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제국의 상징, 페르세폴리스를 가다

소셜에디터
  • 입력 2020.07.20 17:24
  • 수정 2020.07.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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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의 세계도보여행 '지구를 걷다'

[소셜에디터] 아파다나 궁전(Apadana Palace)은 제국의 ‘샤한샤’가 조공을 바치러 온 사신들을 접견할 때 알현실로 쓰였으며, 페르세폴리스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웠다. 한꺼번에 수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규모였다.

사절단과 귀족들을 접견하기 위한 장소(연회장)로 역대 왕들의 대접견장이며, 다리우스 대왕이 페르세폴리스 궁전의 영광을 표현하기 위해 짓기 시작해 크세르크세스왕 때에 완공 되었다.

20m 높이의 기둥이 72개나 서 있었는데, 현재는 13개만 남아있으며,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돋을새김의 조각들이 선명하며 섬세하다. 그 시절 문화과 예술적인 상상력들을 잘 보여주며, 중앙아시아를 누비던 오리엔트 제국의 기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페르시아어로 ‘샤(왕)한샤’는 왕 중 왕(황제)이라는 뜻이며, 다른 말로는 ‘파디샤’, ‘왕들의 주인’이라는 뜻도 있다. 그런 웅장했던 공간에 맨 처음 고고학자들이 왔을 때. 기둥 위에서 황새의 둥지까지 보았다고 하니, 사람들의 뇌리에 영영 잊혀진 고적한 공간이었나 보다.

천군의 말발굽이 지나간 이후, 세상사 꿈꾸었던 덧없는 욕망들만 흰구름 아래 아스라하게 떠있었나 보다.

넓은 공간을 석조기둥이 떠받치는 공법은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으며, 기둥 초석에 수련(睡蓮)으로 보이는 이집트 연꽃무늬까지 남아 그때의 시절을 아로새기는 듯하다.

위대한 왕조의 유산 아파다나 궁전의 남쪽 끝에 남아있는 계단 벽에는 황소와 사자가 싸움을 하고 있는 부조Bas-relief가 남아있다. 긴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보여주는 이 부조는 이란 사람들의 가장 큰 명절인 ‘노르즈(Nowruz설날)’를 의미한다.

새해 첫날을 뜻하는 노루즈의 기준은 ‘춘분(春分)’으로 긴 겨울이 지나고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첫날이다. 달과 겨울을 의미하는 ‘황소’와 태양과 봄을 상징하는 ‘사자’가 그려진 이 부조는 노루즈의 기본을 잘 표현해 준다. 두 동물은 끝없이 영원한 싸움을 계속 하는데, 춘분날 사자가 황소를 물리치게 됨으로서 드디어 봄이 오게 되며 비로서 이란의 새해가 시작된다. 

건축사적으로 페르세폴리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산물인 헬레니즘 건축의 모태가 되었다. 페르시아 건축은 대제국답게 웅장하고 화려한 거대 열주들이 연속되는 양식의 구조물을 즐겨 사용했는데, 알렉산더가 대제국을 세운 뒤 그리스인들도 이를 받아들여 통치의 권위성을 과시하는 기념비적인 양식을 만들게 된다.

돌로 만들어진 8개의 출입구와 쌍두의 황소로 기둥 상부가 장식된 검은 대리석이 이채롭다. 조공을 바치러 온 사신들을 환영하고 연회를 베풀던 장소였지만 현재는 거의 기둥도 남아있지 않다.

따가운 태양 아래 페르세폴리스를 발아래 품은 낮으막한 돌산을 오른다. 어찌 이런 작은 산 아래 이 웅대한 대제국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중국의 대제국들이나, 명멸해 갔던 이 땅의 수많은 왕조들은 모두 높은 산과 푸른 물 속에 포근하게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자리 잡았었다.

나는 세계여행을 하며 세계의 왕조를 볼 때마다 동쪽의 조그만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지금 현 시점의 한류콘텐츠들인 대장금이나 주몽 같은 드라마와 싸이, BTS 등을 볼 때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땅의 왕조들이다. 고려, 조선 500년에 신라는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가 찾아보기 힘든 당당하게 1,000년 역사에 육박한다.

조선은 지기(地氣)만 보아도 북쪽은 북악산, 전면에는 남산, 서쪽에는 인왕산, 동쪽에는 허한 기운까지 보완한 낮으마한 낙산까지 사방이 푸른 산과 물로 쌓여있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는 물 한 줄기는커녕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이다. 백성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밀려온다

이제 페르시아 제국의 가장 위대한 유산 페르세폴리스 밖으로 나온다.

매표소 아래에는 아까 들어갈 때는 보지 못한 세계의 국기들이 몇 개 붙어 있는데, 그 중 태극기도 있다.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과 이란과의 우리의 관계, 특히나 이란의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한류와 K-POP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반갑다.

우리도 너무 미국의 눈치만 보지 말고 중동국가들과의 자주적인 관계정립을 이란의 저항경제를 보면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요즘 이란에서 ‘한국물건 불매운동’이 일어난다는 소문까지 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테헤란의 가장 번화가 백화점 1층을 삼성과 LG가 거의 반반씩 나누어 쓰고 2층부터 거의 모든 소규모 가게 앞에 삼성의 간판이 환하던, 마치 용산전자상가에 온 것 같던 그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위태하다.

한국인이라면 환하게 웃으면서 대해주던 순수한 사람들의 그 눈망울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화단에는 여고생들이 앉아있다 나를 보며 만발한 꽃처럼 환하게 웃어준다.

이오니아식, 도리아식, 기둥과 주춧돌만 뒹구는 폐허, 귀 떨어지고 코 떨어진 소들의 석상, 깨어지고 팔 떨어진 사신들과 사자들의 부조, 키루스 대왕도 다리우스 1세도 크세르크세스 1세도, 젊은 나이에 세계를 피비린내로 몰아넣고 자신의 말발굽 아래 호령하다 홀연히 떠난 알렉산더 대왕까지도,

“인간의 영화가 덧없다”

는 심수봉의 노래 한 구절이 저절로 나온다. 부서진 잔해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툭, 툭 털고 일어날 듯 그리핀상(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지닌 상상의 동물) 한 마리가 유독 돋보인다.

(윤재훈의 세계 도보여행 지구를 걷다 '페르세폴리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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