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에 만난 19살·21살 형제의 넋...‘호국의 형제’ 안장식 거행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1.23 17:45
  • 수정 2023.11.27 10: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모작뉴스 심현주 기자] 6·25 전쟁에서 전사한 형제가 73년 만에 국립현충원에 함께 잠들었다.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두 명의 형제가 긴 세월이 지난 후, 넋으로라도 해후한 것이다.

23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유가족, 국방부 인사기획관, 군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상락 하사와  최임락 일병의 안장식이 진행되었다.

형의 이야기

故 최상락 하사는 1929년 4월,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6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최상락 하사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실질적인 장남 역할을 한 든든한 아들이었다.

최 하사는 광복 이후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1949년 2월, 부산에 있는 제5연대에 자진 입대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와 이별하면서도, 자유로운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고인은 국군 제3사단 제23연대 소속으로 낙동강 방어 전선으로 이동하여 ‘울진-영해전투’에 참전했다. 이후 동해안 최대의 병참기지인 경북 포항을 사수하기 위해 ‘영덕-포항전투’에서 북한군 제5사단과 격전을 벌이던 중에 1950년 8월, 21세의 꽃다운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동생의 이야기

故 최임락 일병은 1931년 1월, 셋째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열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부산에 살던 외당숙의 식당에서 일을 배우며 집안을 부흥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발발하자, 형의 뒤를 따라 1950년 8월, 부산에서 입대 후 미 제7사단 카투사로 배치되어 일본 요코하마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이후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해, 인천과 서울 등을 수복하고 북진 작전에 합류했다. 북한 함경남도 이원항에 상륙해 ‘장진호 전투’에 참전 중, 안타깝게도 1950년 12월, 19세의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

故 최임락 일병은 긴 세월 동안 북한지역에 잠들어 있던 중, 1995년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국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에 인계됐다. 이후 한·미 양국의 끈질긴 노력으로 신원이 확인되었다. 올해 7월 대한민국 공군 특별기를 타고 F-35A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현역 군인인 조카 최호종 해군 상사의 품에 안겨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꽃같던 형제, 호국의 형제로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안장식은 6·25전쟁 당시 두 형제의 숭고한 헌신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호국의 형제’라고 명명했다.

행사는 먼저 현충관에서 영현 입장을 시작으로 고인에 대한 경례, 유해발굴 경과 및 참전전사 보고, 추모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을 실시했다. 그리고 묘역으로 이동하여 두 형제의 고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흙으로 허토를 한 후, 조총 및 묵념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부득이하게 안장식에 참석하지 못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서신을 인사기획관이 유가족에게 전달하였다.

아울러, 이번에 조성된 ‘호국의 형제’ 묘가 국민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호국보훈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묘비 앞에 두 고인의 동생이 쓴 추모글과 전투 경로 등이 새겨진 추모석을 설치했다.

나란히 묻힌 '호국의 형제'. 사진=국방부 제공
나란히 묻힌 '호국의 형제'. 사진=국방부 제공

행사에 참여한 유가족 중에는 두 고인의 막냇동생이 있었다. 올해로 79세가 된 막냇동생 최용 씨다. 최 씨는, “8남매 중 막내인 나만 남았는데, 이렇게 두 형을 넋이라도 한 자리에 안치할 수 있어 꿈만 같다.”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두 형을 호국보훈의 성지에 안장할 수 있도록 고생한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73년의 긴 세월을 이겨내고 두 분 호국의 형제를 함께 모셔, 넋을 기리는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되었다”며, “선배의 피 값으로 오늘도 태극기가 창공에 휘날릴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선진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만큼,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자랑스러운 육군, 승리하는 육군’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국립현충원 내 6·25전쟁 전사자 형제 묘역을 조성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 호국의 형제 안장 사례

- 1호 : '11. 6. 6. / 국립서울현충원 / 故 이만우(형) 하사와 故 이천우(동생) 이등중사

- 2호 : '15. 6. 4. / 국립서울현충원 / 故 강영만(형) 하사와 故 강영안(동생) 이등상사

- 3호 : '23. 6. 6. / 국립서울현충원 / 故 김봉학(형) 일병과 故 김성학(동생) 일병

- 4호 : '23. 6. 28. / 국립제주호국원 / 故 허창호(형) 하사와 故 허창식(동생) 하사

- 5호 : '23. 11. 23. / 국립대전현충원 / 故 최상락(형) 하사와 故 최임락(동생) 일병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