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以目視目] 분에 넘치는 행운은 화를 부른다
[정해용의 以目視目] 분에 넘치는 행운은 화를 부른다
  • 정해용 기자
  • 승인 2022.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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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빈센트반고흐 복권판매소.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이모작뉴스 정해용 기자] 복권 판매소가 동네마다 잘 유지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가 일반적으로 있는 것 같다. 19세기 빈센트 고흐의 그림 중에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풍속화라 할 만한 것들이 좀 있는데, 거기서도 흥미롭게 보인 것이 ‘복권판매소’라는 작품이다. 꽤 많은 사람이 복권판매소 앞에 줄지어 서서 구매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요즘 주말 복권판매소의 풍경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쩌다 수백억 원의 당첨금을 받게 되는 사람은 매스컴을 타고 다른 나라에까지 화제가 된다. 동서고금, 인종 국경을 초월하여 일확천금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다 같지는 않다. 기대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것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유익의 기회라면 절대 놓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복권당첨과 같이 최소한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결코 바라지 않거나 취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주어진 이익을 잘 활용하여 그 덕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확천금을 계기로 불화가 시작되어 가정이 파탄 나고 인생마저 망가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뜻하지 않게 생기는 재물 또는 권력이나 이익. 그것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삶의 다음 단계가 바로 바뀔 수가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일화가 떠오른다.

주나라 공왕 때의 일이다. 도성 바깥쪽에 작은 숲이 있는데, 밀(密)이라는 땅으로, 그곳을 다스리는 영주의 이름은 강공이었다. 본래 왕실에서 사냥놀이 등을 위해 쓰려고 조성한 곳이므로 공왕이 자주 그곳에 행차했다. 멀지 않은 친척이기도 했던 밀 강공도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공왕의 행차에 자주 동행하였다.

왕의 행차에 동행한다는 것은 권력의 중심에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권력의 중심에 가까워지면 세상의 대우도 어느새 달라지는 법이다. 강공은 비록 작은 나라의 영주였지만, 이런저런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번은 큰 선물이 들어왔는데, 어떤 사람들이 젊은 미녀 셋을 한꺼번에 바친 것이다. 만일 강공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한꺼번에 셋이나 생긴 미녀들을 유용하게 처분할 방도를 금방 알아차렸을 테지만, 그는 욕망에 충실한 소인배였다. 당장 기분이 좋아져 세 여자를 자기가 다 취하려 했다.

그의 어머니가 충고했다.

여자들을 왕에게 바치시오. 짐승이 세 마리를 넘으면 군(群)이라 하고, 사람이 셋을 넘으면 중(衆)이라 하며, 여자가 셋이면 찬(粲)이 되는데, 한 집안에 세 여자를 동시에 취하는 일은 왕이라 하더라도 감당키 어려운 일이오. 하물며 자네 같은 소인배야…!

그래도 듣지 않자 어머니는 또 말했다.

사람들이 미녀를 셋이나 바칠 때는 그만큼 바라는 게 있는 것인데, 자네는 무슨 힘으로 그 요구를 감당하겠는가. 소인배가 보물을 지니면 필시 망한다고 했소(小醜備物 終必亡). 귀담아들으시오.

그래도 강공은 듣지 않고 미녀들을 다 차지해버렸다. 곧 여색을 즐기느라 왕의 행차에도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강공은 왜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든가?’ 왕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이런 일에 소문이 없을 리 없다. 신하들이 공왕에게 소문대로 고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강공 자신이 즐거움을 감출 수 없어 자기 입으로 왕에게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왕은 무심히 듣는 척했지만, 그 일을 잊지 않았다. 굳이 그 일을 묻거나 문책하지도 않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조정의 직책을 조정하면서 그동안 독립된 제후의 자격을 주었던 밀나라를 없애버렸다. 하루아침에 영지를 잃은 밀강공이 호소할 데도 없는 실업자로 전락하였을 것은 불문가지다.

차라리 미녀를 선물 받은 일이 없었더라면? 후회할 때는 이미 늦다. 일이 지나간 뒤에야 뉘우치는 것은 소인배들의 특징이다. 

소인으로서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을 때, 그것이 누구의 후광 때문인지를 잊지 않고 자기 분수를 지켜야 한다. 자기 힘이 보잘 것 없으면서 남의 힘에 기대어 행세하는 것을 호가호위라고 한다. 갑자기 운이 따를 때, 우쭐거리는 사람은 필시 망하고 만다. 반대로 그 행운을 겸손히 헤아려 선을 넘지 않게 행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운을 지키고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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