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의 드론으로 보는 세상] 은퇴후 세계일주3…‘베수비오산’을 넘어 해상왕국 ‘아말피’로

이종문 기자
  • 입력 2023.07.24 12:15
  • 수정 2023.09.11 15: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모작뉴스 이종문 기자]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베수비오 화산을 넘어 살레르노로 오는 길은 좁고 험악했다. 나폴리에서 베수비오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과거 대관령의 구(舊)도로를 연상케 하는 좁고 험악했다. 우리는 길을 따라가다 중간에 산간마을에서 잠시 길을 잃기도 했다. 헛간 같은 곳의 뒷길로 다시 이어지는 길이었다. 길이 아닌 길들을 따라 무작정 산 정상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산간 오솔길은 이방인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했다. 경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고갯길을 겨우 넘고 넘어 도달한 살레르노 지방. 그 앞에 펼쳐진 푸른 티레니아 해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간마을 라벨로(Ravello)를 보니 고생길의 수고로움과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라벨로는 아말피 산 위로 펼쳐진 해안 절벽 위에 위치하며, 아름다운 티레니아 해를 품은 마을이다. 시원한 산바람과 상냥한 바닷바람이 함께 춤을 추며 어우러지는 이곳은 참으로 곱다. 이곳은 경치도 아름답지만, 맛있는 레스토랑과 오래된 중세 성당 그리고 이탈리아 유명한 요리학교 등이 있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 대중교통으로 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걸어 다니기에도 벅찰 만큼 산간마을의 경사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데다 유일한 통로인 좁다란 도로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곡예사가 따로 없다. 라벨로에서 산길을 따라 20여 분만 내려오면 아말피에 쉽게 도착한다.

아말피는 과거 남부 이탈리아에서 해상무역을 통해 해상왕국으로 번창했다. 이곳 아말피에서는 지중해를 통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과의 무역이 활발히 이뤄졌다. 바닷가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이나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해변을 따라 5분만 걸어가면 마을 입구가 보인다.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비취색 바다와 알록알록 어여쁜 모습의 건물들은 마치 엽서그림처럼 아름답다. 마을 입구에 'Porta Della Marina'라 적힌 글귀가 말해주듯 찬란했던 아말피 왕국의 유산들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성당과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는데, 그 풍채가 웅장하고 화려하다. 분수대가 시원한 물줄기를 솟아내는 광장은 도로가 사방으로 펼쳐진 방사형이다. 방사형 광장은 여느 유럽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곳 아말피는 바다 반대 방향의 산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중심으로 상가와 식당들이 늘어선 모습이 다른 유럽 마을들과는 조금 달랐다. 광장에서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여러 맛집과 상점들이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골목길 양옆으로 다채로운 기념품들과 맛있는 거리 음식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정보를 잘못 찾아서 우리는 유명하다는 오징어와 해산물 튀김을 10유로나 지불하고 먹었는데, 현지인들이나 유럽 관광객들은 아무도 그 음식을 사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딱딱한 질감에 소금 간이 짜서 먹지 못하고 다 버렸다. 오히려 이곳의 특산물은 레몬인데 젤라또나 사탕, 티, 음료수, 맥주 등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골목길을 따라 산 방향으로 걷다가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서 중도에 발길을 돌렸다. 비를 피할 겸 노천카페에 앉아 레몬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우중충한 비 내리는 날씨의 찝찝한 기분을 상쾌하게 바꿔 주었다. 이후로 이탈리아 여행 내내 레몬 젤라또는 우리의 최애 간식거리였다. 카페에 앉아서 지나는 행인들과 비 오는 거리를 보는 것도 즐겁다. 비록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아말피가 지니고 있는 과거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엔 충분했다. 비가 내려 아쉽기는 했지만, 비 오는 골목길에서 아말피 사람들과 함께 걸었던 추억은 사진과 함께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아 두었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