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65] 다양한 예술을 담는 그릇 ‘이함캠퍼스’, 디자인 가구의 시‧공간적 대화를 담다

천건희 기자
  • 입력 2024.02.29 10:56
  • 수정 2024.03.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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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디자인 가구 기획展 ‘사물의 시차’, 6월 30일까지 전시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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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양평에 있는 이함캠퍼스에서 <사물의 시차> 전시를 관람했다. 이함캠퍼스는 ‘빈 상자로서’라는 뜻의 이함(以函)과 배움의 공간인 캠퍼스를 조합한 이름으로 2022년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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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강줄기를 따라 1만 평의 대지 위에 미술관, 카페, 아티스트 레지던스, 연못과 정원이 있다. <사물이 시차>는 20세기 디자인 가구 기획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 110점이 6개 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가구들은 이함캠퍼스를 설립한 두양문화재단 오황택(75) 이사장이 수십 년간 하나씩 모아온 개인 소장품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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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입구를 지나면,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의 녹슨 철 조각 작품이 반긴다. 이함캠퍼스의 건축은 김개천 건축가의 작품으로 낮은 노출콘크리트 건물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1관에서는 오황택 이사장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무명과 유명 디자인의 경계를 나눌 수 없다는 오 이사장의 철학을 반영하듯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Unknown) 디자이너의 심플한 양철 벤치들이 쌓여 있다.

“저는 이함캠퍼스가 빈 그릇으로서

다양한 문화 예술적 실험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함캠퍼스는 ‘캠퍼스’의 뜻 그대로 문화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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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관~6관은 1918년부터 2008년까지의 가구들이 시대순으로 놓여 있다. 전시는 근대 의자 디자인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리트벨트(Rietvelt)의 레드&블루 체어부터 시작되어, 디자인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찰스 앤 레이 임스(Charls & Ray Eames), 장 프루베(Jean Prouve)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 100여 년 전의 디자인인데도 의자의 형태가 세련될 뿐 아니라 색상과 소재가 너무 다양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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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관에는 르꼬르뷔지에(Le Corbusier)가 1952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건설한 주상복합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에 설치되었던 주방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싱크대’라고 부르는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한 주방가구가 70여 년 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 주거공간에서 활용되고 있다니 신선한 충격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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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관은 삼각형 건물인데, 바닥까지 삼각형인 역삼각형 형태이고, 벽체와 천장이 철 메쉬망으로 덥혀있어 새롭다. 다리 벌린 사람을 형상화한 전체 높이 190cm인 칼튼 북케이스(Calton Bookcase)도 전시되어 있다.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가구들을 만든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은 놀랍다. 전시된 가구 옆에는 설명이 있어 가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어플 다운 후 오디오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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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지막 ‘수집가의 말’이라고 겸손하게 쓴 오황택 이사장의 글은 감동이다.

“저는 시대를 대표할 만한 다양한 디자인 가구를 수집해 왔습니다.

이함캠퍼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들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문화적 소양이 높아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을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습니다.”

사진=건명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건명원 홈페이지 캡처

오황택 이사장은 1978년 단추회사 ‘두양’을 설립하여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낸 사업가이다. 2013년 재산의 80%인 약 600억원을 기부해 두양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2015년에는 청년 인문학교 ‘건명원’을 세웠고, 2022년에는 ‘이함캠퍼스’를 열었다. 건명원(建明苑)은 서울 가회동에 ‘21세기 융복합 인재 양성소’를 표방하는 서원이다. 2015년부터 매년 19세부터~29세까지의 청년 30여 명을 뽑아 인문, 과학, 예술 각 분야 전문가의 강연과 수업을 1년 동안 듣게 하는데, 수업료는 무료다. 올해 2024년에도 건명원 10기 합격자 40명을 선발했다.

“나 죽은 후에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죠.”

- 오황택 이사장 인터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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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옆에 있는 아트숍과 카페도 볼거리다. 높은 층고의 카페 내부는 모든 가구와 소품도 디자이너 작품이고, 다양한 장르의 디자인 서적과 제품을 판매한다. 통창으로 보이는 연못과 미술관의 외부 전경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을 만큼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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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에 꼭 다시 오고 싶은 장소이다. 전시뿐 아니라 교육과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라니 기대가 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양한 디자인 사물이 한 곳에 모여 새로운 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사물의 시차> 전시는 6월 30일까지 이함캠퍼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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