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 38] 나이 절감의 시간
[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 38] 나이 절감의 시간
  • 오은주 기자
  • 승인 2020.03.18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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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현재, 한국문화콘텐츠 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
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수상
2019년 조연현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콘텐츠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종훈씨는 요즘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심기가 잔뜩 불편하고 불안했다. 전염성이 강하다니 예방 차원에서 어느 정도 삶이 불편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겠지만, 68세인 김종훈씨가 겪는 어려움은 또 달랐다.

처음에 받은 쇼크는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 임산부, 65세이상 고령자, 기저질환 보유자 등 고위험군은 외출을 철저히 삼가라는 경고성 글자가 계속 나오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김종훈씨는 말 그대로 ‘집콕’을 하면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의 뉴스와 텔레비전의 뉴스만 쳐다보는 시간을 며칠 보냈는데 그럴수록 불안은 증폭됐다. ‘65세 이상이면 고령자인가? 그럼 나는 고령자인가?’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나라에서 2년 전인 만 65세 생일 다음날부터 지하철 무임승차 카드를 주었을 때는 절감하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교통카드는 혜택을 주는 것이고, 고령자 분류는 부정적인 것이라 편의적 이기심이 작동하는 중이었다.

그럼 평소에 사람들이 이제는 100세 시대이니, 60-70대는 신중년이라는 말을 했던 건 다 한갓 포장일 뿐 엄연히 생체나이는 고위험군에 속한단 말인가? 김종훈씨는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오전에 친구들과 바둑이나 당구를 두고 주말에는 산행을 하는 생활을 무리 없이 해나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적으로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나이라니 왠지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부인인 민숙씨는 웃으면서 진실을 일깨워주기까지 했다.

“나는 64살이니 아직 고위험군 아니거든요. 엄연히 의학적으로 다른 카테고리에 있다니까요.”

뉴스에서는 한술 더 떠서 영국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층은 4개월간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고 하고, 이태리에서는 고령층보다는 젊은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치료한다는 방침이라니 코로나 사태로 나이의 경계가 확실해지는 기분이었다.

평소 주말에는 집이나 식당에서 결혼한 아들네랑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근 한 달 이상을 만나지 못하고 지내다가 우리나라에서의 확장세가 조금 가라앉은 지난 주말에 아들네 식구를 만나게 되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휴원으로 집에서 엄마랑 지내고 있는 손주들은 그새 볼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보기 좋았다.

지방에서 직장을 다니느라 혼자 살고 있는 미혼인 딸도 모처럼 자리를 같이 했다.

“아빠, 좀 갑갑하더라도 일정 줄이고 집에 계세요. 65세 이상이라는 나이 자체가 바로 기저질환거예요. 나도 아빠가 그 연배의 다른 분들보다 건강하고 젊다고는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아무튼 고령이라니까 조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뭐라고 나이 자체가 기저질환이라고? 딸의 그 말에 김종훈씨는 뭔가에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게다가 손주들은 오늘따라 왜 그리 “할아버지, 할아버지”하고 부르는지 평소에 정답고 흐뭇하게 들리던 그 단어마저 노인임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 귀에 거슬렸다. 마지못해 “그래, 나야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집에 스스로 격리하고 있을 테니 밖에서 업무 보는 너희들이나 조심해라”라고 말했지만 왠지 씁쓸했다. 아무튼 빨리 지나가야 할 코로나 사태였다. 김종훈씨의 나이 절감 시간이 이보다 더 길어지면 정말 훅하고 순식간에 나이에 사로잡힐 것 같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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