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여름, 목포 ‘핫플’ 여행기...맛, 멋 그리고 향수에 젖다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08.09 16:52
  • 수정 2023.08.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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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2박3일 여행기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목포는 항구다.’ 맞다. 목포는 항구도시다. 목포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이난영의 노래 ‘목포는 항구다’에는 유달산, 삼학도, 영산강이 나온다. 목포엔 볼 것이 많다. 일제의 흔적 적산가옥, 7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옛 건물, 간판과 골목들. 예쁜 카페들. 그리고 맛집도 많다. 맛집 주인들의 이야기도 재밌다.

 유달산자락 적산가옥. 촬영=이상수기자
 유달산자락 적산가옥. 촬영=이상수기자

적산가옥, 아픔의 흔적...이제는 색다른 볼거리

목포엔 적산가옥이 많다. 지금은 운치 있어 보이지만, 엄연히 아픈 과거의 흔적이다. 목포는 1897년에 개항했다. 1905년에 증기선이 다니기 시작했고, 1911년과 1914년에는 도로와 철도가 서울에 닿았다. 일제가 목포에 눈독을 들인 건 호남의 곡창 때문이다. 이곳에 식민지 지배기관을 설치했고, 일찌감치 유달산 아래 일본인 전용 거주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지금도 남아있는 게 적산가옥이다.

 목포 구시가 적산가옥. 촬영=이상수기자
 목포 구시가 적산가옥. 촬영=이상수기자
 목포 구시가 상가로 사용중인 적산가옥. 촬영=이상수기자
 목포 구시가 상가로 사용중인 적산가옥. 촬영=이상수기자

여름보양식...민어

목포 유달산 아래 목포항과 목포역 사이에 민어골목이 있다. 민어는 여름 보양식이다. 소화 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좋을 뿐만 아니라 기력이 쇠약한 노인이나 큰 병을 치른 환자들의 체력 회복에 좋다. 민어는 회와 구이, 무침, 전, 조림, 국 등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생선회가 달다. 어떤 횟감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다. 한낮에는 더워서 길거리에 사람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30분도 안 되어 식당이 꽉 찼다. 모두 식당으로 피서 온 듯하다.

 목포민어골목 민어회. 촬영=이상수기자
 목포민어골목 민어회. 촬영=이상수기자
 목포민어골목 민어전. 촬영=이상수기자
 목포민어골목 민어전. 촬영=이상수기자

전통찻집, '다좌원'...정성을 맛보다

민어골목과 가까운 곳에서 전통차를 맛볼 수 있다. '다좌원'. 이곳도 적산가옥을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가운데 나무계단이 있는 이층구조다. 들어서면 대추차와 쌍화차 향이 그윽하다. 여름감기 걸린 손님이 쌍화차를 마시면서 말한다. 따뜻한 차를 마시니 식은땀과 소름이 돋으면서, 기침이 멎고 다 나은 것 같다고 한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전통찻집 '다좌원'. 촬영=이상수기자
  적산가옥을 개조한 전통찻집 '다좌원'. 촬영=이상수기자

이곳 주인은 연세가 지긋하신 강명좌씨다. 나이 들어 무료하게 보내고 싶지 않던 차에 우연히 전통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식혜, 수정과 생강대추차는 물론 대추즙과 쌍화차도 수제로 직접 만든다. 12가지 약재를 넣어 하루 종일 끓이고, 다음날 약재를 걷어내고, 걸러서 적은 물로 또 졸이듯 만든다고 한다.

 '다좌원' 강명좌씨. 촬영=이상수기자
 '다좌원' 강명좌씨. 촬영=이상수기자

다른 첨가제 없이 정성으로 만들어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인공의 단맛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찻잔이 돌이다. 주인이 물어물어 전남 장수공장에 가서 직접 구입했다고 한다. 온기가 오래갔다.

물론 젊은이들을 위한 팥빙수와 음료도 있다. 강명좌씨는 다좌원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 카페는 고전적이면서 일단 들어오시면, 마음이 편안해지신다. 건강함을 느끼고 가실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의 가게이다.”

옛거리와 간판들

전통차 향기에 젖어 밖으로 나오면 옛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거리와 간판이 많다. 목포모자아트갤러리도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모자 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지나온 한국 현대사가 아련하다.

 목포 옛거리와 간판들. 촬영=이상수기자
 목포 옛거리와 간판들. 촬영=이상수기자
 목포모자아트갤러리. 촬영=이상수기자
 목포모자아트갤러리. 촬영=이상수기자

보리밥골목, 영암식당...그리운 엄마손 맛집

목포엔 외지 사람은 모르는, 맛집이 많다. 찾았다 하더라도 너무 허름해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용기를 내 들어가면 정말 엄마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목포 항동시장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영암식당’이 있다. 이곳이 그런 곳이다. 반찬이 다 맛깔스럽다. 테이블은 3개밖에 없다.

 만원짜리 영암식당 보리밥 백반. 촬영=이상수기자
 만원짜리 영암식당 보리밥 백반. 촬영=이상수기자

주인은 식당일 한 지가 30여 년이 됐다고 한다. 자식들은 그만하라고 한사코 말린단다. 그러나 무릎 수술로 2개월 문 닫은 거 외엔 쉰 적이 없지만, 이젠 그리 오래 하진 못할거라 하신다. 아쉽다. 식사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 없어진 반찬을 보면 순식간에 리필해 준다. 손님이 잘 먹는 거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한다. 웬만하면 밑반찬 몇 개는 사다 올릴만한데 이 주인장은 전부 손수 한다. 김치맛이 증명한다.

 목포항동시장 영암식당   촬영=이상수기자
 목포항동시장 영암식당   촬영=이상수기자

북항-고하도 케이블카...투명바닥의 스릴

목포엔 여름을 날려버릴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국내 최장 케이블카다. 총 3.2km다. 북항승강장에서 탑승하면 고하도에서 내린다. 왕복탑승권을 구하면 북항으로 돌아올 때, 유달산에 내려 목포시와 펼쳐진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심신이 미약하지 않다면 크리스탈케빈을 권유한다. 일반케빈과 달리 크리스탈케빈은 바닥이 투명하다. 처음엔 아찔하다. 더위가 순식간에 날아간다. 한여름 이보다 오싹한 스릴은 없어 보인다.

 목포북항-고하도 케이블카. 촬영=이상수기자
 목포북항-고하도 케이블카. 촬영=이상수기자
 목포케이블카 크리스탈케빈  투명바닥. 촬영=이상수기자
 목포케이블카 크리스탈케빈  투명바닥. 촬영=이상수기자

유달산자락 카페촌

케이블카 모험 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건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될 수 있겠지만, 최강의 무기는 작은 수저로 한입 한입 떠먹는 팥빙수일 것이다. 유달산 아래 예쁜 카페가 많다.

  카페 가비1935  팥빙수. 촬영=이상수기자
  카페 가비1935  팥빙수. 촬영=이상수기자

홍어삼합...'톡쏨의 찐맛'

목포에 가면 꼭 먹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홍어다. 묵은지, 돼지수육과 삭힌 홍어. 삼합이다. 홍어는 삭힌 것과 덜 삭힌 것을 주문할 수 있다. 홍어 초보자를 위한 배려다. 톡 쏘는 홍어를 먹고 나면 온몸의 독소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 탁주를 한 잔 곁들이면 맛이 배가 된다.

 목포 인동주마을 홍어삼함. 촬영=이상수기자 
 목포 인동주마을 홍어삼함. 촬영=이상수기자 

밤낭만의 영산강변

저녁으로 홍어삼합을 먹고, 평화광장 쪽 영산강변으로 향하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낮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밤이 되니 여기에 다 모였다. 아마 목포시민 반이 나와 있지 않나 싶은 정도다. 여기저기서 버스킹도 있고, 강변 끝에서 불꽃놀이도 한다. 흐뭇한 마음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기엔 딱이다.

 목포 영산강변. 촬영=이상수기자
 목포 영산강변. 촬영=이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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