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현의 시니어플랫폼13] 시니어, 언제나 결정적 순간에서..

문다현 칼럼니스트
  • 입력 2020.01.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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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다현 칼럼니스트<br>-한국시니어복지연구원 대표<br>-사회복지학박사<br>-인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br>-주식회사 메디펀 감사<br>-부산소비자신문 운영위원 및 편집부국장<br>
▲ 문다현 칼럼니스트
-한국시니어복지연구원 대표
-사회복지학박사
-인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주식회사 메디펀 감사
-부산소비자신문 운영위원

당신의 인생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는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결정적 순간’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잠시 어리둥절할지 모르겠다. 원래 결정적 순간(Moment De Verdad)이라는 단어는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며 일격을 가하는 생사기로의 순간이다.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피할 수 없는 순간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결정적 순간으로 영역되고, 이후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관리 영역에서부터 예술의 영역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마케팅 영역에서 쓰이는 결정적 순간(MOT:Moment Of Truth)은 고객과의 접촉 때 만나는 진실의 순간이라 한다. 상품판매는 고객의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예술 영역에서 쓰인 대표적인 결정적 순간은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브레송은 보도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세계적 작가이다. 그의 작품집 이름은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 1952)인데 거기에 나오는 사진은 우리 삶의 일상적 찰나를 보여준다.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무표정한 중년 남자의 어느 날 찰나, 자전거를 탄 청년이 어딘가를 부리나케 가는 찰나, 친구들과 함께 무리 지어 뭔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찰나를 포착한 것이다. 그의 결정적 순간은 기억 한 켠에 남을만한 어떤 찰나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결정적 순간이라는 용어는 다양하게 차용된다. 그런데 굳이 결정적 순간이라 불리는 것은 특정한 계기를 갖는 찰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뭔가를 느끼고, 이해하며, 만났기에 특정한 결정을 하게 된 어떤 때가 아닐까 한다. 아! 하는 마음의 소리를 만나는 순간이라 할까. 멍하게 있는 것 같아도 어떤 깨달음이 있는 순간, 누군가와 마음을 공유하는 순간 등 새로운 인식을 하거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된 그런 순간이라 하겠다. 참 매력적인 때가 아닌가 한다.

사실 우리도 소소한 일상에서 그런 순간을 자주 목격하고 경험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청소년을 볼 때, 횡단보도를 지나는 연세 든 어르신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주는 운전자가 있을 때, 설거지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 허리 굽은 아주머니를 만날 때, 식당에서 휴대폰이 아닌 서로의 즐거운 대화 속에 식사하는 가족을 지켜볼 때, 겨울 새벽 미사에서 언제나처럼 정성스레 기도하는 백발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게 될 때 등등. 공자님은 셋 만 모여도 스승이 있다고 하였듯이, 도처에 깨달음이 있는 결정적 순간은 널려있다.

그것이 앙리 브레송의 사진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우리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를 만나는 순간 말이다.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만나고, 이해하게 되거나, 소소한 편견을 깨거나, 감동을 느끼는 순간들...결정적 순간들 말이다.

문득 노인의 4중고(四重苦)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빈곤, 질병, 무위(역할상실), 고독이 그것이다. 노인의 4중고라는 것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은퇴 이후로 무섭게 달라지는 환경에 대한 최악의 결과이다. 소득의 문제, 건강의 문제, 할 일 없음으로 인한 존재감 박탈의 문제, 외로움의 문제 등등.

그러나 사르트르가 말하기를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Choice)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다. 선택과 도전 여부에 따라 맞이하는 삶의 결과가 다르다면 어떤 선택과 도전을 할지 묻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니어 세대(중장년층을 포함하는 어르신 세대)가 결정적인 순간들에 도전하고 선택할수록 최악의 4중고도 달라질 수 있겠다.

시니어, 은퇴에서 은퇴하고, 언제나 결정적 순간들을 향하면 어떨까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2020년 새해는 그렇게 자기 삶의 결정적 순간에 있는 시니어가 많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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