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㊿] 양종훈 초대전 ‘BLACK MOTHER 김혜심’…“세상은 사랑을 나누는 힘으로 움직여”

천건희 기자
  • 입력 2023.01.27 12:02
  • 수정 2023.0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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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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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이 깊게 느껴지는 양종훈 사진작가의 <BLACK MOTHER(블랙 마더) 김혜심> 전시를 ‘갤러리1(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소재)’에서 관람했다. 김혜심 교무(원불교 성직자/1946년생)는 아프리카에서 25년간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치료와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이다. 작년에 사진집 『BLACK MOTHER 김혜심』이 출간되었고, 이번 전시회에는 수록된 사진 중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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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의 110*190cm 대형사진들은 한 장, 한 장 시선을 붙잡는다. 김혜심 교무가 흑인 에이즈(AIDS) 환자의 이마를 주름진 손으로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손을 꼭 잡아주는 사진 속 모습들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아이들이 배를 깔고 엎드려 시냇물을 마시고, 물동이와 야채를 한 아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장면 등은 에이즈 환자의 고통과 함께 열악한 아프리카의 실상이 느껴져 마음이 먹먹해진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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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무는 약사 출신으로 소록도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다가, 봉사활동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1996년 ‘아프리카어린이 돕는모임(www.africafuture.org)’을 설립하고 아프리카로 갔다. 2011년 기준 인구 40%가 에이즈 환자이고, 평균수명 32살로 세계 최빈국인 스와질랜드(2018년 에스와티니로 개명)에서 무료 보건소, 유치원, 협동농장 등을 설립해 에이즈 치료와 교육,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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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훈 사진가는 ‘에이즈 환자들의 실태를 담은 사진집을 만들어 유엔에 보고해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는 NGO단체의 요청으로 스와질랜드를 방문해 김 교무를 만났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스와질랜드를 방문해 김 교무의 헌신적인 활동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사진집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김 교무가 자신의 활동을 드러내길 꺼렸기 때문이다. 김 교무는 매년 두 차례씩 ‘아프리카어린이 돕는모임’ 후원자들에게 활동 내용을 보고하는 ‘은혜의 편지’를 발송해왔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보고서에 보낼 내용이 없어 고심하다가 보고서로 보낼 사진집의 출간을 허락했다고 한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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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MOTHER 김혜심』(도서출판 윤진) 사진집은 슬픈 현실을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극복하는 기록으로 오래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에스와티니에서 에이즈 환자와 어린이, 여성을 돌봐온 김 교무의 활동을 ‘일상’, ‘에이즈’, ‘희망’ 등 3부로 나눠 116장의 사진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집엔 김 교무가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입고 꼬마들과 축구하는 모습, 구충제를 나누는 모습과 치료해주는 모습 등 흐믓한 풍경과 함께 아프리카의 비극도 함께 담았다. 에이즈로 죽은 사람의 관이 땅에 묻히는 한쪽에선 아이에게 젖을 물린 엄마가 보이는, 삶과 죽음의 공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도 있다. 해마다 그곳을 찾아가지만 떠나올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는 김 교무의 마음이 담긴 사진집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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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가(상명대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는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사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사라져가는 모습을 기록한 『강산별곡』,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히말라야로 가는 길』, 제주 해녀들을 촬영한 『제주 해녀』 등 다양하고 의미 있는 사진집들을 출판했다. 또한 2007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카메라 매뉴얼을 익히게 하고 촬영물을 전시하는 ‘시각장애인 사진전’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믿는다는 양종훈 사진가의 믿음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양종훈 초대전 <BLACK MOTHER 김혜심> 전시는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블랙 마더 김혜심 교무는 이 전시회를 보지 못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로 서둘러 떠났기 때문이다. 김혜심 교무의 말에는 그의 삶과 믿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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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사랑을 나누는 힘으로 움직여진다고 믿는다.”

그에게 깊은 공감과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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