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팬데믹➁] 코로나19가 사회에 남긴 흔적들

윤철순 기자
  • 입력 2021.08.12 11:23
  • 수정 2021.08.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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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구로구 대형마트 직원과 가족 7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인 지난 10일 서울 구로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구로구 대형마트 직원과 가족 7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인 지난 10일 서울 구로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이모작뉴스 윤철순 기자] ‘숫자’는 그 이면에서 사회 현상과 변화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도 팬데믹 사태가 사회에 미친 영향과 미래 사회의 모습을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와 통계 자료가 생산되고 있다.

◇ 4조8162억 원

이 숫자는 서울연구원이 ‘코로나19 확산이 서울 지역에 미친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2019년 대비 2020년 서울시 점포 매출 감소액이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40주간) 대비 2020년 서울시의 점포 매출액 감소 규모는 4조8000억 원대(감소율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감소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한식으로 약 1조5264억 원 감소했고, 기타요식, 의복·의류, 학원, 백화점, 양식이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의 매출액 감소 규모는 전체 매출액 감소 규모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반대로 약국, 자동차 서비스, 정육점, 기타 의료, 농수산물 등의 업종에서는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지역별로는 마포구 서교동, 서대문구 신촌동, 중구 명동 등 상업·관광 지역의 매출이 많이 감소한 반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강서구 발산1동, 노원구 월계1동 등 주거·업무 지역에서는 매출이 증가했다.

◇ 254만8586명

이 숫자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코로나19 1년, 우리나라의 변화’에 대해 분석한 2020년 12월 기준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를 나타낸 수치다.

일부 업종의 폐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수는 2019년 동기(239만7281명) 대비 약 6% 증가했다. 다소 의외의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본 간이주점, 호프전문점, 예식장 등 다중이용시설 사업자 수는 감소했지만 통신판매업, 펜션·게스트하우스, 교습소·공부방, 커피음료점, 기술·직업훈련학교 등의 사업자 수는 약 15~30% 증가했다.

팬데믹 사태 장기화로 사업자들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사람들 역시 꾸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업자 수가 증가한 업종들을 살펴보면 비대면 소비 확산이나 방역 조치 우회와 같은 팬데믹 사태로 변화된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 -22.5%

이 비율의 의미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코로나19 이후 1인가구 소득변화(가계동향조사 기준)’를 분석한 2019년 동기 대비 2020년 2분기 1인 가구 사업 소득 변화율이다.

보사연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20년 1~2분기 사업 소득, 재산·사적이전 소득 등의 가처분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소득 감소 규모는 다인 가구와 비교해 더 컸다. 특히 1인 가구 중에서도 자영업에 종사하는 40∼50대 남성 1인 가구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현상이다. 특히 중장년층 1인 가구는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충격파 역시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말해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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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이 백분율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주제로 분석한 전년 동기 대비 2020년 3~9월 중 혼인 건수 변화율 수치다.

지난해 3~9월 혼인 건수는 약 11만8000 건을 기록, 전년 동기(약 13만4000 건)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주로 감염을 우려해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점차 청년 세대의 경제적인 불안정성이 혼인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회와 경제 여건의 불안정성은 물론이고, 비대면 생활 문화의 확산이 청년 세대가 관계를 형성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까운 미래에 감염병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인구 문제와 같은 더 거대한 문제가 한국 사회의 긴급한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6배

이 수는 보건복지부(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2021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통해 지난 2018년 대비 올 1분기의 우울 위험군 증가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올 3~4월 전국 19~71세 성인 2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8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우울 평균 점수는 2배 이상(2.3점→5.7점), 우울 위험군 비율은 약 6배(3.8%→22.8%) 증가했다.

특히 청년 세대인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 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다행히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불안, 일상생활 방해 정도는 감소 추세로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경기연구원의 조사(전국 2000명 대상)에서는 코로나19로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55.8%에 달했다.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감염병처럼 백신이나 치료제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 -98%

이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의료이용행태 변화’를 조사한 2019년 대비 2020년 국내 인플루엔자 감염자 변화율이다.

지난해 감기, 인플루엔자,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 질환 환자 수는 지난 2019년 대비 51.9% 감소했다.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 수는 약 79만 명에서 약 1만 6천 명으로 무려 98%나 감소했다.

식중독과 같은 소화기 장 감염 질환자 수 역시 전년 대비 31.3% 감소했다. 모두 손 씻기의 위력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손 씻기는 이제 감염 질환 예방과 건강을 위한 필수적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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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1%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해 ‘코로나19 1년, 우리나라의 변화’에 대한 내용을 분석한 전년 동기 대비 2020년 1분기 온라인 영어 강의 카드 결제 승인 건수 증가율 수치다.

온라인 교육의 확산은 팬데믹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 현상 중 하나다. 한 카드사의 자사 결제 승인 건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성인 대상 온라인 영어 강의는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했다.

청소년 대상 온라인 입시 강의는 8.5% 늘었다. 한 교육 관련 기업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 교육 부문에서 온라인 교육 비중은 2019~2020년 23%에서 39%로 높아졌다.

반면, 오프라인 교육 비중은 57%에서 31%로 줄었다. 이런 경향은 팬데믹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조정은 있을지 몰라도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능숙한 세대의 등장과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 발달로 온라인 교육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 78.9%

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일상 변화’를 조사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디어 이용량 변화를 묻는 질문에 스마트폰 이용량이 증가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다.

한국언론재단이 2020년 8~9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열 명 중 여덟 명이 스마트폰 이용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텔레비전(68.5%), 개인용 PC(65.7%), 태블릿 PC(46.8%)가 그 뒤를 이었다. 라디오, 잡지 및 책 이용량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30%대에 그쳤다.

종이 신문의 경우, 유일하게 이용량이 감소했다고 답한 사람(23.2%)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17.6%)보다 더 많았다. 텔레비전을 제외하면 감염병 사태를 기점으로 올드 미디어의 몰락이 가속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 79.5%

마찬가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일상 변화’에 대한 설문에서 코로나19 관련 뉴스와 정보를 접하는 주된 경로로 포털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다.

조사에서는 인터넷 포털을 주된 경로로 뽑은 이용자가 79.5%에 달해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텔레비전(74%)이 뒤를 이었다. 이 두 매체와 뒤따르는 인터넷 뉴스(35.9%), 동영상 플랫폼(21.7%), 소셜미디어(20.9%)의 차이가 상당하다.

주로 기성 언론사의 뉴스를 전달하는 포털을 논외로 하면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 매체로서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50대 이상 연령층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로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비율(50대: 57.9%, 60대: 78.2%, 70대: 96.1%)이 타 세대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령층의 스마트폰 콘텐츠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 역시 조금씩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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