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51] 갤러리박영이 마련한 특별전 ‘두레문화 박영70展’…사회를 밝히는 등불, 책을 음미하다

천건희 기자
  • 입력 2023.02.09 13:16
  • 수정 2023.02.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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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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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출판문화공동체인 파주출판도시는 책, 미술,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갤러리박영’에서 특별 기획전 <두레문화, 박영 70展>을 관람했다.

회색 노출 콘크리트의 멋진 건물인 갤러리박영 문 앞에는 화려하게 채색된 김원근 작가의 조각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갤러리 안을 들어서니 박영사의 사업이념인 ‘출판보국(出版報國: 출판으로 나라에 보답한다)’이라고 쓰인 현판과 ‘경제학대사전’ 등 그동안 박영사에서 출판된 대표적인 책들이 전시된 큰 책장이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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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박영사(博英社)는 6.25 전쟁 중인 1952년, 고(故) 안원옥 회장이 ‘널리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을 담아 시작했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박영사는 학술서적과 대학 교재 등 책 8000여 종을 출판했다. 가업을 이은 안종만 회장은 1993년 ‘박영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2008년에는 파주출판단지 1호 갤러리인 갤러리박영을 열어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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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문화 박영 70展> 전시 포스터는 특별하다. 박영사 도서를 주제로 이동춘 사진작가의 커미션 워크(commission work: 작가와 사전협의를 통해 미술관 공간에 맞춰 작품을 사전 주문하고 제작하는 방식)로 이루어졌다. 이동춘 작가는 경북 안동 지역의 종가(宗家)를 주요 소재로 한옥과 선비정신의 맥을 기록하고 있다. 창호지 문으로 호롱불 그림자가 비치는 작품은 작가의 표현대로 ‘형설지공(螢雪之功: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함)’을 떠올린다. 이 작가의 ‘박영의 역사’ 작품은 박영사의 책을 층층이 쌓아 훈민정음 해례본 이미지를 덧씌워 촬영한 뒤 1.4m 길이 한지에 인화한 것으로 책의 가치와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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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의 故안원옥 회장의 고미술품 컬렉션은 감동이다. 한국미술사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화가들의 고미술픔 1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청전 이상범의 내금강 진주담 가을 전경을 그린 대형 산수화와 의제 허백련의 서화는 마음에 남는다.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 갇혀있을 때 쓴 ‘황금백만량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不如一敎子: 황금 백만 냥이 자식 하나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의 탁본을 직접 볼 수 있어 가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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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전시실에는 ‘책’이 소재가 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오재우 작가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란 작품 아래에는 1950~1980년대 박영사에서 출간한 책 70권도 같이 전시되어 책을 직접 보고 오래된 책의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 빽빽하게 꽂힌 책을 사진 한 장에 담은 칸디다 회퍼의 작품도 있고, 토마스 엘러가 ‘경영전략’이라는 도서로 만든 조형작도 있다. 다양한 작품들은 새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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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는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의 이웃과 함께 힘을 합치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 문화이다.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조부와 부친으로 이어진 박영사의 미술문화 사랑인 ‘두레문화’를 신진 작가 지원사업인 ‘박영 더 시프트’ 등으로 더 다각화하며 넓히고 있다. 안종만 회장의 ‘양서(良書)는 시(時), 공간을 신속히 전달하며 사회를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박영사가 100년 기업으로 계속 이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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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에는 수십만 권이 넘는 책을 품은 대형 도서관인 ‘지혜의 숲’이 있다. 높이 8m의 대형 서가에 빼곡히 꽂힌 책이 모두 기증한 책이라니 놀랍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시 공간, 독서 공간을 갖춘 열린 문화공간으로,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까지 책 읽기에 좋다. 언제 와도 기분 좋은 곳이다.

종이책의 소중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두레문화 박영 70展> 전시는 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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