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의 人花方暢 3] 열정의 부겐빌레아 ‘이민숙’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1.09 20:45
  • 수정 2021.06.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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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그녀와의 인연은 이모작뉴스의 모매체인 투데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외모와 옷차림, 화장법, 그리고 음악까지, 쉰을 넘긴 내게는 이름조차 외워지지 않는 일명 ‘아이돌’들이 방송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요즘, 어린이프로그램의 대명사 ‘뽀뽀뽀’의 음악을 담당했던 이민숙 감독의 유튜브 방송 ‘노래친구들 랄라라’는 반가움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이민숙 감독의 의미 있는 행보를 투데이신문이 다루면서 개인적 만남으로 이어졌고, 첫 눈에 그녀의 열정적 에너지에 매료됐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 외모, 청년 못지않은 실험적 마인드, 대화 상대를 압도하는 유쾌발랄한 언변, 그야말로 어디하나 부족함 없는 완벽한 매력의 소유자다.

Ⓒ박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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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비롯한 수많은 정복자들을 유혹한 신비의 땅, 인도의 매혹적인 눈빛을 지닌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인도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인도풍의 인테리어에 오렌지빛 주홍빛이 적당히 섞여있는 조명 탓에 마치 인도 뭄바이 인근 작은 식당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곳에서 그녀와 살아온 이야기보다 살아갈 이야기로 시간을 잊은 듯 대화에 몰두했다.

인도 출신 주인장의 따뜻한 환대 속에 인도 음식을 대표하는 다양한 맛의 커리와 양고기 구이로 저녁식사를 즐겼다. 곁들인 쫄깃한 난과 함께 먹는 커리 맛이 일품이다. 이국적 맛과 향이 그녀와의 대화에 풍미를 더한다.

이민숙 감독은 1981년 5월 25일 첫 방송된 MBC어린이프로그램 ‘뽀뽀뽀’의 원년멤버이다. 2013년 8월 7754회로 종방할 때까지 32년간 지휘봉을 잡고 동고동락했던 기록적 인물이다. 뽀뽀뽀를 비롯해 창작동요제, 어린이합창단 등 MBC의 모든 어린이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아빠엄마에게 힘이 된 노래, 주제가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는 물론 어린이프로그램 속 음악 대부분이 그녀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녀가 작곡한 동요는 세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방대하다. 현재 그녀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유투브 방송 ‘노래친구들 랄라라’를 위해 지금도 매일매일 동요 작곡을 하고 있다.

그녀의 전공은 피아노. 모친 역시 현제명 선생님 수하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적 DNA를 지닌 집안의 딸이다. 음악적 DNA뿐 아니라 그녀의 모친은 삶을 대하는 바른 자세를 물려주고 일깨워주었다.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먼저 일어나지 마라. 대접받는 만큼 그 이상을 대접하라.

자신의 힘든 점을 드러내지 마라. 부지런함과 웃음을 항상 몸에 지녀라.”

모친의 가르침은 살얼음판 같았던 방송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였다. 또한 작곡 및 편곡, 영상 및 음반제작, 뮤지컬 기획연출, 교육프로그램 제작 등 다방면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박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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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무려 30여년의 세월을 바친 프로그램 ‘뽀뽀뽀’에 관한 이야기를 생략한다면 그녀의 청춘 기록도 사라지는 것이다. 음악감독 뿐 아니라 편집일, 섭외담당, 심지어 안무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소화해내며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한 열정의 시기였다. 왕영은, 최유라, 장서희 등 24명의 ‘뽀미 언니’들을 배출하면서 ‘스타 관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뽀뽀뽀가 MBC의 장수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에너지와 열정이 한몫했다고 본다.

그녀가 청춘을 바친 MBC와의 결별은 뽀뽀뽀의 종방과 단장으로 있던 MBC어린이합창단이 해체되면서였다. MBC로부터 독립한 그녀는 ‘노래친구들’이라는 어린이합창단을 결성했다. 그리고 그녀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실험적 아이디어 덕분에 ‘노래친구들’ 역시 성공궤도에 올랐다. 그녀가 진두지휘한 뽀뽀뽀와 어린이합창단을 거쳐 간 아이들만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지금의 월드스타가 된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영화배우 류덕환, 김민정, 김새론, 틴탑의 안다니엘, 탤런트 이의정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있다. 이쯤 되면 어린이연예계에 미다스라고 하겠다.

미다스의 손이 지금은 어린이 전문프로덕션 ‘노래친구들’과 함께 유튜브 방송채널을 통해 어린이동요프로그램인 ‘노래친구들 랄라라’를 제작하고 있다. 저속한 표현과 뜻을 알 수 없는 가사들이 난무하는 유행가 속에서 어린이들이 꿈을 꾸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동요가 더 널리 불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친구들 랄라라’가 ‘동심지키기’ 프로그램으로 우뚝 서기를 그녀는 진심 다해 바라고 또 바란다.

그녀의 아이사랑은 교육철학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은 작품이다. 누구한테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 어릴 적부터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 실력보다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 사랑받는 연예인이 될 수 있다. 사랑받는 연예인은 사랑을 더불어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은 7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것이 관계의 중요함이다. 오빠, 언니처럼 가족과 같은 관계로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때로는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모님들에게도 인성교육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때로는 자기만 알고, 버릇없고, 편협한 생각을 지닌 아이들을 부모가 보는 앞에서 따끔하게 훈계한다. 다소 마음 상하는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안다. 나의 진심을. 그래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오랜 세월 내 곁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박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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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덕담으로 첫인사를 하고, 식사를 주문하고 마칠 때까지 그녀는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해 아이들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말하는 내내 그녀의 눈빛은 살아 있었고, ‘우리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묘한 흥분을 나타내기도 했다. 인도풍 조명아래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서 나는 정열이라는 꽃말을 지닌 ‘부겐빌레아’를 연상했다.

우리에게 ‘종이꽃’으로 알려져 있는 부겐빌레아는 3개의 암술머리 모양으로 생긴 하얀꽃을 포인세티아처럼 잎이 꽃으로 보이는 화포엽이 빨강, 보라, 분홍, 하양, 금빛의 화려함으로 감싸고 있다. 강한 빛과 물을 좋아하는 부겐빌레아의 화려한 잎이 작고 여린 꽃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길러낸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 사뭇 흡사하다. 원산지인 브라질에서는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3-4차례 꽃을 피우는 부겐빌레아의 정열적 순환 또한, 지칠 줄 모르는 그녀의 도전과 열정과도 닮아있다. 장미 넝쿨처럼 울타리를 아름드리 장식하는 부겐빌레아처럼 그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인 유튜브 방송 ‘노래친구 랄라라’가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곱디고운 울타리가 되어주길 나또한 바란다. 향기가 없어 키우고 가꾸는 이들이 향기가 되어주는 꽃 ‘부겐빌레아’를 따뜻한 날 내 창가에 두어야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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