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의 아름다운 시도

이정기 기자
  • 입력 2019.09.25 10:22
  • 수정 2019.09.25 12: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포]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 현장을 가다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 성년후견제도 지원계획의 일환으로 시민후견지원활동가 양성사업 추진

Ⓒ이정기
Ⓒ이정기

【이모작뉴스 이정기 기자】 지난 8월21일 비교적 이른 아침,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을 진행하는 서초구 중앙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강의가 열리는 3층 세미나 실에 들어서자 50세 초반에서 70세 후반 어르신 약 35명이 열의에 찬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치매어르신이나 심신장애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후견지원활동가 양성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후견지원활동가 양성사업은 서초구가 지난 2017년에 제정한 ‘성년후견제도 이용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성년후견제도지원계획에는 ▲공공후견인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인식개선 등 홍보사업 ▲성년후견이 필요한 저소득층, 장애인 등 발굴 지원 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성년후견제도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거나 부족하여 후원이 필요한 성인을 위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지원되는 법정 후견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1일 사회복지대상자들의 인권보장과 권리 보호의 일환으로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를 대체하는 성년후견제도를 시행했다.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은 공공후견인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후견지원활동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교육과정 수료자들을 통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인식개선 등 홍보활동과 성년후견이 필요한 저소득층, 장애인 발굴 지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후견지원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은 상당한 수준의 법률지식과 사회복지능력 배양을 위해 난이도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강사들도 전문변호사와 대학교수, 사회복지사, 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정기
Ⓒ이정기

협소한 강의실을 빼곡히 메운 열의에 찬 30여 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다. 이날 강의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교수가 ‘성년제도의 이해’라는 주제로 자기결정권에 대한 다양한 실 사례 중심으로 왜 필요한지를 피력했다. 박준기 서초중앙노인복지관 관장은 ‘후견인의 윤리적 관점’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어떻게 피후견인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면서 친권자나 친족 등 이해관계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갈 것인지에 대해 강의했다. 수강생들 뿐 아니라 나 역시 크게 공감했던 시간이었다.

이밖에 (사)온율의 배광열 변호사, 법무법인 진성의 전창훈 변호사가 후견인 직무 및 신탁제도에 대해 설명했고, 허정훈 사회복지사는 성년후견 실무와 실습에 대해, 서초열린세상 박재우 시설장은 정신장애의 이해와 실 사례를, 강남종합사회복지관의 조준배 관장은 신상보호와 모니터링 방법을,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조성희 교수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이렇듯 빡빡한 교육내용과 일정을 나이든 수강생들이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수강자 대부분은 오랜 교직생활이나 공직생활, 직장이나 봉사활동 경험이 많은 분들로,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가했기에 배우려는 열의와 집중력이 정말 대단했다. 가끔 수준 높은 질문으로 강사들을 놀라게 하는 일도 있어 강의가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고 활기찼다.

특히 허정훈 사회복지사가 “나 자신을 위한 의사결정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도 힘든데, 남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고 준비를 잘하고 봉사정신과 책임감으로 임한다면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할 때, 다소 위축되었던 참가자들의 자신감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교육과정은 하루 5시간씩 주 2회를 3주에 걸쳐 총 30시간 진행됐다. 교육비는 무료이다. 이번 교육과정 수료자는 30명으로 오는 9월 26일 개최되는 후견지원활동가 발대식 이후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의 든든한 후견자로 거듭날 것이다.

아울러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은 발대식에 이어 서초후견지원센터 설립도 추진 중에 있다. 법적 보호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서초구의 아름다운 시도에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