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성공수기] 진정한 이모작으로 즐거운 인생을...장려상 권인현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12.23 12: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경상남도에서 실시한 제2회 신중년 인생이모작 성공수기 공모전 수상작품을 연재한다. 연재될 수상작품들은 퇴직 후 삶 준비, 재취업 성공사례, 사회공헌활동, 재능나눔 경험 등을 공유하고, 신중년 세대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공모전 주제는 '은퇴 후에도 활기찬 나의 인생이야기'이다.

반갑습니다. 저는 창원시 문화관광해설사 권인현입니다.
해양드라마세트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햇볕에 반짝이는 맑은 구슬 같은 이 바다를 품은 명주마을에 만들어진 이 세트장은...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강의. 사진=권인현 제공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으니 찾아오는 즐거움과 행복

오늘도 많은 관광객 앞에서 즐겁게 해설하면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다. 이때만큼은 직장시절에 잘나가던 대기업 등기이사가 아니라 관광객과 함께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여행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한 사람의 해설사이다.

관광객은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다양하지만, 해설의 수위만 조절할 뿐 나의 입장은 모두 똑같다. 지난날의 입장은 그저 흘러간 강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은 당연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 나 자신을 내려놓는 훈련을 꾸준하게 하였기에 가능하였다. 간혹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고 안타까워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나는 이 활동에 만족하고 있다. 문화유적지나 관광지는 대부분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한다. 즐거운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긍정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성심껏 해설했을 때 고맙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내가 일할 때 찾아주시는 분들이 고맙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찾아오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복하다.

히로시마 도민단체 <br>
히로시마 도민단체 문화 해설사 활동. 사진=권인현 제공

이모작의 좋은 거름이 된 지나간 시간

고등학교 시절에 국가기술자격인 전자기기기능사 2급과 R/TV기능사 2급을 취득하고,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 중에 전자기기기능사 1급을 취득했으며. 직장에 다니면서 기능대학(현재의 폴리텍대학) 야간에 진학하여 졸업과 동시에 전자기기기능장을 취득하였다.

그 후에 직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학생으로 변신하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에서 공부하는 중에 일한번역사 자격(2급)을 취득하였다. 학사과정을 졸업한 후에는 온라인 MBA과정을 이수하기도 하고, 특히 일본어학과 일본문화와 관련되는 온라인 강좌·교육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과목을 수강하였다. 배움의 욕망과 은퇴를 생각한 준비를 위하여 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 일본언어문화학과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을 시작하였다. 일본언어와 일본문화를 제대로 공부하면서 힘은 들지만 석사학위취득이라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나에게 있어서 직장생활은 인생의 황금기였다. 가정을 꾸리고 경제적인 안정을 얻었으며, 직장의 별이라고 하는 등기이사까지 승진하는 명예도 얻게 되었다. 일본에 있는 다국적 대기업인 본사에 수없이 드나들면서 당시의 선진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제품으로 꽃을 피웠고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세계 여러 나라의 현지 공장에 전파하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에 장기간 주재하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일본어를 습득하였으며 일본의 문화도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문화관광해설을 하면서 요긴하게 쓰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일모작의 성과물이 이모작의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퇴직하기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이후의 일을 구상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했다. 지금 하는 일? 아니다, 전자엔지니어의 일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관리와 경영은? 성격이나 자질 상으로 봐서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계 회사에서 일을 하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공부도 하였으니 이 전공을 살리는 것은? 그 당시의 결론은 일본문화를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기술번역’을 하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라는 결론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화 해설사 활동. 사진=권인현 제공

인생이모작의 시작

정년퇴직 1년 전에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명예퇴직을 하였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는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여 공부하고 한편으로는 36년 동안의 직장생활에서 걸치고 있었던 직장생활에 맞는 옷과 권위를 벗어던지는, 즉 ‘과거의 나를 버리는’ 훈련하였다. 새로운 나로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도서관에 출근하면 매일 한두 권의 책을 읽었다. 손에 잡히는 책을 무작정 읽기도 했지만, 책을 선택할 때는 대개 은퇴한 시니어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성공한 시니어의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 나에게 맞는 일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가 나름대로 정해 둔 은퇴이후의 계획은 빈틈이 없을까?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한편 지금까지 이렇게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팍팍한 생을 살아왔던 것 같았다. 직장생활은 가족 같은 분위기일 수도 있지만, 내면에는 경쟁과 욕망충족이라는 치열한 사회생활이었다. 적응을 못 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뒤처지면 승진과 경제적 여유와 명예를 포기해야 하므로 총만 들지 않은 전쟁터와 같다고 나는 항상 느끼고 있었다. ‘남과 같이해서는 남보다 나을 수 없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시간적 여유 없는 생활을 평범한 것으로 알고 생활해 왔다.

몇 개월 이후에 기적처럼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산업관광해설사’ 모집이었다. 산업현장에서 36년간 근무하였고, 외국어를 구사하면 더 좋다는 모집요강은 일본어가 필수였던 직장생활과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던 일본어전공은 합격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드디어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직장을 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그리고 있었던 인생 2막은 ‘기술번역’을 하면서 조용히 책도 읽고, 그야말로 남의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정적인 생활이었다. 그런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은 남 앞에서 해설하면서 지식을 전달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 ‘해설사’의 역할이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나를 버리는’ 훈련의 결과 때문인지 아니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수많은 국제적인 프레젠테이션 발표 경험 덕분이었는지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

일 년이 지나면서 ‘문화관광해설사’ 모집에 지원하였다. 이것은 더욱 범위가 넓은 역할이었다. 운 좋게도 합격하여 지금은 ‘문화관광해설사’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문화 해설사 활동. 사진=권인현 제공

인생이모작의 성숙

해설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문헌을 접해야 하며, 특히 우리지역의 역사는 일본과 많은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자료와 문헌을 더욱 공부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급기야 대학원 일본학과에 등록하여 일본문화학 박사과정에서 임진왜란 시기의 유적과 자료·문헌을 연구하게 되었다. 시일이 걸리겠지만 더 나은 해설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지역의 역사연구에도 기여를 했으면 하는 소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우연한 기회에 강사로 추천되어 인생에 첫 강의를 경험하였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의 일본문화연구실에서 일제강점기의 한국에 대한 근대역사 관련 일본서적을 번역하는 작업을 대학원생과 수료생 졸업생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좌를 맡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강사가 되어 강의하는 것이어서 걱정이 앞섰지만 총 10시간의 강의를 성황리에 마쳤다. 연구하고 공부한 지식과 소양을 공유하니 이 또한 매우 보람되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구 분야의 강좌를 담당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전공으로 공부한 일본어와 일본문화지식을 살려서 지역과 관련된 문헌·서적을 번역하여 대중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전공한 재능을 살려 소양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행복으로 여길 것이다.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강의. 사진=권인현 제공

진정한 이모작

인생이모작에 있어서 장소나 하는 일의 차이로서 성패를 가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할 시기에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군대의 예를 들어보자. 군대는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지만 적응하고 즐거움이나 보람도 찾기도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자신이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생활은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다를 것이다. 인생이모작은 자신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장소나 일의 종류는 어떠하든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면 그것이 진정한 이모작이다.

나는 현재 하는 활동들이 즐겁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