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80세 새내기 시인들의 창작집 ‘엄마의 눈깔사탕’

박애경 기자
  • 입력 2019.04.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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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삶이 우려낸 지혜와 겸손이 가득한 아름다운 시집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평균나이 80세. 11명의 어르신 시인들이 시집 <엄마의 눈깔사탕>을 출간했다. 이들은 염광교회 시니어스쿨에서 시창작을 공부하고 있는 새내기 시인들이다. 비록 시적기교는 탁월하지 않지만 시가 담고 있는 진심은 아름답다.

권보현, 김길순, 박공규, 박찬숙, 송연순, 오병화, 이경용, 조관연, 조삼심, 최영희, 황춘자, 어른신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김순진 문학평론가는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권보현 어르신의 어머니는 대가족의 입에 풀칠하기 위해 늘 일에 묻혀 사셨는데 어머니가 안타까운 이야기가 가슴이 아리다. 김길순 어르신이 어렸던 그 시절엔 눈깔사탕이 참으로 귀했던 것 같다. 손주녀석이 빨아먹다가 잠든 손에 들린 눈깔사탕을 한 입 빨아먹어보면서 어릴 적 엄마를 회상하는 기법은 아주 자연스럽고 시다운 회상이다. 박공규 어르신의 시를 읽으면 꽃신을 받는 설날이 기다려진다는 박공규 어르신만의 추억에 공감한다. 박찬숙 어르신은 힘없고 느린 노인들이지만 세상은 젊은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하신다. 송연순 어르신의 시에서 자식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혼자 피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시는 것에 마음이 짠하다. 오병화 어르신은 오랫동안 남편의 병수발을 들면서도 그저 살아있어만 달라는 말씀은 현대인들의 냄비근성을 일깨우는 듯하다. 이경용 어르신의 친구에 관한 시를 읽으면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준다. 조관연 어르신의 시를 읽으면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신다. 조삼심 어르신의 시를 읽으면 우리는 조삼심 어르신이 얼마나 겸손하시고 덕을 쌓으신 분인지 알 것 같다. 최영희 어르신의 시를 처음만나는 기분을 쓴 시는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과 첫 만남에 대한 설렘이 있어 좋았다. 황춘자 어르신께서 쓰신 동화에서는 이 세상은 집 가진 자들만의 세상이 아니듯 민달팽이가 이기는 세상이기도 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염광교회 시니어스쿨에서 어르신들을 지도하고 있는 임서정 시인은 “평균연령 80세 어르신들이 황혼녘에 시를 쓰시겠다고 공부하는 모습과 그들이 창작한 시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때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 어머니들의 시 속에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기도 한다.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바로 제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는 어르신들에게 시를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늘 화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랜 삶이 우려낸 지혜와 겸손이 묻어나는 <엄마이 눈깔사탕>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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