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는 징역 채우고 나가는데, 장애인 시설은 언제 나갈지 모른다"...서울시 장애인 탈시설화 시대 열어
"교도소는 징역 채우고 나가는데, 장애인 시설은 언제 나갈지 모른다"...서울시 장애인 탈시설화 시대 열어
  • 고석배 기자
  • 승인 2022.06.23 10: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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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앞에서 장애인탈시설화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장애인과 가족들. 사진=뉴시스 제공) 

[이모작뉴스 고석배 가자] 서울시의회가 임기 열흘을 남긴 6월 21일 마지막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장애인이 특정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근거를 담은 조례 제정안이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의견을 내놓는 법안이기에 서울시 의회의 이번 조례 제정은 의미와 파장이 크다. 해당 조례안은 재석의원 62명 중 찬성 54명, 반대 2명, 기권 7명으로 최종 통과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장애인 탈시설 조례'와 관련해 "장애인의 다양한 요구를 고루고루 수용할 수 있는 정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균 서울시 대변인은 "장애인의 인권을 고려한 조례의 취지를 존중해 서울시는 재의 요구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서울시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인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며, 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탈시설화란 무엇인가?

장애인을 대규모 수용시설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 거주하게 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용시설이 장애인들에게 더 전문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 사회로 복귀하는 기본 취지가 흔들리면서 발생했다. 수용시설의 대부분이 지역 사회인과 접촉이 거의 없는 외곽지역에 위치하여 사회적으로 폐쇄적이어서 물리적·사회적인 환경이 장애인들의 재활에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수용시설에서의 많은 규제, 지역사회와 격리된 상황들이 지역사회 내의 통합된 생활로, 자립적 생활을 영위해보자는데 탈시설화의 요점이 있다.

(그래픽=사람중심장애인재활센터 제공)
(그래픽=사람중심장애인재활센터 제공)

그림자로 사는 장애인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끝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 역 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영희는 다운증후근이다. 처음 영희를 본 정준은 깜짝 놀란 자신으로 상처받은 영희에게 “다운증후군 사람을 처음 보게 되고, 어디서 배운 적도 없어 몰랐다”며 잘못을 빈다. 하지만 다운증후군은 인구 700명당 1명꼴로 지적장애 중 가장 흔한 증후군이다. 단지 숨기고 감추고 격리되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지 않을 뿐이다.

21일 서울시의회가 안에서 정례회를 여는 동안 밖에서는 장애인단체의 시위가 있었다. 전국장애인단체연합(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200여 년 전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장애인에게는 탈시설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차별이 남아있습니다. 자유가 모두에게 적용되기 위해선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 당사자의 절반 정도가 장애인 시설 입소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차라리 교도소는 징역 채우고 나갈 수라도 있는데 장애인 시설은 언제 나가는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장애인시설은 어느지역이든 중심에서 멀리 굽이굽이 들어가야 나오는 곳에 있다.

새벽택시를 타고 찾아간 면회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고 4시 30분이면 저녁 식사를 한다. 그리고 8시면 취침을 한다. 대한민국 모든 장애인시설의 시간표이다. 쳇바퀴 도는 생활 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된 시설 안의 직원들 또한 무기력해진다. 새로운 프로그램 강사를 섭외하려고 해도 강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직원도 마찬가지로 외부자극이 없으면 무뎌지게 된다. 현장을 방문한 전문가들은 고립된 시설에서의 일하는 사람과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표정과 활기의 차이가 너무 뚜렷하다고 한다.

탈시설화의 장단점

먼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의존적이던 장애인들에게 개인이 지역사회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을 주고 그 능력을 토대로 자립할 수 있는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사회 속의 장애인들의 지위를 종속적인 것에서 주체적인 사회의 일원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게 한다.

반면 단점은 실제 국내 정책하에서 장애인이 주거권을 보장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시설화의 관점에서 한계에 부딪혀 탈시설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도적 한계에 부딪힌다는 주장이다.

(21일 서울시의회가 열리는 동안 장애인탈시설화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장애인과 시민들. 사진=뉴시스 제공)   

탈시설화 안착을 위한 준비

장애인들의 시설화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단편적인 사고 보다는 탈시설화를 통한 장단점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탈시설화 안착에 도움이 된다. 나아가 노인 돌봄 등의 복지사업을 올바르게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만약 탈시설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가 중요해진다. 첫술에 배불러야 한다는 조급증이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자들의 다양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탈시설화를 널리 홍보하여 시민들의 관심이 기본적으로 인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꾸준한 관리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예산책정 없이 탈시설화가 향상될 수는 없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민간의 지원도 중요하다. 민간 지원 부분은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하지만 민간의 역할도 일정 수준에서 국가가 계속 책임을 담보해주지 않는 한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탈시설화에 대한 오해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서윤기 시의원이 발의했다. 하지만 심의과정에서 조례안 내용이 일부 수정됐다. 수정안은 '장애인 거주시설'의 범위에서 장애 영유아 거주시설, 단기 거주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을 제외해 원안보다 탈시설 대상을 축소했다. 또 거주시설 변환의 목적을 '지역사회 자립 지원' 대신 '주거지원 및 지역사회통합, 사회복지서비스 지원'으로 완화했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이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삭제했다.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 시설단체연합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설 직원들에게 연차를 쓰고 반대집회에 참여하라는 공문을 발송해 노동권 침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 시설의 강제 폐쇄를 오해하는 시민도 많았다. 이에 정의당 권수정 시의원은 "조례안 어디에도 시설을 강제 폐쇄하거나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해 시설을 없애겠다는 내용은 없다. 탈시설이 특이사항이 아니라 시설거주가 특이사항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탈시설화‘의 성패는 서울시에 달려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논제로 제기되었던 ’장애인 탈시설화‘가 국가보다 먼저 서울시에서 첫발을 딛게 되었다. ’무상급식제‘도 경기도가 먼저였지만 서울시에서 시행하게 되면서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하였다. 이제 ’장애인탈시설화‘의 성패는 서울시에 달려 있다. 평소 장애인 탈시설화에 적극적이었던 기본소득당 신지혜 기본소득당 전 대표는 서울시를 향해 이렇게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이 약자를 시혜와 동정의 시각에서 ‘도와주자’는 것에 그칠지, 혹은 약자의 권리보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시혜와 동정을 넘어 권리 보장을 위해 동행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찾은 신지혜 기본소득당 전 대표. 사진=신지혜 제공)

'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전국화 되어야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마도 ‘나는 자유인이다’ 외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자유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족 중에 돌봄을 해주어야 할 구성원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자유가 없다. 돌봄의 책임이 온전히 가족에게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서울시탈시설조례가 자유로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꽃을 이루듯이 서울에서 시작한 ‘장애인 탈시설화’가 전국으로 퍼질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과제이다.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관건이다.

(서울장애인탈시설화 조례 통과 소식을 듣고 기버하는 장애인과 시민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서울장애인탈시설화 조례 통과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장애인과 시민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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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2022-06-24 12:12:17
이런 기사가 나오는 이모작뉴스 좋네요. 감쳐진 부분을 기사화 ............멋집니다.
다음에는 만 18세가 되면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500만원을
받고 보육원을 나와야 하는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네요.