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서비스 ‘시기상조’…1회 왕진비 11만 6천원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9.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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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 30% 건강보험 70% “환자 본인도 부담! 건보 재정도 부담”
보건복지부 “일차 의료 왕진 시범사업 , 더 논의하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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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보건복지부가 논의하고 있는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방안에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높은 왕진비 부담 때문이다.

현재 의료법상 재택의료는 가능하다. 다만 진찰료가 따로 책정되지 않아 의사 개인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거나 중증환자인 경우 재택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지만 의료비 부담에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재택의료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논의 된 것이 ‘일차 의료 왕진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은 진료가 필요한데도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요청하면 의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진료를 하고, 해당 진료 행위를 수가로 보상해주는 게 골자다.

복지부는 지역의원(일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모집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회당 11만원이 넘는 왕진비가 적정한지를 두고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2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왕진 및 가정간호 내실화 추진방안'을 보고 받았지만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택의료 활성화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와 맞물린다. 노인들이 평소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려면 동네병원 등 일차 의료기관 의사들의 방문 진료가 필요하다. 방문 진료 서비스 확대에 대해 노동자와 시민단체 등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와 공급자인 의료계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이다. 복지부는 이동시간에 따른 기회비용과 교통비 등을 고려해 시범수가를 1회당 11만6000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의료기관 내 진찰료 약 1만1000~1만5000원의 10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이 가운데 환자 본인부담률은 30%다. 건강보험에서 70%를 부담한다고 해도 1회 방문의료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3만 4800원 가량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재택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 상당수가 노인이나 중증질환자인 점을 생각하면 부담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와 같은 환자들은 일회성 진료로만 끝나지 않는데다, 진료행위별로 별도의 수가 청구도 가능해 비용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한편,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사회의에서는 추진방안 내용 중 의사가 방문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둔 데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할 수 없지만, 무분별한 왕진 요구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예외조항을 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자칫 의사의 선택 진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테면 의사가 이동하기 편한 환자를 우선으로 진료하는 행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재택의료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점점 늘어나는 수요에 건강보험이 70%를 부담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사회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여기에 한의계도 포함되면 재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일차 의료 왕진 시범사업’의 주체인 보건복지부는 좀 더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께서 일차 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 뿐만 아니라 재택 의료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지역사회 통합돌봄과의 연계 등을 포함해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계속 심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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