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유물 ‘현우경 표지’ 휴식기 대체할 재현작품 첫선

김경 기자
  • 입력 2022.10.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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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연꽃 만발한 '자수 연화당초문 현우경 표지' 재현
원본 유물은 11월 6일까지 전시 후 11월 8일 재현작품과 교체

현우경 유물(좌), 현우경 재현(우)/사진=서울시 제공
현우경 유물(좌), 현우경 재현(우)/사진=서울시 제공

[이모작뉴스 김경 기자] 불교 경전인 <현우경>을 자수직물로 감싸서 만든 조선 후기 유물인 <자수 연화당초문 현우경 표지(이하.현우경 표지)>가 총 7개월간에 거쳐 재현됐다. 오랜 전시로 인한 손상을 방지하고, 최초 유물 상태를 관람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직조, 염색, 자수, 제책 등 4개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그 결과물을 오는 11월 8일에 첫 선을 보인다.

<현우경 표지>는 제작연대나 제작자가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모란, 복숭아, 연꽃, 석류 등 조선후기에 유행한 길상적인 문양이 자련수와 자릿수로 수놓아 있어 시대양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자수기술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서울공예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현우경 표지>는 전시3동(사전가직물관) 2층에서 단독 코너로 전시 중이나, 자수유물의 특성상 빛과 열에 취약하여 장기간 전시하기가 어렵다. 또한 오랜 시간에 따른 변색과 손상으로 제작 당시의 모습이 궁금한 관람객을 위해 재현작업을 시작했다.

재현작업은 크게 자문회의, 유물조사, 직조, 염색, 자수, 제책의 순서로 진행됐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와 장인 3인이 참여했다. 이주원 위원(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김영재 위원(한산연구소장)의 자문을 받아, 유물조사와 직조 분야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섬유복원연구소가, 염색 분야는 전통염색연구소 이종남 소장이, 자수 분야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전승교육사 김태자 장인이, 제책 분야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02호 배첩장 이수자 강성찬 장인이 협업했다.

다음은 서울공예박물관의 설명이다.

직조는 유물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뒷면 바탕과 테두리, 귀퉁이 등 총 4가지의 옷감을 새로 진행했다. 각각의 문양과 조직을 설계하고 직조기를 가동하는 복잡한 작업이었지만 직물 문화재 재현을 위한 기본 재료를 만드는 필수 과정이었다.

염색은 앞바탕은 쪽염을 기본으로 황색과 복합염색을 한 청록색, 테두리는 염료로 황백․괴화․치자․대황을 함께 사용한 황색, 뒷바탕은 꼭두서니를 사용한 적색으로 진행했다.

제책은 한국의 전통 제본방법인 오침선장법을 따랐다. 표지는 배접과 건조과정을 세 차례 반복하여 튼튼하면서도 뒤틀리지 않도록 작업했다. 가장자리는 밀랍을 바른 명주실로 묶어서 고정했다.

재현작업의 주요 과정인 자수 작업은 원본 유물의 섬세한 기법과 색감 보존이 관건이었다. 특히 매듭수로 표현된 빼곡한 석류알은 자수 경력 50년이 넘은 김태자 장인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자수실의 굵기와 바늘에 돌리는 횟수를 달리하면서 유물과 동일한 형태가 나오도록 고민했다. 석류를 가득 채운 매듭수 보다 연습한 분량이 훨씬 많았다. 유물의 깊은 색감이 표현되도록 자수실은 최소 20년 전에 염색하여 소중히 보관하던 실을 사용했다.

이처럼 원형 문화재의 재현은 정교하고 세밀한 노력이 요구된다. 원형 <현우경 표지>의 휴식기를 대체한 재현작품을 감상하러 서울공예박물관을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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