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미국 ‘필그림 플레이스’에서 배우는 은퇴 후 삶의 가치
[발행인 칼럼] 미국 ‘필그림 플레이스’에서 배우는 은퇴 후 삶의 가치
  • 박애경 발행인
  • 승인 2021.11.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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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경 칼럼니스트▲이모작뉴스‧투데이신문 발행인
▲박애경 칼럼니스트
▲이모작뉴스‧투데이신문 발행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중심에 시니어타운 ‘필그림 플레이스(Pilgrim Place)’가 있다. 이곳은 선교사나 목회자들이 요양이나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1915년 처음 조성된 곳이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로부터 시니어 돌봄 및 주거시설로 인증 받은 ‘은퇴성직자 주거단지’이다.

타인을 위한 섬김의 삶을 살아 온 성직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자칫 폐쇄된 공간의 이미지를 갖는다면 큰 오산이다. 은퇴 후 나눔의 삶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지역과 국가, 그리고 세계를 향한 관심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곳이다. 자원봉사와 기부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나 나라 안팎의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태, 환경, 정의, 인권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 축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류중이다.

1948년 시작된 ‘필그림 플레이스 페스티벌’은 초기에는 입주민건강지원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소박한 야드세일(Yard sale) 형태였는데, 지금은 준비기간이 최소 2~3달 소요될 만큼 큰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11월 둘째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이 축제는 환경에 관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물론 기부와 나눔은 이 축제의 근간이다. 축제의 수익금 전액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긴급한 의료비가 필요한 입주민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이밖에 이곳 입주민들은 스스로 자치위원회를 구성해 슬기로운 삶을 살고 있다. 여러 자치위원회 중 하나인 건강복지위원회(health and welfare committee)는 지난 2020년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인생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청년세대 간 교류를 통해 미래사회를 이끌 청년들의 리더십을 함양시키고 있다. 그 예가 바로 ‘내피어 이니셔티브(Napier Initiative)’라는 파트너 프로그램이다. 이곳 주민이었던 대비 내피어와 조이 내피어 부부의 이름을 따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평화와 사회정의, 약자 포용, 지속가능한 지구생태를 위해 실천했던 이들의 실천적 삶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5개 클레어몬트 컨소시엄 대학과 연계해 세대통합형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은퇴 후에도 나눔, 환경실천, 평화실현을 이어가고 있는 ‘필그림 플레이스’는 62세부터 백세가 넘는 사람들이 입주해 있다. 특히 60대 중후반 연령대 거주자가 많아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60대는 자신이 걸어 온 삶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다. 사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60대는 노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전보다 육체적 쇠퇴는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정신마저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축척된 지혜로 인해 성숙해진다. 이곳 ‘필그림 플레이스’ 시니어들의 모습에서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이어갈 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빌려 쓴 지구를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넘겨줘야 한다는 사명, 기성세대의 제도적 모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지, 축척된 삶의 지혜를 미래세대와 소통하려는 공감지수, 이것이 바로 우리 시니어들이 추구하고 실천해야 할 삶의 가치이자 철학이어야 한다.

사진=필그림 플레이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필그림 플레이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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