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 45] 요양보호사 민주씨

오은주 기자
  • 입력 2020.07.20 11:42
  • 수정 2020.07.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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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출생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하루 이야기][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2019년 조연현문학상 수상한국문화콘텐츠21 운영위원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1957년 서울 출생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하루 이야기][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2019년 조연현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콘텐츠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요양보호사… 요즘 사방에서 들리는 명칭이다. 어느 집에서 노모를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그 요양보호사가 아주 잘한다더라, 누구네는 집으로 하루에 3시간씩 요양보호사가 와서 노인요양등급을 받은 노부모를 돌봐주고 있다더라… 보수는 얼마라더라, 이렇게 중년 모임에서는 노부모님 화제가 나오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직업이 요양보호사였다.

올해 57세가 된 민주씨는 건강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밝은 성격에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좋아하고 잘했다. 남편이 아직 직장에 다니고 아들과 딸은 미혼 직장인이라 지금이야 말로 삶의 새로운 장을 펼치기 적기인 것 같았다. 다른 전업주부들처럼 여행과 운동에 몰두해 즐겁게 살아가려고도 했는데, 그건 좀더 나이가 들어도 가능할 것 같았다. 민주씨는 왠지 모임에서 자꾸만 듣게 되는 요양보호사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을 것 같았다.

요양보호사 일을 해도 좋을까? 아이들과 남편이 반대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으나 “당신이 힘들텐데? 험한 일인데 엄마가 힘들지 않을까?” 정도로 그치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가 더 컸다. 민주씨는 그 다음날 당장 학원에 등록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론수업, 실기수업, 현장실습을 합쳐서 240시간을 공부하고,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다 합격하고 드디어 6개월만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원하는 공부라서 그랬는지 민주씨가 생각하기에도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상장 크기의 종이 한장에 불과했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니 제법 자부심이 생겼다. 민주씨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른바 노치원이라고 불리는 데이케어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됐다.

오전 9시에 노인들을 태운 버스가 정말 유치원처럼 센터 앞에 도착하면 남자 복지사와 함께 어르신들의 하차를 도와 중앙 활동실로 모시고 와서 하루의 일정이 시작된다. 민주씨는 음악수업을 담당해서 간단한 동요나 가요 등을 가르쳤다.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들도 그 순간만은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인다. 선창을 하는 민주씨의 입모양을 보며 열심히 따라서 부른다. 그러면서 “우리 선생님은 노래도 참 잘해요. 다 어디서 배웠대요, 선생님?” 하며 자꾸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민망하기도 하고 그 이름값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생겨났다.

식사 시간에 수저와 입이 엇박자가 돼 자꾸 흘리는 어르신의 손을 잡아드리다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울컥 떠올랐다. 어머니도 이렇게 초기부터 좋은 곳에서 치료와 재활을 했으면 좀더 오래 사시지 않았을까… 또한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자신의 노후모습도 그려졌다.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흔히 하는 말처럼 죽는 날까지 건강해서 타인의 도움 없이 살다 가면 좋겠다는 소망이 그것이었다.

저녁 6시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라고 비교적 또렷이 의사표현을 하는 김할머니와, 편마비가 와서 얼굴 오른편이 불편하지만 오른팔을 조금 들어 인사를 하는 박할아버지를 퇴원 버스에 태워드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민주씨는 저 어른신들이 이 노치원에 오시는 날까지는 살아있음의 기쁨을 조금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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