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㉗] 코카서스 3국을 가다1_ 아제르바이잔의 청록빛 자연속 그늘

윤재훈 기자
  • 입력 2020.12.03 10:56
  • 수정 2022.05.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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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의 청록빛 자연속 그늘

Q.“아버지와 아들이 50년 가까이 독재를 하고 있다는데, 괜찮은가요?”
A. “경제가 많이 좋아졌는데요.”
                 
Q. “그래도 정치가 발전해야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지 않을까요?”
A. “글쎄요! 우리나라 속담에,

‘땅에도 귀가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리에 있는 거대한 나무. 촬영=윤재훈
(거대한 나무들이 즐비하다.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카스피해를 넘어 <아제르바이잔>의 산유국 도시 바쿠에서 기름빛에 찌들린 카스피 바다를 만나,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무지하고 해로운 존재인가를 뼈 속 깊이 느꼈다.

'인간의 환경파괴에 의한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생활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아니 늘어난 택배 물량 등으로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만 같다. 자정이 넘어가자 심야열차는 조지아로 넘어가는 국경 근처 대상들이 머물렀던 <캬라반 사라이>를 지난다.

아제르바이잔은 독특하게도 자신들의 국경과는 멀리 떨어진 아르메니아와 이란, 터키 사이에 ‘니히체반 자치공화국를 따로 가지고 있어, 이 삼국과 항상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국경 근처에서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고, 현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전 대통령인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한 올 9월부터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전투가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더니, 아제르바이잔은 계엄령에 이어 부분 동원령까지 선포하고, 아르메니아는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돕기 위해 시리아 용병까지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지로 오랜 세월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원수지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터키가 아르메니아인의 성산인 ’아라라트 산‘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인은 매일 이 산을 보면서 기도를 올린다.

또한 소련이 붕괴되고 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 공화국‘을 설립한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거부하면서 1992~94까지 전쟁을 치렀다.

현재 국제법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실효적으론 아르메니아가 지배하는 분쟁지역으로,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러나 어제 2020년 12월 2일 러시아의 중재로 양국 간 평화협정에 서명하며,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에 영토를 반환함으로서 갈등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역사적 정의와 안정의 승리”라며 기뻐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사 이래 세계의 역사는 강대국의 역사였다. 자기들 마음대로 지도 위에 줄을 긋고 나면 그것이 그 나라의 국경이 되었으며, 자국 국민들은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나라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오랜 옛날부터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침탈을 당하며, 국민들의 목숨을 요구 당했다.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가장 넉넉하게 비자 기간을 주는 와인의 나라 <조지아>, 그중에서도 특별한 와인 마을 <시그나기>, 360일이나 넉넉하게 주면서 이 빼어난 자연에서 쉬엄쉬엄 가라고 해,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터키와는 오랜 숙적으로 국경까지 폐쇄시킨 <아르메니아>의 예레반에서는 편안하고 웃음기 많은 사람들과 세계 제일이라는 브랜디를 마시며, 코카서스 3국을 지났다. 그 첫 이야기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다.

오일 머니로 흥청대는 카스피해 도시, ‘바쿠’

(바쿠 랜드마크, 춤추는 석유불꽃. 촬영=윤재훈)
(바쿠 랜드마크, 춤추는 석유불꽃. 촬영=윤재훈)

세계 분쟁의 씨앗, 검은 황금의 땅, 어느 날 석유가 쏟아져 나와 농업국가에서 석유국가로 변한 나라

그 옛날 대상들이 지나던 실크로드는 사라지고 이제 오일 로드가 펼쳐진 나라. 1991년 8월31일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은 그해 12월 21일 민족간 국내 충돌인 ‘그루지아 내전’에 휩싸인다.

또한 2008년 8월 8일에는 얼마 전까지 그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러시아와 남오세티야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후 급격하게 탈러시아 운동이 일어나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로 기울게 된다.

한때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였던 나라, 그러나 거대한 서구문명의 물꼬는 어찌할 수 없어 지금 햄버거와 정크푸드에 물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3년 850달러에서 2019년 4,689달러이다. 대한민국은 192개국 중 30위인 3만 600달러로 삼만불 시대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이웃들의 삶을 보면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그런데 실제 국민들의 구매력을 평가하는 구매력 평가(PPP)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4만 450달러로 2017년 31위에서 두 계단 떨어진 33위였다.

국립 석유대학는 소련치하를 지나 8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1, 2차 세계대전의 틈바구니를 숨 가쁘게 지나오면서 급격한 번영을 이루고 있다.

코카서스의 풍경

(카스피해의 파란 바다. 가까이 다가가면 기름범벅이다 촬영=윤재훈)
(카스피해의 파란 바다. 가까이 다가가면 기름범벅이다 촬영=윤재훈)

비행기 아래로 줄지어 늘어선 붉은색 지붕들이 보인다. 칭다오에서 보았던 풍경과 닮아 보이는 데 이것은 자국의 풍경이 아니었다. 강대국들이 침략하여 식민지나 조차지로 삼아 그들의 문화가 이식된 결과다.

높은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고 녹색의 풍경들이 가득하여 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코카서스 3국은 인구밀도도 그리 높지 않다. 공항에서 짐을 기다리면서 보니 나이가 지긋한 30여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보인다.

공항에서 심카드를 사려고 부스로 갔다. 4기가에 35마나트(2만원 가량)이다. 돈을 지불하고 아가씨들 3명이 1시간 이상 붙어 있어도 결국 그것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하던 것들인데, 미디어 사정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결국 반환을 요구하자 아가씨가 생글거리면서 며칠 기다려야 한단다. 아니 왜 연결도 안해주면서 그러냐고 겨우, 언성을 높여서야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해준다. 뒤에 시내에 와서 전문 매장에 가니 배 이상이 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쿠 시청. 촬영=윤재훈)
(바쿠 시청. 촬영=윤재훈)

장기 배낭여행자에게는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자는 것과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만 해결되면 여행은 즐거워진다. 특히나 중앙아시아 지역은 무슬림을 믿는 곳이 많아 할랄 푸드를 먹는 곳이 많다. 그러니 슈퍼 등에서도 술은 물론 돼지고기도 잘 팔지 않는다.

<할랄>이란 말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즉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슬람 도축법 다비하(Dhabihah, 찬반이 있다) 식으로 도살한 짐승의 고기와 그 고기를 가지고 만든 음식만 먹는다.

그 반대는 하람(Haram)이다. ‘허용되지 않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곤충도 메뚜기를 제외하면 하람이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초승달 모양의 인증서가 붙어있는 식당들만 찾아간다. 여기서는 믿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하람 푸드>는 어떤 것일까.

대표적으로는 ‘돼지고기’이다. 그 이외에도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네 발 짐승(낙타 제외), 송곳니가 날카로운 육식 동물, 때려잡거나 목을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인 고기나 다른 야생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들도 포함된다.

어찌 보면 서구사회의 식단보다 훨씬 인간적인 것 같다. 코로나의 발원지이며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들을 포함해 세계인의 식습관을 보면 말이다.

수만 년 자란 밀림들을 다 베어내고 그 속에서 잠자던 동물들의 바이러스를 불러내어, 급기야 코로나에 붙잡혀 종일 마스크를 쓰고 집 안으로 쫒겨간 호모 사피엔스를 보면 말이다.

여기에는 돼지고기가 닿은 식기류와 심지어 초코파이도 돼지고기 젤라틴 들어가 제외 하였는데, 기업들이 거대한 이슬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금은 소가죽에서 주출한 젤라틴 사용한다.

불의 땅 Odlar Yurdu.

(끔직한 환경파괴 카스피해. 촬영=윤재훈)
(끔직한 환경파괴 카스피해. 촬영=윤재훈)

아제르바이잔(Azerbaijan)는 페르시아어로 ‘아자르(Adhar, 불)’와 아랍어 ‘바이잔(Beyqan, 나라)’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의 나라’이다. 고대부터 천연가스가 많아 지표면으로부터 가스가 분출되어 불이 솟구쳐 올라왔다. 따라서 불을 숭상하는 조로아스터교(배화교(拜火敎))가 성행하였다.

이제 그 불은 종교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열강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한정 쏟아져 나온 석유는 카스피해에는 재난이 되고 있다. 과연 이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을 풍경은 무엇일까? 무뇌아처럼 배설해 내는 인간의 석유 문명 뒤에서 많은 것이 무너지고 사라져 가고 있다.

물처럼 흔했고 약처럼 사용했던 자연의 선물, 과연 석유는 기적처럼 이 땅에 내린 알라의 선물이기만 할까? 소련에게서 해방된 뒤로 이 나라는 이제 그 석유를 발판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 땅이 실크로드 위에서 문명을 꽃 피운지 2,000년이 넘어가지만, 독립을 유지한 것이 불과 30년도 안된다.

그 오일로드 위에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승계된 두 명의 독재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70억 배럴에 세계 20위권을 유지하는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와 매년 경제 성장이 되어가니, 국민도 여(與)도 야(野)도 편안하다. 돈 위에서는 모든 죄도 덮어지는 가벼운 경제주의가 온 세계를 뒤덮고, 그 위로 거대한 기름띠만이 유령처럼 카스피해에서 뒤틀리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 코카서스 산맥 기슭, 카즈베기의 풍경. 촬영=윤재훈)
(러시아와 국경 코카서스 산맥 기슭, 카즈베기의 풍경. 촬영=윤재훈)

아제르바이잔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작은 나라다. 북으로 코카서스 산맥, 동쪽으로 카스피해(海), 남서쪽으로는 초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드넓은 초원 지역은 농업이 발달해 있고, 카스피해 지역은 원유와 가스가 무진장으로 매장되어 있다.

아제르바이잔도 고대(古代)부터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역사에 등장한 것은 기원전 8세기 메디아왕국 때부터다. 이때 아제르바이잔은 메디아왕국의 일부였다. 아제르바이잔이 최초로 독립국가가 된 것은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무찌르고 이 지역을 차지한 이후다.

알렉산더 대왕의 참모 중 이곳 출신인 아트로파테스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가 코카서스를 다스리는 총독이 됐는데, 그의 이름에서 아제르바이잔이라는 국명(國名)이 유래됐다고 한다.

이후 부침(浮沈)을 거듭하던 아제르바이잔은 7세기부터 아랍의 지배를 받았다. 11세기에는 셀주크튀르크, 13세기에는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 16세기부터 근 3세기 동안은 페르시아와 오스만튀르크가 아제르바이잔을 지배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이 이 땅으로 들어왔다.

19세기 초반 제정(帝政)러시아가 이곳으로 진출했다. 19세기 중엽에는 남북으로 분리되어 제정러시아와 페르시아의 보호령(保護領)이 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 카스피해에서 원유(原油)가 발견됐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때부터 세계적인 산유국(産油國)이 됐다.

아제르바이잔어는 터키어와 80% 정도가 유사해 <한 민족 두 나라>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양국 대통령이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라 이들의 언어를, <아제르 바이잔 튀르크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일 머니로 흥청되는 나라이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빈민촌이고, 현재도 아르메니아와 전쟁 중이라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하다.

(아버지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 공원. 촬영=윤재훈)
(아버지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 공원. 촬영=윤재훈)

현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는 구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공산당 제1서기 출신이며 10년 동안 장기집권을 했던 아버지 게이다르 알리예프의 뒤를 이어 강권통치를 하고 있다. 이렇게 길가에다 큼지막하게 자신의 동상을 레닌이나 북한처럼 세워둔 것을 보니 보지 않아도 독재자처럼 보인다.

소련 붕괴 후 그의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고, 2003년 돌아가시자 그 자리를 마치 북한처럼 세습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독재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3을 할 수 없다는 헌법조항도 있었지만 폐지해 버렸다고 한다.

더구나 더욱 우스운 것은 20182월에 자신의 부인을 부통령에 임명했다고 한다.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거기에 4월에는 6개월이나 앞당겨 대통령 선거를 했으며,, 90%에 이르는 찬성표를 얻어 4선 대통령이 됐다고 하니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거기다 임기는 2025년까지이니,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 그것이 카스피해세 무한정 나는 석유의 힘일까? 나날이 경제 수치는 올라가고 있으니. 국민들은 귀를 닫았을까?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아버지와 아들이 50년 가까이 독재를 하고 있다는데, 괜찮은가요?”
경제가 많이 좋아졌는데요.”
그래도 정치가 발전해야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지 않을까요?”
글쎄요! 우리나라 속담에,
땅에도 귀가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현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다. 시민들은 아직도 구()소련의 잔재가 배어있는 독재정치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려하는 모양이다. 하긴 비밀경찰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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