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56] 김녕만–김호성 父子전 ‘계단 위의 관찰자’…분단 역사의 관조적 시각을 일깨우다

천건희 기자
  • 입력 2023.06.08 18:18
  • 수정 2023.06.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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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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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현충일인 6월 6일, 뜻깊은 전시 ‘김녕만–김호성 父子전’ <계단 위의 관찰자>를 관람했다. 아버지 김녕만(74)은 해학적이며 휴머니즘이 넘치는 시선으로 시대를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이고, 아들 김호성(39)은 영상, 설치작업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사진의 가능성을 탐색해온 아티스트다. 아버지와 아들, 예술로 이어진 부자간의 유대와 세대 간의 시선과 시각의 차이가 궁금했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6.25 전쟁 휴전 70주년인 올해, 분단의 역사를 전쟁 전후 세대가 바라본 두 시선이어서 더 기대되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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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는 메타포32 갤러리는 종로구 평창동의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북한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갤러리 뒤에 펼쳐져 풍광이 멋지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고라니가 붉은 철조망 안에 갇힌 설치 작품 ‘A border light’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분단의 비극으로 조성되었지만, 생태평화공원이 되어있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아버지 김녕만 사진가가 촬영한 고라니 사진을 아들 김호성 작가가 재해석한 설치 작품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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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장에는 아버지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아들의 새로운 표현 기법으로 현상된 사진이 나란히 전시되어 흥미롭다. 김녕만 작가가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며 찍은 북한 병사의 얼굴 사진 옆에 김호성 작가가 AI 기술로 제작한 가상의 북한 병사의 얼굴 사진 ‘AI soldier 007’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은 로드 뷰만으로 찍었다는 ‘GP 시리즈’ 작품도 있고, 한쪽에서는 김녕만 작가와 김호성 작가의 서로 다른 사진 작업에 대한 영상이 이어져 시선을 붙잡는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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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는 2층으로 오르는 직선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니 망원경이 놓여 있고. 망원경으로 건너편 벽의 사진을 바라보니 비무장지대 풍경들이 펼쳐져 보인다. 전시 제목이 <계단 위의 관찰자>라는 것이 실감 났다. 또한 1층 한쪽 벽의 사진이 아주 작은 이유가 깨달아졌다. 관람객에게 비무장지대의 ‘관찰자’로서의 시선을 공유하게 만든 기획이 신선하고 감동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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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그동안 출간된 김녕만 사진가의 「분단의 현장 판문점과 DMZ」, 「시대의 기억」 등의 작품집과 김호성 작가의 「A PHANTOM CITY_NEW YORK」, 「emitted」, 「무감각」 등의 작품집이 전시되어 있어 둘러볼 수 있다. 갤러리 밖 숲속에도 사진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전시장 밖에 있는 망원경으로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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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만 사진가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농촌과 도시, 광주 5.18과 민주화 운동, 판문점과 DMZ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에 한국적 해학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저는 개념미술 작가로서 다른 결의 작업을 하지만, 시대정신을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접점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 김호성 작가

전쟁에 대해 무감각한 세대로서, 우리의 분단 현실을 가상 다큐멘터리를 통해 환기하고 싶었다는 김호성 작가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사진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함께 분단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아들 김호성 작가(左上)와 아버지 김녕만 작가(右上) / 촬영=천건희 기자
아들 김호성 작가(左上)와 아버지 김녕만 작가(右上) / 촬영=천건희 기자

'우리는 다만 우리의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계단 위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일 뿐인가?..'

라는 물음이 집에 오는 내내 마음에 남는 ‘김녕만–김호성 父子전’ <계단 위의 관찰자> 전시는 메타포32 갤러리에서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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