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

박애경 기자
  • 입력 2018.12.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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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성의 허위정보의 실체와 해법을 위한 가이드북

가짜뉴스 논쟁이 뜨거웠던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세계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전략과 대책들을 속속들이 쏟아내고 있다. 전략과 대책은 장기간의 연구과정을 통해 세계 각지의 가짜뉴스 현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많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고, 청문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 갔다.

하지만 논란은 많았다. 치밀함이나 치열함 없이 정파적 프레임에 묶여 진영논리만 난무했을 뿐 그 현상의 근저에 있는 원인이나 실체를 규명하려는 노력은 극히 미흡했다. 또한 영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이나 진단도 드물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에서 금과옥조처럼 떠받치는 이론이나 판례도 편협하게 적용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와 접점들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고,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서적이 출간됐다. 바로 저자 황치성의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이다.

저자 황치성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분석팀장을 거쳐 월간 ‘신문과 방송’ 편집장, 미디어교육팀장, 책임연구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가짜뉴스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하고 분석해 왔다. 그가 말하는 허위정보의 실체와 해법이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에 담겨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현 세태를 꼬집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여부를 논할 때 판박이처럼 나오는 논리가 있다. 존 밀턴에서 존 스튜어트 밀로 이어지는 ‘사상의 자유시장론’이다. “사상의 시장에서 진리와 허위를 자유롭게 맞붙게 하면 결국 진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규제 반대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가짜뉴스가 아무리 거짓되고 조작된 것이라 해도 규제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제가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 다른데도 그 이론은 여전히 전가의 보도인양 위세를 떨친다.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이성적 존재임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인간의 편견과 감정적 메커니즘을 파고든다. 그래서 더욱 위력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존 스튜어트 밀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각들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네르바 무죄 판결에 적용되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접점도 없이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짜뉴스는 우리 일상을 이미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김포의 맘카페에 올라온 글 때문에 어린이집 여교사가 투신자살을 강요받은 일,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력 사건이 순식간에 30만 동의를 받은 일, 심지어 현직 국회의원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전 교육부 장관 자녀의 입학 비리를 SNS에 올린 일. 최근에 일어난 이 사건들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소한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편향된 믿음이 그 중심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이에 편승한 일부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또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유튜브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

눈을 더 멀리 돌려보자.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이루어진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가짜뉴스 때문에 실제의 민의가 뒤집어졌다. 2017년 루마니아에서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거짓 정보 때문에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얀마에서는 최근 몇 년 새 2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들이 대학살을 당했다.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던 페이스북의 가짜뉴스가 증오와 적개심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책은 허위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진실로 가는 길에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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