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59] 천년 붓다왕국 미얀마12_미얀마인의 불심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7.09 13:45
  • 수정 2021.08.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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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인의 불심 

세기말적인 코로나로 온 나라가 우환에 휩싸여
서로의 고충을 나누는데,
이 나라의 대학들은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등록금만 꼬박꼬박 받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불신을 받고 있다.
어떻게 백년지대계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국민의 아픔에 한발 앞서 어른다운 풍모를 보이는
그런 학교가 단 한 군데도 없을까,
부끄럽기만 하다.

(탁발의 풍경. 촬영 윤재훈)
(미얀마 탁발의 풍경.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오토바이 렌트 가게 주인 ‘우고’에게 아침 식사 초대를 받아 설렌다. 어젯밤 같이 ‘냥우 재래시장’에서 저녁 준비를 해 그의 가게에서 함께 먹었더니, 오늘 아침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큰 기대를 하고 가서는, 실망하기가 쉽다. 대부분 더운 나라들, 특히나 동남아 지역은 일 년 내내 불볕더위라 식사를 간단히 한다. 특히 불(火)가에서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사서 먹는다. 특히나 간밤에 같이 술을 마셨으니 무슨 뜨끈한 국물이라도 있을까 하는, 기대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저녁 시간이 되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도깨비 시장처럼 음식 노점이 생긴다. 사람들은 저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와 음식을 사 가는데, 대부분 펄펄 끓은 음식을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축 늘어진 비닐봉지 몇 개를 그대로 들고 가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국민건강에 많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흰색과 검정 쌀이 섞인 스티키 라이스 촬영 윤재훈)
(흰색과 검정 쌀이 섞인 스티키 라이스. 촬영=윤재훈 기자)

우고도 아침에 시장에 가서 음식을 사 온 모양이다. 흰색과 검정 쌀이 섞인 스티키 라이스(찰밥)와 튀긴 두부, 콩이 전부다. 쌀알은 우리의 찹쌀보다 약간 작다. 상은 특별히 없고 작은 차판에라도 받혀서 먹으면 신경을 쓴 것이다. 그리고 인근에 가서 간단하게 짜이(차)를 한 잔 마실 수도 있다.

(아침부터 대지는 달궈진다. 촬영 윤재훈)
(아침부터 대지는 달궈진다. 촬영=윤재훈 기자)

사원에 무슨 행사라도 있는지 종 같은 것을 치니, 나가서 공양(쌀)을 한다. 벌써 대지는 달궈졌는데, 아침부터 작은 수레에 부대 더미를 잔뜩 싣고 가는 한 사내가 힘겨워 보인다.

(지극한 공양. 촬영=윤재훈 기자)

어린 노바스(동자)들의 탁발 행렬이 계속해서 들어온다. 그때마다 우고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달려나가 공양을 한다. 무릎을 꿇고 공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지극한 마음에 동화되어 성(聖)스럽기까지 하다.

테라와다 불교권의 사람들은 아침 일찍 하루 동안에 쓸 공양을 신성하게 미리 준비해둔다. 집 안으로 들어온 두 명의 동자에게 나도 100짯씩 공양을 하였다. 어린 동자승이 바루를 뒤지더니 나에게 밀크티를 준다

(붓다의 나라. 촬영 윤재훈)
(붓다의 나라. 촬영=윤재훈 기자)

조그만 가게 안쪽에 작은 침대 하나를 놓고 천으로 막았다. 그곳이 그들이 방이다. 부인은 오전 내내 그 위에 앉아 염주를 돌리면 경을 읽다가, 때때로 남편과 이야기를 한다. 가히 성속(聖俗)이 하나 된 느낌이다.

"성속 일여(一如)이며 행주좌와(行住坐臥)이고 생사 일여의 삶이다."

하루에 약 10번 정도 탁밧이 오며, 보통 100짯씩을 주니 1000짯 정도 되면, 바나나, 밥, 과자 등, 먹거리도 함께 드린다. 스님들은 주는 대로 받으며 고기도 먹는다. 부처님 재세(在世) 당시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며, 보통 오전 5시부터 10시 정도까지 집중적으로 다닌다고 한다. 오후에는 불식(不食)이며, 오직 마시는 것만 된다.

나뭇잎을 끓여서 우유와 타서 차로 마시며 나에게도 권한다. 내가 먹던 파파야를 같이 먹으려고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져왔는데, 공양한다고 따로 준비해둔다. 이들은 맛있고 귀한 것이 생기면 자기 입보다는 먼저 부처님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바간에서 만난 부부. 촬영 윤재훈)
(바간에서 만난 부부. 촬영=윤재훈 기자)

우고가 내 배낭에 걸린 녹색띠를 갖고 싶은 모양이다. 환경보호라는 글씨가 써진 것인데, 잘산다는 나라 한국글씨가 보이니 갖고 싶을까, 아니면 영업용으로 가게에 걸어두고 싶은 것일까?

우리도 어린 시절, 아니 지금도 꼬부랑 글씨가 써진 영어만 보이면 좋아하는 사대사상들이,

기성세대들을 중심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실이다.

특히나 학계는 더욱 문제다.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7~80% 이상이 미국 박사 출신으로 채워져

그 편중이 지나치다. 200여 년밖에 되지 않은 그들의 사상에 매몰되어 마치 세계의 표준처럼

우상화되고, 그 제국주의에 깊이 심취되어 자기의 주장만 끝없이 나열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제가 김누리 교수 우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유럽의 대학처럼 우리나라도 의무교육이 돼야 하는데, 미국적 학제에 세뇌되어

국민을 우골탑으로 허리를 휘청이게 만든다고.

더구나 세기말적인 코로나로 온 나라가 우환에 휩싸여 서로의 고충을 나누는데,

이 나라의 대학들은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등록금만 꼬박꼬박 받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불신을 받고 있다.

어떻게 백년지대계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국민의 아픔에 한발 앞서

어른다운 풍모를 보이는 그런 학교가 단 한 군데도 없을까, 부끄럽기만 하다.

 

그나마 사학비리와 족벌경영만 더욱 만연해지는 이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사이다처럼 시원한 다큐멘터리들을 가끔 보는데, '뉴스타파' 같은 정론들을 보면

그냥 스스로 기부를 하고 싶게 만든다.

오직 국민의 성금으로만 운영되면서 국민이 모르고 있거나,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한발 앞서 보여주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수많은 취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자생하는 독버섯 같은 군상들의 모습을,

백일하에 드러내 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떳떳하게 잘살고 있는 이 나라다.

(골고다의 언덕을 올라가는 예수님 같다, 촬영=윤재훈 기자)

5, 000년이 넘어가는 잘 익은 사고에서 나오는 한민족의 깊은 사상을 참고하기보다는, 그것은 낡은 유물처럼 치부해 버리는 나쁜 근성들만 가득하다. 경박한 프라그마티즘(Pragmatism, 실용주의)에 경도되어, 인간의 고유한 생명보다는 아예 물질에 무릎 끓는 배금주의(拜金主義)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때다. 극악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전 세계에 코로나의 망령에 떠돌고 있는 이 세태는, 내부적인 숙고보다는 외피에 경도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순박한 청년. 촬영=윤재훈 기자)

우고가 인근에 있는 사원을 구경시켜 준다고 하여 따라나섰다. 썬쎗(senset, 일몰)을 구경시켜 준다는 8인승 봉고는 3,500짯를 받는다. 그의 오토바이 가게 옆에는 조그만 밧데리 가게가 붙어있다. 규모는 작지만 관광 버스까지 한 대 가지고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생 타이어로 바꾸고 있는데, 타이어가 너무 닳았다.

(마을 나들이. 촬영 윤재훈)
(마을 나들이. 촬영=윤재훈 기자)

우고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길을 지나간다. 이제 햇볕의 끝도 제법 무뎌지는 시간이라 그런지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집 앞에 앉아있다. 땅콩껍질로 먹거리로 만드는 공장에 들어갔는데, 이 인근에서 부잣집이라고 한다. 마을의 아낙들이 모여서 뜨거운 가마솥에서 연신 땅콩껍질을 삶는다. 서양인 부부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구경하고 있다.

(무너진 절터. 촬영 윤재훈)
(무너진 절터. 촬영=윤재훈 기자)

쉐지곤 파야 인근에 인공 동굴 형태로 조성된, <칸 싯 타 우민(Kyan Sit Thar Umin)사원>에 같다. 오래전 이 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무너졌다고 하는데, 관광객들은 모를 것 같은 작고 초라한 사원이다. 입구에 한 여인이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데, 진열대에 놓인 작은 종을 권한다. 그녀가 가볍게 종을 때리자 청아한 소리가 무너진 사원을 감아 돈다.

(조장. 촬영 윤재훈)
(티베트인의 조장(鳥葬) . 촬영=윤재훈 기자)

안은 어둡고 지진으로 무너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한 줄기가 마치 전깃불같이 환하다. 통로 양쪽으로 난 여러 개의 방은 스님들이 수행했던 공간으로 추정된다. 벽화에 있는 몽골군은 칭기즈칸 당시 바간을 침략한 자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말로만 듣던 티베트인의 조장(鳥葬) 모습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많은 벽화가 훼손되어 아쉬움이 남지만, 흘러간 미얀마의 옛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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