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청춘쌀롱' 음악, 문화, 놀이가 있는 시니어 커뮤니티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11.28 16:06
  • 수정 2022.11.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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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쌀롱 시니어들의 훌라 발표회. 촬영=김남기 기자
청춘쌀롱 시니어들의 훌라 발표회.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출석을 부른다. 이름을 불린 시니어는 큰소리로 ‘네’하고 대답한다. 누구도 여든이 넘은 나이에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아니, 출가 이후에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왔던 지난날에 내 이름은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큰 글씨의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국민학교(?)시절로 돌아간 듯, 출석 중에도 수다를 떤다. 할 말이 많다. 어제 보아도, 몇 시간 전에 보아도 할 말이 많다. 지난 11월 17일 망원동 시니어들의 놀이터 ‘청춘쌀롱’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시니어들과 서포터즈들을 기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모습으로 전한다.

‘청춘쌀롱’ 스케치...망원동 ‘쌈지커뮤니티실’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고. 당신이 있어서 더 즐겁습니다". 촬영=김남기 기자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고. 당신이 있어서 더 즐겁습니다". 촬영=김남기 기자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고.
당신이 있어서 더 즐겁습니다."

청춘쌀롱의 시작은 작은 몸짓에 큰 목소리로 시니어들의 합창으로 출발한다.

오늘 여러분들 무엇을 하는 날인지 아시죠?
오늘 훌라춤 발표하고, 청춘쌀롱 어르신들의 추억여행 출판기념회가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다른 때 보다, 많은 서포터즈가 여러분의 공연을 보러 많이 왔어요.

김소리 마포희망나눔 어르신사업팀장의 힘찬 목소리로 오늘 청춘쌀롱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어르신들의 수다는 김소리 팀장의 진행에 잦아들고, 손주를 대하듯 시니어들과 김 팀장과의 거리는 밀착되어 있다.

청춘쌀롱의 주축은 시니어들과 서포터즈이다. 망원동 시니어 20여 분과 늘 함께하는 서포터즈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 마포희망나눔 직원, 그리고 성산마을 주민들이다. 오늘의 특별 서포터즈는 한국에자이와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직원이 함께 참석해서 어르신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노현지 훌라 강사와 훌라춤을 추고 있는 시니어들. 촬영=김남기 기자<br>
노현지 훌라 강사와 훌라춤을 추고 있는 시니어들. 촬영=김남기 기자

시니어 훌라 공연

오늘은 시니어들이 훌라 공연을 하는 날이다. 이에 앞서 노현지 훌라 강사가 하와이 노래에 맞추어 훌라 춤으로 참가자들에게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노 강사는 시니어들이 훌라춤을 배우기 쉽도록 직접 ‘어린시절 나에게’라는 가사에 맞추어 안무를 만들었다. 혹여나 여든이 넘은 시니어들이 잘 따라 할까 걱정이 되어, 부모님께 먼저 시연했다고 한다.

오늘 공연은 한국하와이문화협회 협찬으로 훌라 치마를 직접 착용하고 공연한다. 하와이 치마를 입고 시니어들은 멋진 포즈를 취하며, 서포터즈의 도움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어떤 시니어는 우리의 전통 민요를 구성지게 부르며, 전통춤을 선보였다. 우리 춤가락에도 훌라 치마가 잘 어울렸다. 시니어들은 팀별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팀별로 나누어 공연을 이어 갔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앉아서 추고, 다른 분은 서서 열심히 훌라 선생님의 안무를 따라 하며, 그동안 배운 훌라 춤을 신나게 추었다.

‘청춘살롱 어르신들의 추억여행’ 출판 기념회 시니어와 서포터즈들 함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br>
‘청춘살롱 어르신들의 추억여행’ 출판 기념회 시니어와 서포터즈들 함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청춘살롱 어르신들의 추억여행’ 출판 기념회

‘청춘살롱 어르신들의 추억여행’ 도서는 마포희망나눔 서포터즈들이 시니어를 한 분씩 만나 ‘어린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를 경청하고,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이 소중한 글들을 모아 김소리 팀장의 그림을 곁들여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날 발행된 책은 서포터즈가 시니어들에게 직접 한 분씩 전달하고, 함께 읽어가며,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시니어 중 한 분은 나는 풍뎅이 이야기를 했는데, 장수하늘소가 그려졌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시니어들은 자신의 글이 담긴 페이지를 펼치고, 서포터즈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시니어들과 서포터즈는 마지막 구호를 외치며 프로그램을 마쳤다.

우리는 청춘이다!

우리도 청춘이다 구호를 외치며 청춘쌀롱을 마친다. 촬영=김남기 기자
'우리는 청춘이다' 구호를 외치며 청춘쌀롱을 마친다. 촬영=김남기 기자

음악과 문화와 놀이가 있는 시니어 커뮤니티 ‘청춘쌀롱’

‘청춘쌀롱’은 성미산 알루, 망원동 쌈지커뮤니티실에서 일주일에 하루 성산동 20명, 망원동 20명 시니어와 서포터즈가 만난다. 청춘쌀롱에 회원이 되면, 본인이 그만두기 전까지 계속 활동하게 된다.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만들고 있다.

‘청춘쌀롱’의 시작은 2016년 9월 고립되어있는 우리동네 어르신을 위해 마을 주민들, 마포희망나눔, 마을 식당 등의 참여로 시작됐다. 2020년 부터는  협치사업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세대를 넘어서는 건강한 서로돌봄 관계를 만든 것이다.

청춘쌀롱 시니어들의 한마디. 사진=마포희망나눔 제공
청춘쌀롱 시니어들의 한마디. 사진=마포희망나눔 제공

지속가능한 청춘쌀롱_ 서로 돌보는 마을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주민과 시니어들의 만남을 통해 시니어들의 욕구를 발견하고, 청춘쌀롱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따라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청춘쌀롱의 서포터즈와 강사 등의 인적자원의 발굴이 필요했다. 청춘쌀롱에 서포터즈들은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지만, 스스로 욕구를 발견하여, 전문강사나 돌봄활동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청춘쌀롱에서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다.

서포터즈는 나름 젊은 층인 60대부터 20대 대학생까지 다양한 직업과 일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프로그램 기획과 강의, 모임을 위한 준비와 운영에 함께 한다.

김소리 마포희망나눔 어르신사업팀장. 촬영=김남기 기자

김소리 마포희망나눔 어르신사업팀장 인터뷰

청춘쌀롱 프로그램의 특징은?

고령자인 시니어 놀이문화에는 몇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신체 능력이 부족해 강사 1인이 운영하기에는 벅차다 그래서 서포터즈가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서로의 긴밀한 관계성을 갖고 프로그램을 매개로 시니어와 서포터즈 간의 공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니어가 잘 협조해 주고 있어 서로 신뢰하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참여율을 높일 수 있었다.

시니어들의 의견반영은 어떻게 하나?

청춘쌀롱이 쉬는 기간에는 시니어들을 개별로 만나서 제안하는 것들이 있으면 그것들을 담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서포터즈들이 안부차 방문을 하면 청춘쌀롱에 바라는 점을 경청하고 니즈파악을 해서 공통분모를 추려낸다.

시니어들의 평균 나이는 80대 이상이다. 이분들은 몇 년 동안 지속해서 함께 해오기 때문에 서로 교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간의 연계성을 갖고 지속해서 신체적, 정신적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니어들과의 면담을 통해 그동안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성 측정도 전문기관의 협조로 진행하고 있다.

김소리 마포희망나눔 어르신사업팀장. 촬영=김남기 기자

청춘쌀롱에서 변화된 시니어의 모습은?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집에서 TV만 시청한다. 청춘쌀롱 활동 이후에는 사람 만나고, 활동적인 놀이를 하면서 소극적이었던 시니어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어떤 시니어는 맨 뒷줄에 항상 조용히 있었다. 어느 순간 항상 앞자리에 앉고 누군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시니어들이 정서적으로 밝아지고, 우울감이 극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뜻깊었다.

또한 그동안 이름 없이 사셨던 분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명찰을 달고 있다. 시니어는 이름을 기억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해 주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어느 교회에 다니시죠’ 하면 깜짝 놀란다.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그런 얘기도 했었냐고. 그리고 고마워한다.

앞으로 청춘쌀롱의 계획은?

2020년부터 마포구 협치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몸집이 켜졌다. 많은 시니어가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재정적인 한계로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지역의 커뮤니티 장소만 있다면, 청춘쌀롱과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다. 시니어들이 지나가다가 올 수도 있고, 무료로 대여해서 돌봄 지원을 했으면 한다.

청춘쌀롱 시니어 인터뷰

이상분(93세) 망원동 거주

이상분 시니어는 올해 93세로 작년에 청춘살롱에 참여한 새내기다. 하지만 나이로는 왕언니라고 불린다. 마음만은 청춘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내내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은발과 멋쟁이 안경과 패션 그리고 주름조차 고운 이상분 시니어의 청춘쌀롱 이야기를 듣겠다.

이상분 시니어 어린시절 추억  한페이지

좋아요. 뭐든지 다 좋아요.
젊은 친구들하고 같이 어울려서 좋고.
매일 나와서 여기(쌈지커뮤니티)서 친구하고 놀아요.
죽을 때까지 여기서 함께 하고 싶어요.
다행히도 안 아프고 건강해요.

박금례(90세) 망원동 거주

박금례 시니어는 초창기부터 청춘쌀롱에 참여한 토박이다. 처음에는 맨 뒷줄에서 관전만 하다. 어느새 맨 앞줄에서 동료 시어들을 도우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올해로 구십이 된 박 시니어는 홀로 식사도 해결하고, 다행히 아직 눈은 밝아 늘 쌈지 경로당에서 일과를 자주 보낸다.

박금례 시니어 어린시절 추억 한페이지

여기서 처음 만나는 분이 많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믿을 사람이 별로 없다.
선생님들이 모르는 것도 가르쳐 주시고.
늙어서 쭈글쭈글하니 볼품없지만,
혼자 시니어 전용 카트만 있으면, 병원도 가고, 여기 와서 잘 놀고 간다.
우리 쏘리(김소리 팀장)가 너무 좋아 ~

짧은 시간 동안 기자는 청춘쌀롱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복지관 등에서 진행되는 단발성 프로그램들이 시니어의 놀이문화를 대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청춘쌀롱의 프로그램을 좋은 대안으로 추천하고 싶다. 청춘쌀롱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만하다. 전국 방방곡곡 마을에서 지속가능한 시니어 놀이문화가 만들어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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