에서 벗어난 가족이 경제와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각종 복지용구, 의료기기, 고령친화 산업 발전을 촉진해 4차산업의 기폭제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돌봄과 미래 좌담회. 촬영=고석배 기자)

‘돌봄과 미래’는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김용익 위원장,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참여하는 좌담회도 함께 마련했다. 좌담회는 장숙랑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돌봄이 ‘국가’의 책임이냐 ‘가족’의 책임이냐는 화두를 던졌다.

돌봄에는 가족이나 이웃이 돌보는 ‘비공식 돌봄’과 간호사 사호복지사 등이 돌보는 ‘공식돌봄’이 있는데 결국에는 맞물려서 함께 가야 바람직합니다. 그렇지만 정책의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로 볼 때 복지 선진국에서는 ‘공식돌봄’에 둡니다. 돌봄의 대다수가 ‘여성’이 그 역할을 맡는데 사회적 손실이라는 것이죠. 우수한 공적 자원을 노동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논리입니다.

공식돌봄을 강화해서 비공식돌봄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비공식돌봄’에 대한 지원이 전무합니다. 이를테면 돌봄에 지친 가족에게 ‘간병수당’같은 제도가 전혀 없어요. 가족에 대한 돌봄지원제도가 이루어져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공식돌봄’을 내실화하는 것입니다.

-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돌봄과 미래 좌담회, 전용호 인천사회복지학과 교수. 촬영=고석배 기자)

전용호 인천대 교수는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공적 돌봄’을 보다 확대 강화하고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이 시급히 지역과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용익 이사장은 돌봄의 주체와 돌봄의 비용은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돌봄을 가족에게 받고 싶다는 것과 돌봄 비용의 문제는 분리해야 합니다. 우선 돌봄 비용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비용을 전혀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세금을 통해 공적자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자금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두 번째는 돌봄노동을 누가 하느냐? 문제인데 가족 돌봄의 장점은 ‘정서적 유대감’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가족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갖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돌봄의 부담과 정서의 유대감도 분리할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돌봄을 사회적으로 요구하면 여성만 피해를 봐요. 그리고 ‘정서적 유대감’의 평가에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자주 찾아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수원세모녀 사건’이나 ‘송파세모녀’ 사건의 반복 역시 현장을 찾아가지 않은 데서 온 문제입니다.

-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 촬영=고석배 기자)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돌봄민주주의’ 책을 인용하며 국방이나 치안이 넓은 의미로 ‘돌봄’이라면 개인이나 가족이 다 부담하기 어려운 돌봄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정리했다.

가족의 책임이라고 말을 우리가 내뱉는 순간 그 가족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무너지지 않고 공감을 나누면서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족이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지지 않겠어요? 그런 측면에서 사회가 돌봄을 보장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촬영=고석배 기자)

돌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고 지극히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 경계선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그리고 우리 사회 돌봄의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돌봄과 미래’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돌봄과 미래'창립 총회. 촬영=고석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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