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71] 세계 최대의 장물보관소, ‘루부르 박물관’ 2
[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71] 세계 최대의 장물보관소, ‘루부르 박물관’ 2
  • 윤재훈 기자
  • 승인 2021.09.13 1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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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장물보관소, ‘루부르 박물관’ 2

삶이란 매양 그러했었다
우리도 그러했었다
삶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행성

그러했는가
정녕 그러했는가,
그것 뿐이였는가?

- 톡, 톡, 윤재훈

(미라보 다리 위로 세느강, 흙탕물만 흐르고. 촬영=윤재훈)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 흙탕물만 흐르고.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프랑스에도 식민지의 수탈과 살육, 약탈 문화재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라보 다리 위에 서니 이 시가 생각이 났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저렇듯 천천히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프랑스 현대 시의 심장으로 불리며 연인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사내, 기욤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다. 화가였던 그의 연인 마리 로랑생과 헤어지고 추억의 장소인 미라보 다리 위를 걸으며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초현실주의 시풍이었던 그의 이 시는 샹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항상 비닐을 덮고 자는 리에코. 촬영=윤재훈)
(항상 비닐을 덮고 자는 리에코. 촬영=윤재훈 기자)

오후에 리에꼬라는 조그만 키에 깡마른 일본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런데 행색이 좀 이상하다. 허름한 배낭에 천가방 하나를 메고 다니는데, 그 안에서 비닐들이 주섬주섬 나온다. 감지 않는 것 같은 머리에, 앞 이발은 썩어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4년 정도 여행 중이라는데, 조지아 서쪽 끝 흑해 연안에 위치한 바투미에서 3개월 있다가, 트빌리시에 와서 6개월째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강박증이라도 있는지, 잠을 잘 때 비니루를 덥고 자고, 소중하게 치워 놓는다.

통조림 깡통을 가지고 다니며, 거기에다가 무엇인가를 담아 먹으며,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한다. 그러고도 장기 여행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스럽다. 언뜻 아버지는 고국에서 교수이고 어머니도 무슨 직장인이라고 하는 것 같다.

(부용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뇌를 신선하게 만들고 싶으면 새로운 곳으로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

그것은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것, 명상을 하는 효과와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할수록
뇌는 시간이 늦게 가는 것으로 인지한다.”

고대 그리스어(헬라어)에는 시간, 때를 나타내는 두 가지 말이 있는데, 바로 ‘카이로(kairos)스’와 ‘크로로스(cronos)’이다.

‘크로노스’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해 흘러가는 객관적, 정량적 시간이다. 연대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크로니클(chronicle)’이 여기에서 왔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인간의 목적의식이 개입된 주관적, 정성적 시간이다. 적절한 때, 결정적 순간, 기회라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 카이로스는 ‘기회와 행운의 신’이다. 제우스의 막내둥이 카이로스는 이름에 걸맞은 외모를 지녔다. 앞머리는 풍성한데 뒤쪽은 매끈한 대머리다. 등에 달린 커다란 날개도 모자라, 두 발목에도 날렵한 날개가 있다. 한 손에는 저울, 한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었다.

앞에서 다가오면 누구나 쉽게 머리카락을 움켜쥘 수 있지만, 바람처럼 지나가 버리면 그만이다. 카이로스를 붙잡는 건 저울로 잰 분별력과 칼 같은 결단뿐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라틴어의 경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인데, 이 말은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가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론에 묶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은산철벽을 깨듯이 자각하는 것이다. ‘내가 곧 부처다’. 중국에서 훔쳐온 약탈문화재. 촬영=윤재훈)
(이론에 묶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은산철벽을 깨듯이 자각하는 것이다. ‘내가 곧 부처다’. 중국에서 훔쳐온 약탈문화재. 촬영=윤재훈 기자)

그러나 뇌을 너무 밑을 수만은 없다. 그 속에도 수많은 허구와 허점이 있을 정도로 맹목적이기도 하다. <아기 코끼리의 끈>의 이론을 보면,

“아기 코끼리 때 끈을 묶어 놓으면,
그 코끼리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 가느다란 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

우리는 수시로 ’생각의 틀 깨기‘를 해야 한다. 그것은 도끼로 내려치는 것과 같다. 항상 시도되고, 상시적이어야 한다.

(환경의 조화가 깨지면 우리는 곧바로, 무덤으로 가야 한다, 루부르의 석관들. 촬영=윤재훈)
(환경의 조화가 깨지면 우리는 곧바로, 무덤으로 가야 한다, 루부르의 석관들. 촬영=윤재훈 기자)

욕실에 들어가기가 곤란하다. 수시로 방향제가 뿌려지고, 거기에 샴푸, 린스, 퐁퐁과 각종 바디 세제들이 뒤섞여 숨을 쉬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방향제가 자동으로 뿌려질 때면 눈을 뜨기가 힘들어, 미리 환기를 시키고 들어가야 한다. 게스트 하우스 내부에도 수시로 방향제가 뿌려져,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참으로 힘들다.

인류의 문명은 갈수록 자연(自然)스러움이 없어진다. 온통 자연과 역행된, 파괴적 삶의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그 삶의 방향은 뿌리째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코로나도 물러날 것이다.

어떻게 병과 공존할 수 있겠는가? 궁극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변해야 한다. 자연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단말마(斷末魔)의 비명을 지르는 이 작금(昨今)의 시대에. 남극의 백곰이 서식처를 잃고, 오존층이 파괴되고, 매년 파도 수위가 높아가고, 섬들이 잠겨 가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된 지가 오래다.

(자연의 매혹적인 유혹, 공작선인장. 촬영=윤재훈)
(자연의 매혹적인 유혹, 공작선인장. 촬영=윤재훈 기자)

우리나라도 세계기후협약에 가입했다. 2030년까지는 공해의 주범인 석탄 발전소를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짓고 있고, 세계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기후 악당’ 국가로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다. 그 중심에 포항제철이나 한국전력 등이 있다.

2048년이면 지구가 더 이상 자정 능력을 잃은 다는 것은 이제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북극에서 가까운 캐나다가 49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저절로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터키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도 산불에 몸살을 앓고 있다. 너무나 뜨거운 지구에서 세계의 산들은 견디지 못하고, 서로 부딪쳐 스스로를 불태우며, 이산화탄소량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엄중한 지구의 경고이다.

“지금 당장 변하지 않으면,
이 지구에 미래는 없다”

(자그마한 박물관, 한국관에서 잠자고 있던 청화백자, 어디서 훔쳐 왔을까, 한강 뱃놀이라도 하는 듯하다. 촬영=윤재훈)
(자그마한 박물관, 한국관에서 잠자고 있던 청화백자, 어디서 훔쳐 왔을까, 한강 뱃놀이라도 하는 듯하다. 촬영=윤재훈 기자)

재래시장에서 도토리 판다. 겨우내 어린 짐승들이 먹어야 할 양식을 사려고 하니, 다람쥐에게도 미안하다. 한 겨울을 날 양식을 훔쳐 먹는 것 같다. 그런데 고소하니 먹을 만하고, 영양가도 좋을 듯하다.

톡, 톡
아침에 일어나
도토리 껍질을 두드려 본다
그 소리에 잠을 깬다


어린 생명들,
저것들이 땅에 떨어져 발아하면
딱딱한 껍질을 깨고
싹이 나올 것이다
만약 그것을 포기하면
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삶이란 매양 그러했었다
우리도 그러했었다
삶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행성
그러했는가
정녕 그러했는가,
그것 뿐이였는가?
- 톡, 톡, 윤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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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 2021-09-10 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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